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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r 20. 2022

재즈, 너와 나의 거리감

재즈가 아직도 어렵다고요?



  오늘은 유난히 제가 좋아하는 재즈들과 그 음악이 왜 좋은지 설명해보려고 한다. ‘아, 뮤지션들은 이런 식으로도 음악을 좋아할 수 있구나’ 하고 이해하는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음악을 듣고 연주하는 게 일이 되어버린 저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음악에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혹시 이 글에서 어려운 단어들이 등장해도 완전히 이해하려 애쓰지 않으셔도 된다. 그냥 글씨만 읽어지고 이해는 되지 않더라도 폭넓고 두리뭉실하게 뮤지션의 애착을 이해해보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재즈를 함께 들어보면서 재즈의 매력을 조금은 느껴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가장 오랫동안 좋아했던 곡은 Chick Corea(칙 코리아)의 2010년 Piano solo 앨범이다. 앨범의 곡을 쭉 듣는 걸 좋아하지만 그중 가장 좋아하는 곡은 “Noon Song”이다. 


https://youtu.be/HYwpa3N7cFE





  이 곡은 따뜻한 햇살의 편안한 오후 같은 연주를 들려준다. 처음 부분을 듣자마자 그게 느껴진다. 곡의 조성은 D Major Key인데 그것에서 벌써 구김 없이 선명한 빛이 투명한 창문에 내리쬐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계열의 곡이, b계열보다 더 찬란하고 시원하게 들린다. 템포를 알 수 없게끔 쏟아내는 칙 코리아의 음표들이 햇빛이 “쏟아진다”는 느낌을 더해주는 듯하다. 그래서 이 곡의 시작부를 들으면 마치 창밖의 햇살이 눈이 부시듯, 괜히 눈살이 찌푸려진다. 너무 맑고 쨍하게 음표들이 들리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칙 코리아는 4도 구성의 화음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이 또 무언가 공허하면서도 단단하게 쌓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도미솔로 이루어진 화음은 각 음이 3도 간격으로 되어있어 3도 화음이라 부른다. 가장 많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화음 구성이기도 하다. 4도 화음은 도 파 시 와 같은 화음이다. 음 사이의 거리가 4도로 구성되어있는 것이다. 음과 음 사이 간격이 3도 화음보다 넓어서 미묘하게 공허하게 들린다. 뭔가 흐트러뜨릴 수 없는, 단단해져 버린 잘못 쌓은 블록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4도 구성의 화음이 1분 17초쯤부터는 왼손에서 자주 나오면서 따뜻하면서 동시에 묘한 쓸쓸한 느낌을 더해준다.





  이 곡은 고등학교 때부터 들었던 곡인데 뭔가 구성이 클래식하다고 생각했다. 음악이 커지고 작아지며 흐름을 만들어가는 것이, 즉흥연주 치고 무척 짜임새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아마도 클래식 작곡 입시를 했던 저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도 저의 최애 재즈 아티스트는 칙 코리아이고, 최애 곡은 이 “Noon Song”이다. 뉴욕의 블루 노트라는 재즈 클럽에서 칙 코리아의 연주를 봤을 때가 떠오른다. 나에겐 아주 두근두근 하는 날이었다. 최애캐를 보러 가는 거였으니까.





뉴욕 Blue Note 에서 만난 칙 코리아




  이 곡에 견줄 만큼 현재 좋아하는 곡이 있다. Carla Bley(칼라 블레이)- Lawns라는 곡. 

https://youtu.be/Ys0q8ljjiY8


(위 링크에서 들으실 수 없는 경우 사용하시는 음원사이트로 들어주세요. 검색어: Carly bley Lawns)





  이 곡은 언제 들어도 너무 좋다. 무언가 연주가 화려한 것도 아니고 음과 음 사이 여백도 굉장히 많은데 그 공백이 매우 아름답게 들린다. 연주자 중 아무도 급하지 않다. 아무도 튀려고 하지 않는다. 드럼과 베이스도, 낮게 깔리고 있는 기타와 오르간도 완전히 피아노에게 맡기고 가는 느낌이다. 





