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린제리 Apr 20. 2016

엄마의 꿈은 뭐야?

미국 직장, 아이들과 함께 출근하는 날





오후 근무를 위해 자리에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회사 내부의 이벤트 초대 이메일을 한통 받았다. 매년 바쁜 시기가 지나고 이맘때 즈음되면 있는 이벤트인 아이들과 함께 회사에 출근하는 날행사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행사 중 하나임과 동시에 내가 이곳을 더욱 좋아하게 된 이유중 하나이다.  



아이들과 함께 출근하는 행사 참여 회사 이메일 중



이메일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5세 이상인 자신의 아이들 또는 손자들을 일하는 곳으로 데리고 와서 함께 출근할 수 있는 날인데, 이 행사는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행사이다. 이런 행사는 각 회사, 아이들의 학교 등의 단체에서 지원을 하고 있기에 아이들이 학교를 빠지고, 이런 행사를 부모님과 혹은 조부모님과 함께 참여하는 것을 이해해준다.




이 행사의 주요 목적은 하루 동안 부모님들이 일터에서 무엇을 그리고 어떤 일을 하며 생활하고 있는지 직접 보여줌으로써, 교육의 가치를 알려주고, 삶과 일의 발란스를 맞추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그 행사를 통해서 아이들이 직접 보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와 남겨진 아이들


요즘 결혼은 해도 아이 없이 사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어떤 지역에서는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높은 물가를 감당하며 평범하게 살기조차 버거운 상태라 아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본학력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쌓아온 경력들을 결혼과 육아와 동시에 포기해버리기엔 이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기도 하다.  나 또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욕심이 있는 편이라, 이런 것들은 결혼이나 육아라는 상황으로 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상황에 놓이면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기에 이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특히 5세 이하의 아이들은 어릴 때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기본 정서를 형성하는데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것이 우리가 흔히 중요하다고 하는 ‘인성’을 자리 잡는 데에도 상당한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 중요한 시기의 아이들을 두고 출근해야 하는 부모님 마음은 오죽할 것이며, 최소한의 배려도 이해받지 못하는 사회의 분위기 하에 육아와 커리어 그리고 가정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워킹맘이나 맞벌이 부부의 맘은 오죽할까? 그리고 부모님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은 또 어떨까? 행복하게 다 함께 잘 살고자 시작한 사회생활과 결혼에 부모도 아이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왜 점점 더 많아져만 가는 것일까?


특히 나에게 더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도, 부모가 되어보는 것도 다 한 명의 성숙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한 번은 경험해 보아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인데 왜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하고자 했을 뿐인데 한 가지를 위해서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사회분위기가 흘러가는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구성원들이 조금씩만 더 이해를 하고, 조금만 더 서로가 발란스를 맞추며 살아갈 수 있게 배려해주는 기업문화와 사회분위기가 과연 사회에 어떤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에 얼마나 많이 경제적으로 손해를 끼치기에 그것조차 배려해 주지 않는 것일까? 과연 직장에서 육아를 배려해 주는 환경에서 일하는 직원의 애사심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과연 낮을까?   <주토피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러한 사소한 사회의 분위기 하나하나 조차도 내가 만들어낸 고정관념, 편견에 들어맞지 않기에 색안경을 끼고 워킹맘, 맞벌이 부부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형성된 분위기가 아닐까?









미국에서도 한국 못지않게 맞벌이 부부가 많고 이런 형태의 가정이 특히나 대도시 지역에는 흔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했던 부분은 비슷한 환경 속에서 같은 사회적 이슈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는 미국 사회의 기업문화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바로 오늘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주제인 "아이와 함께 출근하기"이다. 이런 소소한 이벤트 하나가 기업의 분위기에 사회의 분위기 형성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조금 더 이야기해보고 싶다.







열 번의 잔소리보다 한 번의 경험을 통한 가르침: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


먼 훗날 미국에서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다고 느낀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을 자주적인 아이로 성장하게 하는 교육 분위기가 나의 가치관과 가장 맞아서이다. 그런 교육환경의 가장 좋은 예 중의 하나가 오늘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이 행사의 목적 중 하나인 아이들에게 교육의 중요성, 그리고 그 가치에 대해서 눈으로 보여주고 직접 체험하게 하기이다.


