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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Mar 12. 2022

어쩌다 재즈 공연을 보러 가게 됐을 때 대처법

09. 재즈가 어렵다고요?



  오늘은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해보려고 한다. 재즈의 역사나 재즈의 거장들과 그 음반을 하나씩 소개해 주는 글들은 이미 너무도 많이 있으므로, 재. 알. 못(재즈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실제적인 재즈 감상법을 최대한 알기 쉽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일단 재즈에는 기본적으로 어렵게 들리는 재즈 화음이 들어가고, 솔로(solo)라고 하는 악기들의 즉흥연주가 포함되고, 스윙 리듬을 사용한 곡이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리듬만으로도 재즈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스윙 리듬은 2,4 박자가 강조된 리듬인데 이건 말로 설명이 어려우니까 아래 링크를 참고하면 좋겠다. 가장 처음 나오는 드럼 리듬이 스윙 리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입으로는 “치이~ 칫! 치지~”와 같이 소리가 나는데 그런 소리를 드럼이 내고 있다면 거의 백 프로 재즈이다.


Fly Me To The Moon - Frank Sinatra

https://youtu.be/ZEcqHA7dbwM



  사실 재즈라는 말은 훨씬 범용적으로 쓰여서 위에서 얘기한 재즈 화성을 쓴다거나, 솔로가 있다거나, 스윙 리듬이거나 셋 중에 하나만 해당되어도 재즈라고 부르는데 무리가 없다. 블루스, 펑크, 발라드, R&B도 어떻게 연주하냐에 따라서 재즈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어려운 얘기는 이쯤 하고, 그래서 내 귀에 듣기에 재즈로 들리는 그 음악은 어떻게 감상하는 것이냐. 보통 일반적인 재즈는 아래와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인트로-헤드인-솔로-헤드아웃-아웃트로
Intro-Head in-Solo-Head out-Outro




  이게 전부이다. 사실 너무 쉬워서 민망할 정도이다. 인트로(Intro)는 전주를 말한다. 노래 곡(보컬, 목소리가 포함된 곡)이라면 노래하기 전 맨 처음에 악기들만 나오는 부분이 되겠고, 악기만 나오는 곡이라면 뚜렷하게 들리는 멜로디 직전까지가 인트로라고 볼 수 있다. 곡의 가장 첫 부분이다. 가끔 가요에서도 전주 없이 노래가 바로 시작되기도 하듯이 가끔은 인트로가 없는 재즈곡들도 있다. 



  헤드인(Head in)은 멜로디이다. 그러니까 노래가 있는 곡이면 좀 더 쉽게 이해가 가능한데, 노래를 부르는 부분까지가 헤드인이 될 것이다. 뚜렷한 멜로디를 가진 부분. 전주가 끝나고 다른 악기들이 좀 작아지고 한 악기가 뚜렷하게 들리도록 멜로디를 연주한다면 그것이 헤드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뒤이어 솔로가 시작된다. 



  솔로의 시작은 보통 피아노, 기타, 베이스처럼 음정을 연주할 수 있는 악기들이 주로 한다. 뭔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멜로디를 따라 부를 수 없게 되고 다른 악기들도 솔로 연주자와 같이 점점 격정적으로 따라가 주는 느낌이 든다면 그곳은 솔로이다. 한 악기의 솔로가 끝나고 다른 악기가 솔로를 하기도 한다. 그건 팀마다 어떻게 하기로 약속했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여러 차례 악기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낸다. 그러고는 가끔 트레이드(Trade)라는 것이 등장한다. 이것은 마치 악기들이 대화하듯 일정한 길이를 정해서 피아노가 연주하고, 기타가 연주하고, 드럼이 연주하고, 다시 피아노가 연주하고 이렇게 번갈아가면서 짧게 솔로 연주하는 것을 트레이드라고 부르는데 이건 곡에 따라서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그리고 헤드 아웃(Head out)으로 넘어간다. 헤드 아웃은 또 헤드인과 똑같은 멜로디를 연주한다. ‘어? 이거 처음에 나왔던 멜로디인데?’ 싶으면 헤드 아웃을 연주 중인 것이다. 헤드 아웃을 연주 중이라는 것은 곧 곡이 끝난다는 뜻. 일반 가요에도 후주가 있거나 없거나 선택이듯이, 재즈에서도 아웃트로(Outro)는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노래 - 솔로 - 노래인 것이다.


출처: EBS - 그림을 그립시다




https://youtu.be/r-Z8KuwI7Gc



  위의 곡은 빌 에반스의 Autumn Leaves이다. 이 유명한 재즈 넘버로 한번 더 설명해보려 한다. 이번엔 연주자의 생각도 조금 가미해서 설명해 보겠다. 위의 링크를 클릭해 음악을 들으면서 읽으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처음 ~ 0:08까지가 인트로.


