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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Jun 25. 2024

【밥 생각이 없네】


  “와 더운데, 이제 여름이구먼.”

  “그러게 입맛이 없네.”     


  친구와 카톡으로 식욕부진의 원인을 여름 더위로 몰아간다. 고등학교 수업같은 신중년과정의 한식조리학과 4개월 코스를 수료하고 음식을 만드는 조리기능의 발전을 맛본 나에게 밥 생각이 안날 때는 면요리가 최고다. 신라면, 안성탕면, 멸치칼국수, 짜파게티, 비빔면 등등 각종 인스턴트 면으로 대충 한 끼 때우던 것이 이제는 메밀국수, 파스타, 우동, 냉면 등 직접 해먹는 음식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한식조리학과지만 커피 바리스타 자격도 취득하고 제과 제빵, 양식, 일식, 중식도 약간씩 배우니 칼을 들면 두려움이 이젠 사라졌다 할 수 있다. 오이 돌려 깎기와 채썰기는 거짓말 좀 보테 눈 감고도 할 정도니 뭐 그간 손가락 세 번 베인 것이 훈장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입맛이 없으면 대안을 찾는데, 나의 원픽은 차가운 면요리가 최고다.     


  한 봉씩 들어 있는 육수를 냉장고에 쟁여놓고 면 삶아 고명 얹으면 유명 식당 부럽지 않다.

 다만 고명을 만드는 것에는 칼질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니 이제는 30분 내로 3~4인분은 뚝딱이다. 특히 물냉면에 오이를 돌려 깎고 채를 썰어 얹은 고명은 아주 상큼하다. 여기에 쌈무를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면 언제든지 꺼내 먹을 수 있어 좋다. 이 두 가지 고명에 삶은 계란 반쪽이나 삶은 고기 있으면 또 얹어내고 거기에 토마토 슬라이스 세 쪽 정도면 완전 색감까지 잡는다. 그리고 육수에 연겨자와 식초를 조금 넣어주면 아주 시원한 냉면이 된다.     


  냉면은 그렇고 냉 메밀국수도 참 쉽다. 쯔유에 물을 6배 정도 희석해 냉장고에 넣고, 무 한토막 강판에 갈면 거의 준비완료, 여기에 생파 굵게 다지고, 김가루와 와사비 준비하면 끝이다. 면을 삶아 찬물에 빨고, 그릇에 담아 쯔유와 간무, 생파, 김가루, 와사비를 올리면 냉 메밀국수도 싼 가격에 아주 좋은 한 끼다.     

 

 냉우동은 더 쉽다. 가쓰오부시 우동 쯔유나 메밀국수 쯔유를 물에 희석해 메밀국수 육수처럼 만들어 냉장고 넣어두고 재료를 준비한다. 여기에도 생파, 쌈무, 김가루, 와사비는 기본이다. 간무 대신 쌈무로 간단하게 들어가도 좋고 간무를 넣도 좋다. 고명은 계란, 돈까츠, 만두, 불고기 뭐든 다 맛있다. 새우가 있으면 면 삶은 물에 살짝 데쳐서 껍질 까 올리면 모양도 좋고 그럴싸하다. 물론 여기에도 오이채가 들어가면 식감이 예술이다.


  파스타는 뜨거워 여름에는 비추다. 하지만 이것도 해보면 아주 간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원래 면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집에서 만들어 먹으니 가족들도 좋아하고, 점점 실력이 좋아지는 것을 느낀다. 여름에 냉면 요리는 너무 좋다. 우리 식구 모두가 면을 좋아하니 돈들이지 않고 간단히 외식 효과도 낸다. 고기 구워먹고 냉면, 돈카츠 데워서 냉우동. 종목이 뭐든 상관없다. 그저 시원하고 맛나면 최고다. 살 좀 지면 어때, 그냥 맛있으면 0칼로리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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