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작가 Feb 05. 2023

초보의 딜레마, 각 잡고 쓰려니까 글이 어렵지!

각은 관물대 앞에서나 잡자

뭐라도 써보려는 사람들에게 이해하기 힘든 점 하나가 있다. 각 잡고 쓰려는 자세다.


누구나 이렇게 쓰고 싶지!


이는 얼핏 보기에 대단히 비장하고 옳아 보일지 몰라도, 대부분은 뭐라도 하나 써보려는 이들을 쇠사슬처럼 옭아맨다. 책상 앞에서 노트북만 켠 채 수십 분, 심지어는 몇 시간을 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대목은 당신이 조앤 K 롤링이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문 작가들은 대개는 그들만의 루틴을 갖는다. 매일 조깅을 하는 루틴으로 유명한 하루키는 대체적으로 정해진 시간에만 원고를 쓴다. 글은 아니지만 만화 쪽에서는 허영만 화백이 그렇다. 허 화백은 루틴을 지키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술을 좋아하면서도 다음날 지장 있게 마시지는 않는다.


여러분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모를까, 지금 막 펜을 잡거나 중급 이하의 라이터로 도약 단계 이전에 놓여 있는 수준이라면 가급적 각을 잡지 않기를 바란다. 각 잡는 행위는 자체만으로도 글 쓰는 사람을 속박한다. 물론 강요할 바는 아니다. 깔끔하게 정리한 책상 위에서 정해진 시간, 가령 새벽이나 심야 시간 몇 타임에 글을 일필휘지로 쓰는 부류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고정 시간대의 루틴을 잡아 나가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글은 팔 할이 영감이라는 생각이다. 글감을 문장으로 도출하는 일은 기술 또는 감각의 영역이다. 글을 잘 쓰고 못쓰고는 기술보다는 통찰 쪽에서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면 평상시에 부단히 글감을 수집하고, 메모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독창성을 발휘해 사유로 풀어내는 편이 글을 잘 쓰는 데 도움이 된다.


테크니컬한 부분은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 필사를 많이 추천들을 하는데, 그 이유는 스타일의 체화로 글쓰기 근육을 단련시키고자 함이다. 그런 노력들이 사유와 글쓰기 행위 사이의 시퀀스 링크를 촘촘히 생성시켜 빠른 시간에 일정 퀄리티의 글로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각은 잡을 단계가 있고 수준이 있다. 중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각을 잡지 말래도 잡아진다. 새벽에 머리를 맑게 하고 따뜻한 차 한잔 우려내고 정갈한 책상 위에서 어느 정도 각을 잡고 마치 전문작가가 되기라도 한 듯 써지는 시점이 분명히 온다. 새벽 한 시간 사이 두 편을 써 내려간 글도 나름 의미는 있고, 그러한 글쓰기 방식만이 대다수의 초심자가 중도하차하는 '초보의 딜레마'에서 당신을 해방시킨다.


이런 글쓰기도 때로는...


작가의 이전글 육아에 대한 초보 남편들의 아주 흔한 착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