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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헌 Jul 02. 2020

사랑에도 어떤 법칙이 있을까?

 자존(自存)과 공존(共存)


  “나는 이제는 나의 마음이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그동안은 너무 힘들었었다. 그녀와 헤어진 날부터 나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될 줄을 몰랐거든...


전에 나는 그녀와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였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녀와 전화 통화하고, 카톡으로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살았다. 나의 삶에는 한 번도 그녀가 없는 시간들이 없었어! 그런데 막상 헤어지고 보니 그녀가 없는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 줄을 나는 몰라서 진짜 힘들었다.


내가 아는 누나는 나보다 더 심했다. 그 누나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마음이 너무 힘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2주간을 밥도 안 먹고 보냈었다. 그러다가 목에 피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마음이 정리가 되었다고 했어! 헤어지는 것, 진짜로 힘든다."


20대 초반에 젊은 남자 청춘들이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하는 이야기다. 나는 우연히 옆자리에 있다가 뜻하지 않게 엿듣게 되었다. 젊은 청춘들이 겪는 실연의 아픈 이야기가 내게는 싱싱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들리며, 이 젊은 청년들이 순수하고 건강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성숙한 사랑을 위한 과제

  젊은 청춘들은 이런 아픈 과정을 통하여 보다 성숙해져 가야 할 삶의 과제들이 있다. 실연의 아픔을 통하여 사랑을 알아가고, 삶을 배워가야 할 인생의 여정들이 있다. 이러한 성숙과정 없이 사람을 또 쉽게 사귀고 별생각 없이 결혼까지 하게 되면, 힘든 삶들을 반복하게 되고, 극기야는 이혼이라는 막다른 상황까지도 가게 되는 것을 요즘은 너무 쉽게 볼 수 있어 안타깝기까지 하다.


젊은 청춘들이 보다 성숙한 사랑을 하려면 심리적 정신적 독립하는 내적 성장이 필요하다. 나 자신이라는 고유하고 독자적 정신세계가 있어, 홀로도 있을 때에도 공허함이나 허전함에 빠지지 않게 하는 내면의 즐거움 주는 것들이 있다면 건강한 연애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론적일 수 있고, 사랑을 할 때도 자신을 상실하거나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함몰되지 않는다면 너무 이상적인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너무나 피곤하게 하고, 삶을 힘겹게 하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우리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허전함을 외로움을 사랑의 대상이 다 채워줘야 한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에는 밖에서는 다 채워 줄 수 없는 고독의 심연(深淵) 같은 같은 것이 있다.


인간의 심연에 있는 고독은 존재적 외로움 같은 것으로 스스로 홀로서기를 해야 할 정신적 성숙의 과제이다. 상대가 나의 존재적 외로움까지 다 채워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신적 미성숙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과 상대를 강박감에 시달리게 하고, 결국 사랑은 갈증만 커지고 결과는 원치 않게 파국으로 갈 수도 있다.   


영화 <안나 카레니나>


안나 카레니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랑의 비극적인 결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시작과 마지막 장면은 모스크바 기차역 플랫폼이다. 눈 발이 휘날리는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어디론가 오고 가는 기차역에서, 고혹적인 매력을 가진 여인 안나 카레니나와 멋진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 환상적인 첫 만남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도 첫 만남이 이루어졌던 바로 모스크바 기차역 플랫폼이다. 슬프게도 안나 카레니나의 비극적인 자살로 작품의 끝을 맺는다. 멋지고 화려하게 시작한 사랑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안나 카레니나는 항상 브론스키의 사랑에 목말라했고, 브론스키는 그러한 안나 카레니나에게서 더욱더 멀어져만 갔다.


러시아 문학에 정통한 석영중 교수는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의 죽음의 장소를, 첫 만남을 가졌던 기차역 플랫폼으로 동일하게 설정한 것은, 두 사람은 만남 이후로 내면의 정신적 성장이 조금도 없는 제자리 상태임을 암시하며, 성장의 과제를 도외시한 사람들의 사랑이, 불행한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였다.

 

영화 <안나 카레니나>



사랑에도 어떤 법칙이 있을까?

   우주가 아름답고 신비하게 느껴지는 것은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스스로 자전하고 서로 함께 공전하는 우주의 조화로운 질서 때문이다. 사랑도 너와 내가 스스로의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정신세계가 있으면서도, 서로가 같이 공존의 하모니를 이를 때에 아름다운 사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너무 지나친 비약이며,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신비를 규정하고 법칙화 하려는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임마누엘 칸트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남긴 말은

"에스 이스트 굳(Es ist gut ) 좋다!"이다.


그의 묘비명에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새롭고

무한한 경탄과 경외를 불러일으키는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내 마음속의 도덕률이다." 적혀 있다.

광대한 우주의 어떤 법칙들과 인간 내면세계에 내재한 어떤 법칙들이 

칸트에게 경이와 경탄을 넘어 경외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사진  서울신문,. 출처 나사


  나 역시도 우주의 경이와 경탄을 인간에게서도 느낀다. 물론 인간에 대한 비탄과 절망도 충분히 느낀다. 그래서인지 나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어떤 공통의 단서들을, 진선미에 대한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통법칙 같은 것을 자꾸 찾게 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다양성 속에서도 인간다움에 대한 어떤 최대공약수를 찾고, 사랑에 있어서도 사랑의 아름다운 질서나 법칙 같은 것들을 계속해서 사유하게 된다. 나도 인생을 다 살고 나서 칸트처럼  "에스 이스트 굳(Es ist gut ) 좋다!" 하고 싶은 것은 물론,  삶을 살아갈 때에도 스스로 "좋다,! 행복하다!" 할 수 있는 내 인생의 건강한 기준과 질서가 필요한 사람이다.


 사랑에도 법칙이 있다면, 자존(自存)과 공존(共存)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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