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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종 Nov 06. 2019

코딩(Coding)을 좋아하는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법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
- 생텍쥐페리


코딩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일부이지만, 코딩을 싫어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생활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본인이 코딩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는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돈을 안 받아도 그 짓이 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욕망하는 것보다는 소망하는 일을 찾는 것이 좋다. 욕망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고, 소망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더욱 간절하게 해야 하는 일이다. 욕망은 결과 지향적이고, 성취될때까지 행복과 기쁨이 유보된다. 성취를 위해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정작 성취하고 나면 공허함이 크다. 그래서 또다른 더 큰 욕망을 찾을 수 밖에 없다. 평생 해야 하는 업(業)의 선택에서 욕망을 배제하는 게 바람직한 이유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업 業)을 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고달픈 생활고에 하루의 대부분을 행복하게 보내지 못 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동안의 행복하다는 느낌은 관념일 뿐이다. 그것은 일 자체에 대한 관념이거나 일을 모두 끝낸후 느끼는 만족감을 마치 일을 하는 도중에 느끼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여가활동이나 유흥이 아닌 경우, 대부분의 일들은 하고 있는 도중에는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 몰입경험을 행복감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몰입하게 된다. 몰입하고 있는 무아지경의 그 순간에 나른한 행복감이 파고 들 여지는 없다.


몰입경험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좋아하는 일일 가능성이 크다. 몰입후에 분비되는 세로토닌의 행복을 느껴야 그것이 좋아하는 일이고 다른 일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여기서 거론하고 있는 '좋아하는 일'의 범주에는 도박, 게임 등 극도로 몰입이 쉬운 것들은 들어가지 않는다. 몰입이 어떠한 개선작용도 일으키지 않는 것, 몰입 후에 죄책감이 드는 것, 그리고 결과에 행복도가 크게 좌우되는 것은 업業의 선택후보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 역시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전부 자신의 본질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게임을 진짜 잘하고 좋아해도, 그것이 자신의 본질인지 아닌지는 그것이 5년후의 자신에게 긍정적인 체력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몰입이 가능하더라도 사후 긍정적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바쁜 직장인들이 흔히 경험하는 일이다. 동기가 어떻든, 일의 성격이 어떻든지간에 특정한 조건들이 갖춰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입이 가능하다. 어느정도 경력이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심각한 문제(버그Bug)를 해결하기 위해 몇 시간 쉬지 않고 매달려본 경험이 있다. 때론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밤새 문제를 파고들어 결국 문제를 해결하고 맞는 새벽의 아침은 황홀하게 느껴진다. 반면, 밤을 새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뜬 눈으로 맞이하는 새벽은 극심한 피로만을 가져다줄 뿐이다. 이렇듯 몰입이 가능하나 결과에 큰 영향을 받거나, 몰입 경험 후에 결과에 상관없이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면 좋아하는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은 그런 경험을 하기 어렵지만, 슈퍼개발자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으로 불타오르던 시절에는 무아지경으로 코딩(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니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몰입의 경험이 어렵지 않은 이유는 업 자체가 창조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창조적인 일일수록 강한 몰입이 가능하다. 글쓰기도 창조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코딩과 글쓰기는 공통점이 많다. 둘다 논리적인 연결, 적절한 문단 구성, 가독성의 확보(변수와 함수명), 적절한 인용(코드 재사용), 퇴고(코드 리뷰) 가 필요하다.


그러나 코딩이나 글쓰기는 도구일뿐이다. 그 자체로 몰입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쉽게 말해 밥 먹고 살기 어렵다. 코딩이나 글쓰기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타겟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전문적인 영역을 그 위에 덧붙여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그것은 DB, OS, 임베디드, 안드로이드 등의 소프트웨어 전문분야가 될 수 있고, 증권/은행, TV, 스마트폰, 셋탑박스, 의료기기 등 비지니스 도메인(Business Domain)이 될 수도 있다. 글쓰기에 있어서는 소설, 여행, 육아 등의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어떤 분야든 본인이 스스로 찾아 파고들 정도의 흥미를 느끼는 분야이어야 한다. 금융 소프트웨어 전문가라면 금융분야와 소프트웨어 둘다 좋아하면 100점이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하나만 좋아한다면 업의 전환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작가,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여행 작가 둘다 성공하기 힘들다. 모든 분야에 불멸의 저서를 남겼던 위대한 작가는 역사적으로도 몇 명 되지 않는다. 우리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아니다. 가슴이 떨리는 일, 흥미와 전문성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일, 그리하여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은 발전가능성이다. 이왕이면 발전가능성이 클수록 그 일을 더욱 좋아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쉬운 일만 반복하는 것은 발전가능성이 없다. 신발정리를 세계최고로 잘 하고, 아무리 신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도, 신발 정리로부터 발전된 또다른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면 다른 분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좋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그의 저서 <몰입의 즐거움>에서 몰입대상의 난이도와 자신의 실력이 모두 높을 때 최고의 몰입이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실력은 높지만, 과제가 쉬우면 느긋해진다. 별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다. 실력은 중간 정도 되는데, 과제의 난이도가 높아지면 각성이 발생하게 된다. 정신 바짝 차리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성장과 발전에 있어 가장 바람직한 경우다. 실력을 쌓으면 더욱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일을 맡을 때는 본인의 실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을 고르는 것이 좋다. 칙센트미하이의 말대로 몰입경험은 실력을 키워주고, 더 높은 과제로 도전하게 해주는 선순환을 만들어 준다. 이런 선순환은 본인의 일을 더 좋아하게 만들어주는 윤활유와도 같다. 좋아하니까 일을 잘 하게 되지만, 일을 잘 하기 때문에 그 일이 더 좋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좋아하는 일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또한 깊숙히 들어가보지 않고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니, 어느날 가슴 떨리는 공명이 찾아오면 주저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해보자. 적극적으로 찾는 사람에게 언젠가 지복의 문은 열리기 마련이다.



"안으로부터 오는 힘은 단지 의지와 인내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참고 견디는 것은 고통스럽다. 자기 마음이 흐르는 대로 따름으로써 그 내면적 힘을 얻어낼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  -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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