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중요한 행복. 그들에게 배우다.
저와 아내는 신혼여행을 필리핀으로 떠났습니다. 신혼여행 경비를 아끼기 위해서 자유여행을 선택했고. 남들이 떠나는 하와이나 괌 등 비싼 곳은 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최저가를 통해서 항공권은 20만 원대에 마쳤으며. 숙소는 3만 원짜리 숙소와 함께 좋은 호텔 체험으로 10만 원대 호텔에서 한 곳씩 투숙하기로 했습니다.
아내에게 고마운 점은 허니문에 대한 환상 대신 부담 없이 즐기는 추억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만약 아내가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최저가 항공에 3만 원짜리 호텔에서 묵는 신혼여행은 싸움의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신혼여행에서 여러 가지 추억이 있지만. 제가 가장 손꼽고 싶은 것은 필리피노 학생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저희가 신혼여행을 갔던 곳은 세부시 막탄섬입니다. 라푸라푸 시티라는 곳은 세부 시티에 비해서는 규모는 작지만. 관광객은 물론이고 좋은 호텔이 분포되어 있는 곳입니다.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필리피노의 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60-70년대와 비슷합니다. 집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곳도 더러 있으며.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는 자전거 택시가 존재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무섭게 느껴지는 곳에서 주목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미소
그 사람들의 얼굴엔 늘 미소가 넘친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스에서 보았던 한국사람을 사살하는 필리피노가 아닌 저희를 보면서 웃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신혼여행을 마칠 때즘에 그랜드 가이사노 몰에서 몇 명의 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학생들은 종이를 들고서 학국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지만. 모두가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지나갔습니다. 웃는 학생들을 한국사람들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손사래 치면서 지나갔습니다.
아무도 그들의 미소를 받지 않다.
저와 아내는 그랜드 가이사노 몰을 지나가다가 한 학생의 질문을 받습니다. 리서치를 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쇼핑몰 안은 보안이 철저해서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웃는 학생에게 인사를 하며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리서치를 하겠습니다.
그러자 그 몰에 있었던 모든 학생들이 나를 항해 뛰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오면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각자 영어와 따갈어로 떠들면서 다가왔습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학생에게 둘러싸였습니다. 그리고 각자 학교 숙제에서 내준 리서치를 하느라 질문을 쏟아내었습니다.
한 명씩 리서치를 부탁하자 한 명이 질문을 정리해서 영어로 또박또박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우리 필리핀에 오나요.
필리핀이 어떤 점이 좋은가요.
필리핀에서 무엇을 즐기다 가시나요
다시 필리핀에 방문할 것인가요?
등등. 필리핀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국인에 대해서 조사하라고 학교에서 과제를 내준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데 리서치 용지가 들려 있을 뿐. 그 답을 적은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리서치가 모두 빈칸이지?
이야기를 물어보니 필리핀 아이들이 한국인에게 리서치를 해달라고 가면 한국인들은 모두 해주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필리핀에서 사건 사고가 많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학생들 조차 한국인들은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십 명의 학생들이 이야기해준 것은 자신이 한국인과 이야기하는 것은 최초라고 했습니다. 그랜드 가이사노 몰은 우리나라 이마트보다 크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도 하루에 수천 명은 될 텐데 한 번도 한국사람과 대화를 못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했습니다.
리서치를 하면서 그렇게 제가 신나 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필리핀에서 살아야겠다는 것이었죠. 식사를 하면서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왜 그들은 그렇게 웃으면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거부하고 있을까.
단순히 살인사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살인사건이 무섭다면 필리핀을 방문하지 말고 태국을 가도 되고 베트남을 가거나 우리나라 제주도도 있는데. 왜 우리는 필리핀에 와서 아무도 필리피노와 이야기하지 않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을 느끼다.
필리피노들에게 한국으로 오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모두 오고 싶다는 이야기를 이구동성으로 했지요. 그러나 자신들은 학생이기 때문에 지금은 갈 수 없고 나중에 꼭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생활은 어떤지 물어보았습니다.
엄청 바쁘다. 스트레스가 많다.
어떤 학생은 울먹이는 표정을 지으면서 물어봅니다. 무엇이 그렇게 힘드냐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다른 사람의 스트레스에 대해서 이렇게 진심 어린 표정을 지어주는 사람이 있었을까. 만약 한국에서 이야기했다면. '너만 힘드냐' '노력이 부족하다' '네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지 모르겠습니다. 14세의 소년, 소녀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들은 심심하지만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심심한데 행복하다고?
모순된 이야기입니다. 그랜드 가이사노 몰은 저렴하지 않습니다. 필리피노의 인건비가 월급 30만 원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물가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그랜드 가이사노 몰에서 쇼핑을 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쇼핑을 할 수는 없지만. 친구들과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구경도 하고. 노는 것이 그 친구들의 일상입니다.
단순히 이것은 갖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면 골고루 친하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왕따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친구들끼리 파벌로 갈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이들 중에 부자도 있고 형편이 어려운 친구도 있지만. 모두가 모여서 모든 일을 함께 처리한다는 점도 신기했습니다.
귀촌을 결심하게 된 것은 필리피노 친구들이 싹을 심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귀촌을 하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았습니다.
심심해도 행복할 수 있다.
그렇게 행복한 사람을 바라보는 신혼여행을 마치게 됩니다. 그러나 필리피노 친구들은 그후로 몇번 더 만나게 됩니다. 행복한 그들에게 물어볼 것이 있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