다음 ~ 0:45까지가 헤드인. 아주 잘 아는 멜로디가 딱 등장한다. 중간중간 잘 모르겠는 멜로디들이 나와도 괜찮다. 전체적인 무드를 우리가 아는 멜로디가 이끌고 가고 있다면 헤드인을 하는 중이다. 연주자들은 때때로 아주 유명한 곡을 원곡 그대로 연주하는 것을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다. 멜로디가 적당히 들리면서 나의 아이디어를 살짝씩 첨부하며 헤드인을 보통 연주한다. 이걸 멜로디 페이크(fake)라고 부른다. 


그다음엔 베이스 솔로가 이어진다. 베이스는 기본 볼륨이 크지 않고 낮은 소리이기 때문에 보통 베이스 솔로일 땐 다른 악기들이 반주를 최소화한다. 중간중간 피아노가 끼어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베이스가 솔로를 이끌어간다. 내가 듣기엔 베이스만 나오면 심심하기도 하니 중간중간 피아노가 끼어드는 것 같은데, 드럼이 그걸 들으며 당황하는 눈치이다. (아닐 수도 있다.) 내 귀에는 드럼이 피아노를 따라서 소심하게 나오다가 안 나오다가 하는 것처럼 들린다. 어쨌든 말 그대로 즉흥 연주이기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른다.


2:00부터는 피아노 솔로가 이어진다. 여기부터는 베이스와 드럼이 모두 나와서 피아노의 솔로를 받쳐주고 있다. 피아노 소리는 크니까 드럼은 리듬으로, 베이스는 저음으로 피아노를 보조해 준다. 이제 헤드 아웃을 찾으면 되는데, 우리가 아는 그 멜로디가 나오면 거기가 헤드 아웃이다. 그전까지 편안하게 피아노가 어떤 식으로 솔로를 하는지 즐기면 된다. 그리고 보조해주는 다른 악기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유의 깊게 살펴 들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실제로 재즈 연주 중에는 솔로를 하고 있는 연주자가 눈짓이나 몸짓으로 다른 연주자들에게 신호를 주면 다음 턴(다음 솔로주자 혹은 헤드 아웃)으로 넘어간다. 라이브 연주를 볼 때는 한 사람의 솔로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주어 솔로 연주자에게 호응을 보낸다. 가끔 재즈 라이브 음원을 들으면 관객이 박수를 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연주자가 솔로를 끝냈을 때 박수를 쳐준다면 아주 수준 높은 재즈 리스너가 될 수 있다. 솔로 주자도 연주하면서 더 신난다. 아무래도 즉흥연주이다 보니 솔로는 그날의 상황, 분위기를 많이 타게 되는데 관객이 박수를 제 때에 쳐준다면 솔로 주자는 아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역량을 보여줄 것이다.


아. 기다렸던 헤드 아웃이 아니라 갑자기 베이스가 격렬한 연주를 한다.(4:44부터) 다시 피아노가 하고. 여기는 트레이드 구간이라기엔 규칙성이 없게 베이스와 피아노가 주고받는다. 보통 트레이드 구간이라 하면 2마디, 4마디, 8마디 이런 식으로 정해놓고 주고받는데 이 곡에선 마구 주고받는 거 보니, 아무래도 서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며 솔로를 하는 구간으로 약속한 게 아닌가 싶다. 주로 베이스가 솔로를 끌어가며 피아노가 중간중간 나오는 형식으로 하기로 약속한 듯하다. 여기는 일반적이지 않은 재즈 형식을 띄고 있다.


그리고 5:07에서 드디어 우리가 아는 멜로디가 나온다. 여기가 헤드 아웃이다. 헤드 아웃은 보통 원래 멜로디를 좀 더 다르게 연주한다. 이 부분도 듣다 보면 뭐야 솔로야, 멜로디야 싶게 멜로디가 들리다가 안 들리다 한다. 거기가 헤드 아웃이다. 이미 헤드인에서 멜로디를 들려줬기 때문에 굳이 똑같이 한 번 더 치지 않고 멜로디를 더 많이 페이크 해서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또 똑같이 치면 민망하거든.


5:44에서 자연스럽게 아웃트로로 넘어간다. 





출처: 팝팀에픽



  이렇게 재즈 한 곡을 감상해보았다. 생각보다 별게 없다. 처음 헤드를 찾고, 뒤 헤드를 찾으면 된다. 만약에 잘 모르겠어도 괜찮다. 어쨌든 헤드를 연주하는 시간보다 솔로를 하는 시간이 대부분 훨씬 길기 때문에 그저 연주자들의 솔로를 편하게 감상하면 된다. 연주자들이 그 즉흥연주를 통해 무슨 말을 하는지, 다른 악기들은 그 말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주는지 조금만 더 귀를 기울인다면 그것 만으로도 재즈를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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