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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슬 Oct 22. 2023

와식인간, 드디어 일어나다.

누워있기도 이십대까지의 전유물이었다니..!


나는 왜 이렇게나 빨리 태어난 것인가? 인류는 왜 그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육체노동을 하고 살아와서 인간을 이리도 힘들게 하는가. 호모 사피언스가 이렇게나 평온한 삶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런 투덜거림을 가지게 될 때가 있다.


내 인생 가장 많은 시간을 누워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자면 20대 후반이었다. 원래도 잠이 많았지만, 이때의 나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누워있는 편을 택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천장만을 바라봤다. 커튼을 닫은 채로 창밖의 시간이 흐르는 것을 무시하면 해결 되지 않을 현실을 피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 말이다.


우울감에 빠져 누워있기를 반복하던 그때, 나는 지금이 일어나야할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이 이렇게나 누워있으면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프다는 생체 실험의 결과가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아 허리, 나도 모르게 앉았다. 그마저도 양반다리를 한 채로 앉으면 허리가 아팠다. 아 허리, 나는 허리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책상 앞에 앉은 이상 무엇을 하겠는가. 책을 펴서 글을 읽거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어제의 다짐이 무심하게.


무기력하게 누워있기도 더이상 허락되지 않는 삼십대가 되어버렸다. 아, 허리, 더 이상 나의 와식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나를 노동으로 이끄는 구나. 죽고 싶지만 너무도 살고싶은 그 양가적인 마음을 가지고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란 인간 한평생 침대와 하나되는 것이 꿈이었건만, 그것도 젊을 때나 가능한 것이었군 하는 마음을 안고서.


앉아있다보니 심심함이 몰려온다. 심심하면 어쩌겠나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뭐 이러다보면 뭐든 되겠지 안 그래?


죽으면 평생 누워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현대인은 가루가 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


안타깝게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들은 와식인간으로 살아갈 수 없다. 한참을 지난 후에 태어난 새로운 인류는 누워서 당류로 몸을 범벅시켜도 건강을 유지 할 수 있을 듯 싶은데, 그렇다. 우리는 너무나 일찍 태어난 것이다. 오늘도 어쩐지 하루를 살짝 포기하고 싶은 아침이면 억지로 일어나 환기를 시키고 커튼을 걷는다. 시간의 흐름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어쩌겠어. 너무 일찍 태어난 것을, 운동도 하고, 앉아있고, 노동도 하고 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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