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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헌 Jun 23. 2020

어느 부부의 이상한 이혼

병아리도 자꾸 만지면 죽잖아요!

   하루는 젊은 부부가 나를 찾아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부인의 친정어머니를 따라서 나에게 온 것이다. 부인의 친정어머니는 나하고 친분이 좀 있는 분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이혼을 한다고 하니 부모 마음이 염려와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혹 딸의 부부가 나를 만나 대화를 하면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산골에 바람도 쉘 겸  나 있는 곳에 데리고 온 것이다.

  

이 부부는 초등학교 자녀를 두고 있는 인근 대도시에 사는 젊은 부부이다. 두 사람은 외모도 번듯하고 도시인들의 세련미까지 나는 부부이다. 겉으로만 보면 제법 멋진 부부다. 왜 이런 부부가 이혼을 하려 하는 것일까? 나는 부부와 함께 차도 마시고, 우리 마을 안에 있는 커다란 나무 숲 그늘 아래서 함께 앉아 어느 정도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었다.


남편과 아내를 따로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상황도 가지면서 조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남편은 부인과 이혼할 마음이 전혀 없다. 자신은 부인을 여전히 좋아하고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남편은 부인을 살갑게 대하려고 하는 모습이 내게도 느껴져 왔다.



이해되지 않는 이혼 사유

  나는 부인이 남편과 이혼을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선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부인이 이혼을 할 만한 어떤 특별한 사유가 있는지 물어도 꼭 집어 말을 하지도 않고 나도 감이 잘 잡이지 않는다. 남편에 대한 분노의 감정 같은 것도 없어 보였다. 나는 부인에게 남편이 부인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말도 전하며, 이혼이라는 것이 두 사람만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린 자녀들의 문제 등등을 말하며 계속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대화를 하였다.


하지만 대화를 할수록 부인은 남편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상했다. 부인은 남편에 대한 어떤 악감정 같은 것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은 끝내 없어 보였다. 나는 속으로 의아해하며 부인에게 다시 물었다. “남편 분이 부인을 여전히 사랑하며 이렇게 함께 살고 싶어 하는데 부인은 왜 이혼을 꼭 하려고 합니까?”


사진 <결혼 이야기> 판시네마


병아리도 자꾸 만지면 죽잖아요!

  부인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병아리도 자꾸 만지면 죽잖아요!” 조금은 아리송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이윽고 지금까지의 대화를 통해 짐작되는 것이 있었다. 부인은 남편에 대한 기대라든지, 신뢰 같은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어떤 실망감과 거부감 같은 것이 있었다. 부인의 말을 들으면서 아마도 남편이 아내인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방식에 불만이 있어 보였다. 남편의 아내 사랑의 방식은 상호교감적이기보다 일방적인 방식이 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 대화 끝에 부인은 이제 남편의 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왔다. 그래도 아이도 있고 걱정하는 친정어머니도 있는데 함께 살아 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그들을 보냈다. 훗날 그 부부는 끝내 이혼을 했다는 말이 들려왔다. 소식을 들은 나의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 집에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 나 자신...  무엇보다 그들 부부의 이혼 사유가 명쾌하게 파악이 되지 않아 나 스스로도 의문스러웠다.

 

사진 <결혼 이야기> 판시네마


자유! 건강한 관계에 기초

  이런저런 생각 중에 떠오르는 말 “병아리도 자꾸 만지면 죽잖아요?” 그때에 부인이 말했던 의미가 무엇인지? 나는 생각을 더 해보게 된다.  부인은 비교적 여유 있는 집의 외동딸로서 자랐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깊이 모르나 아내는 남편 방식의 애정에 숨 막힘을 느끼며 벗어나고 싶어 했던 심정과 모습들이 내 기억들 속에 많이 남아 있다.


부인이 바랐던 것은 자유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가 추구한 자유가 어떠한 종류의 자유인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참된 자유와 내적으로 깊이 맞물려 있다. 친구와 우정의  관계든, 혈연적 가족 간의 사랑의 관계든지, 건강하고 아름다운 관계는 반드시 상대방의 자율성 존중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에게 오히려 무례하게 행 할 수 있고,  사랑한다 하면서 사랑하고는 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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