  2분 8초쯤 시작되는 피아노 솔로 구간에서도 아무도 튀지 않는다. 오롯이 피아노가 높은 고음역대의 음정들을 사용하면서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공간을 많이 비워두며 솔로를 한다. 화려하게 솔로를 하는 부분도 그리 오버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3분 44초쯤부터 다른 악기들이 점점 높은 볼륨으로 쌓아주다가 4분쯤에 파도의 밀려나가는 물처럼 싸악 빠져준다. 사운드의 단합력이 참 좋다. 누구 하나 튀게 들리지 않고 같이 그대로 볼륨의 몸집만 커졌다 작아진 느낌이 든다. 4분 34초부터는 베이스 솔로가 아주 선명하게, 그리고 단 몇 개의 음으로 세련된 솔로를 들려준다. 아무래도 정확하게 나오고 빠지는 타이밍을 아는 악기들 덕분에 이 곡은 더 아름답게 들리는 듯하다. 이 곡은 배려, 배려가 넘치는 곡인 것 같다. 반복해서 들을 수록 그게 더 많이 느껴진다. 아주 단순한 멜로디인데,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이 Lawnss 라는 곡은 재즈 공부를 할 때 수업시간에 배워서 연주했던 곡이다. 보통 수업 시간에 공부한 곡이 좋아지기는 쉽지 않다. 그 곡을 계속 연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곡은 지금도 여전히 좋다. 이 곡의 앨범 커버에 있는 칼라 블레이가 저 모습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모습을 보고 연주를 유의 깊게 들으면 칼라 블레이의 연주가 굉장히 피아노에 집중해서 어딘가 정신이 다른 세계로 간 듯한 묘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도 절대 오버하지 않고 절제하며 서로 배려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더 균형감 있게 음악이 들린다. 그래서 이 곡을 좋아하는 것 같다. 










  마지막은 조금 다른 색채의 블루스 락 보컬곡이다. Beth hart - I’d Rather Go Blind

https://youtu.be/AnXgZZkPP14




  이 곡은 노래가 첫 소절을 부르는 순간 끝나는 곡이다. 너무 좋다. “Something told me”를 듣자마자 “크으”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목소리가 가진 힘이 바로 이것이겠지. 다른 악기들은 브랜드를 바꾸거나 모델명을 바꾼다 해도 모두가 알아챌 정도로 소리가 크게 다르진 않다. 그러나 목소리는 다르다. 베스 하트만의 색으로, 자칫하면 촌스러울 수 있는 블루스를 너무 섹시하고 매력 있게 바꿔 놓았다. 이 곡은 정확히 말하자면 블루스라는 장르로 재즈에 끼우기엔 무리가 있지만 중간 부분의 기나긴 기타 솔로, 블루스가 재즈의 조상 격임을 고려했을 때 이 곡을 함께 소개하고 싶었다.





  3분 30초쯤의 쾌감. 느껴지는가? 이 곡의 가장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하는 지점이다. 곡을 마치 마지막인 것처럼 끝까지 몰아치다가 갑자기 텅 빈 것처럼 비워버리는 순간. 아주 짜릿하다. 처음 이 부분을 들을 땐 마치 라이브를 보듯이 소리를 질렀다. 너무 매력적인 이 곡의 포인트라 생각한다. 이 순간의 적막 때문에 곡이 입체적이고 더 매력적이다. 그리고 처음 부분을 부르듯이 애쓰지 않고 노래를 불러주고, 기타 솔로로 연결된다. 기타 솔로도 애쓰지 않는다. 편안하게 솔로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같은 앨범의 다른 곡들보다 유난히 이 곡과 베스 하트의 케미가 좋다고 느껴진다. 내가 블루스라는 장르를 유독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얕은 바이브레이션과 낮은 목소리, 지르는 허스키한 보이스가 모두 곡과 잘 어울리고 듣기 좋다. 청승맞은 밤에 듣기 좋은 곡이라 생각한다.


출처: 슬픈연가







  제가 좋아하는 곡들로 설명을 하다 보니 두서도 없고 흥분해서 글을 써내려 간 듯하다. 글을 한두 번 더 정리하겠지만 어쨌든 제가 이 곡들을 왜 좋아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 같다. 이 글을 통해 재즈가 이런 것도 있구나, 듣기 좋다 생각되신다면 매우 성공이라 생각한다. 만약 재즈를 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들어야 되는지 모르겠다면, Jazz Radio라는 어플을 추천드린다. 장르별로, 악기 종류별로 재즈를 나누어서 24시간 재생해주는 어플인데 나도 그 어플을 통해 새로운 아티스트를 많이 알게 되었다. 듣다가 내 마음에 드는 곡이 나오면 캡처해 두었다가 나중에 그 음반을 찾아서 듣곤 한다. 이렇게 저의 좋아하는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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