어릴 적 가장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은, “왜 공부를 해야 하나?”라는 점이었다. 난 똑똑한 아이는 아니였기에 딱히 왜 해야하는지 이유를 분명히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나에게 그다지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고, 그저 그렇게 공부를 했던 어린 시절이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 이런 행사처럼 눈으로 보이는 경험을 통해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이유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를 알게 되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번 해보았다.  가끔은 백 마디의 잔소리나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언어로 ‘학교를 가야 한다’ ‘좋은 대학은 가야 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직접 느끼고 깨닫게 해주는 산교육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학교와 회사 나라 전반에 걸쳐 지원을 하는 이런 행사가 종종 열리는 것이 아닐까?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어릴 때부터 스스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기에 이곳에는 좀 더 자주적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많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가 장려하는 "가족, 육아 그리고 커리어 사이의 균형"의 중요성


가장 흔한 회사 풍경중 하나는 다른 동료들보다 조금 늦게 10시가 넘어서 출근하는 동료도 있고, 조금 일찍 4시경에 퇴근하는 동료들도 있다.  그 이유는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는 아침에는 엄마가 아이를 데려다주고 저녁에는 아빠가 아이를 데리러 다녀온다던지 번갈아가면서 함께 육아를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가끔 아이와 생일이라서 같이 동물원을 가기로 해서 내일 휴가를 쓰거나 집에서 일을 하겠다는 동료들도 있고, 아이의 학교 운동경기를 응원하러 가야 한다며 일찍 퇴근하는 경우도 보인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것으로 받아들여지고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가정과 육아 그리고 커리어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직장과 사회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고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특히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많이 배려해 주는 편이다.


그리고 그 직원들의 업무성과는 사실 동료인 싱글들에 비해서 더 좋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책임질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조금 더 책임감을 보이는 부분도 많고, 본인이 배려를 받는 만큼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업무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는 면이 많다.  무엇보다 미국 사회는 한 가지를 한다고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융통성 없는 직원을 좋아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면에서 많이 보게 된다.  일도 열심히 하고, 사교성도 좋으며, 프로급으로 잘하는 취미생활 같은 운동도 있는 이런 다재다능한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가능한 직원을 선호한다.  이런 원리는 가정과 일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가정도 잘 돌보면서 업무적으로도 능력 있는 직원을 원한다.  이곳에서는 최소한 능력 있고 다재다능한 직원을 원하는 만큼 그 직원이 혼자서 그렇게 성장하기를 바라기보단 최소한 기업차원에서 해줄 수 있는 지원과 배려는 최대한 해주면서 직원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해 준다. 이런 환경에서 가정과 육아 그리고 커리어에서 균형을 맞추면서 성장한 직원이 이끄는 사회가 과연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부정적일 수 있을까?









 "엄마의 꿈은 뭐야?"




나의 직업관, 인생관, 결혼관, 교육관 등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의 가치관들과 연결되어있는 한 가지는 나는 훗날 "엄마의 꿈은 뭐야?"라는 질문을 아이들에게 받는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런 질문이 뭐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풀어서 말하면 "엄마는 (예전엔) 꿈이 뭐였어?"라는 '과거형'의 질문이 아닌, 현재형인 "엄마의 (현재) 꿈은 뭐야?"라는 질문을 받고 싶다는 의미이다.  백번의 잔소리나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말로 설명하기보다 가장 좋은 교육은 직접 눈으로 보여주고 경험하고 느끼게 해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커리어에서도 가정에서도 아이들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추면서 '엄마도 너희와 같이 꿈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아직도 노력을 하고 살아간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산 교육을 하고 싶은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꿈이자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이다.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아이와 함께 출근하기'같은 작은 행사를 통해서 그리고 가정과 육아에 배려해주는 회사의 분위기를 통해서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이 실현 가능하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점점 커져가는 지금이 난 참 감사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