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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정석

예술과 배설

by 타이거나달

문자를 통한 대화는 표정과 뉘앙스가 배제되기 때문에 자칫 오해가 생기기 십상이다. 누구나 한두 번은 경험했을 게다. '어, 내 말의 뜻은 이게 아닌데, 왜 이렇게 빋아들이지?' '아니, 뭐야? 말이 좀 짧네. 날 우습게 보나?', 행여 상대가 '읽씹'이라도 하게 되면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 때도 있다. 그래서 난 문자 대화는 더,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ㅠㅠ, ㅎㅎ 이런 기호 따위가 표정이나 뉘앙스를 대신한다고 믿는다.


하물며 여러 사람이 모인 단톡방에선, 더 면밀하게 상대들을 살펴야 한다. 가끔 사회적인 목적으로 생긴 단톡방에 자신의 일상을 자주, 마구 올리는 사람이 있다. 게다가 동영상도 포함한다. 나에게 어떠한 정보도 없고, 재미나 인사이트 따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만약에 그 방에서 대다수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그냥 배설이다. 그렇게도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면, 가족이나 만만한 친구한테 하면 된다. 왜냐하면 그런 1차적인 관계에선 바로바로 부담 없는 피드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일기를 추천한다.


소통하고 싶은 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다. 이미 사회화된 인간은 소통하지 않으면 늙고 결국 죽는다. 오래오래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싶다면 대화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문자로 대화할 땐, 더 나아가 단톡방에서 얘기할 땐, 말하려는 내용이 정보나 재미, 통찰의 영역이 아닐 때, 한 번 더 생각해야 한다. 확신이 없으면 안 쓰면 그만이다.


우리의 대화가 예술은 안 될지언정, 배설은 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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