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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l 03. 2023

빽다방 이야기 시작-

처음부터 쓰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그래 처음 쓰는 글이니까 처음부터 시작하자. 때는 2022 8월 말이었지. 1년 10개월 정도 하던 공무원 공부를 그만뒀어. 계획도 없이 그냥 그만둔 거야. 묻지는 않았지만 그만둔 이유를 말하자면, 내가 공무원이 되고 싶던 이유가 사라졌거든. 안정적인 직업을 얻고 당시 연애 중인 여자친구와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공무원이 되고 싶었어. 근데 여자친구랑 헤어진 거지. 차였어.


공부를 그만뒀으니까 이제 뭘 해야겠어? 뭘 하겠어. 취업준비해야지. 나이도 서른셋이고 흙수저집안에서 태어났는데. 본격적인 취업준비를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느 분야에 취업할지 정해야겠지?


우선 전공과 경력은 살리고 싶지 않았어. 전공은 일찍이 나랑 너무 안 맞아서 졸업하고 자격증도 안 받아 둔 상태로 바로 미국 보냈어. 또 공무원 공부를 시작하기 전 2년 동안 했던 일 역시 나랑 너무 안 맞아서 그만뒀는데, 그 일을 다시 시작하라고? 절대 할 수 없지. 하라면 할 수는 있어. 근데 한다면 또 이런 순간이 반복될게 분명했어. 아 어느 부분이 안맞았는지 궁굼해? 궁금하면 오백원. 쏴-리. 전공이랑 하던 일 둘다 내 성격이랑 너무 안맞아서 그만뒀어. 단순해.


자- 전공도 경력도 살리지 않고 취준을 해야한다면? 그럼 내 인생 카테고리에 없던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해야 되는 거야. 서른셋에 준비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참 너무 늦었다.'

'이렇게 인생 망하는 거구나'

'이게 정형적인 꼬인 서른의 인생이구나' (이거 유튜브에서 검색해 봐 진짜 이런 제목의 영상 많고, 다 나 같은 사람 팩트로 폭행하는 내용이야.)

.

.

.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와르르 쏟아지는 가운데,

'하지만, 어차피 정상 궤도를 이탈한 인생인데 뭐 끝까지 이탈해 보자'라는 결심이 섰어.


내가 이십 대였으면 이 결심을 '용기'로 포장할 수 있지만 서른셋 그러니까 삼십대니까 이건 절대 용기가 아니야. 결코 용기니 뭐니 희망적인 단어로 포장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절대적인 자포자기의 영역이야. 다만, 결과는 모르는 자포자기라고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여태 살아왔던 인생의 카테고리에 없던 새로운 일을 시작할 준비를 위한 준비. 무슨 준비를 하면 좋을까? 고민을 시작했어. 이왕 시작하는 거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하자라는 결심을 했어. 딱히 잘하는 것도 특별히 타고난 재능도 없으니까 무슨 일을 선택해도 제로베이스잖아? 능력주의 경쟁주의 사회의 정점인 우리나라에서 참- 안타까운 사실인데 이렇게 담백하게 싸질러 노니까 별로 안타까워 보이지는 않는다. 근데 이거 진짜 심각하게 안타까운 사실이야.


그래서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뭔데? 나는 콘텐츠를 좋아해. 그리고 그 콘텐츠의 생산과정에 개입하는 걸 좋아해.(뭣도 아니면서.) 그러니까 그 콘텐츠라는 게 글이든 영상이든 좋아하는 거야. 그 중에서도 영상 콘텐츠를 더 좋아하고. 또 영상 콘텐츠의 뿌리도 어쨌든 글이잖아? 그래서 결정했어.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자.'

'그럼 이제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자'


위에 언급된 모든 고민과 생각 그리고 결심까지 만 하루가 걸렸어. 신속하지?(상대적으로?) 나는 뭔가 결정하는데 늘 이렇게 신속했던 것 같아. 길게 오래 고민하는 걸 싫어하거든.


이렇게 공부를 그만둘 때처럼 장교로 임관하고 군생활을 하다가 전역을 결심할 때도 그랬고. 2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둘 때도 그랬어. 아마 내 성격이 이렇게 빠르게 혼자 생각하고 결심해 버리는 성격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다르게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궤도 안에서 평균적인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서 후회되냐고? 모르겠다. 아마 조금의 후회는 있으니까 이 문장을 쓴 것 같아. 무의식 중에 손이 먼저 이 문장을 쓴 거니까.  


어쨌든 모든 고민과 생각의 정리 그리고 결심이 끝났는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어. 이 문제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야. 또 그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순수하게 내가 짊어져야 할 문제야. 바로 금전적인 문제. (슈발 흙수저 흙흙)


군생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번 돈을 대부분 대략 2년 동안 공무원을 준비하면서 다 써버렸고. 또 얼마 안 되지만 일부 자산도 '9만2천 전자(92층에 사람있어요~)'에 물려있었어. 그렇다면 공무원 준비를 할 때처럼 마냥 '준비'에만 몰두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야. 돈을 벌면서, 최소한 알바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거든. 이 금전적 문제를 직면한 순간 엄청난 걱정이 몰려왔어.


'서른셋 먹은 신입 알바생을 받아 줄 업장이 있을까?'

'서른셋 남자인데 어디서 알바를 할 수 있을까?'


근데 쓰고 보니까 또래들과 사회적 위치를 비교하는 결의 부정적 의식이 가미된 생각은 안 했네? 그니까 가령, '누구는 직접 창업해서 사장명함 파고 다니는나인데 나는 알바나 시작하려 하네...', '누구는 대리직함 달고 회사 다니는데 나는 알바나 구하고 있네...'처럼 인스타그램 보면 탄생하는 그런 부정적 생각말이지. 작년 8월의 나 생각보다 자존감이 높았다. 아니다, 시작부터 자포자기라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뭐 어쨌든 일단 알바를 구하기 위해 '알바천국' 어플을 받았어. 대략 8년? 만에 잊고 있던 계정과 비밀번호를 찾아서 로그인했어. 로그인하니까 이십 대 초중반에 업로드해놨던 어린 내 증명사진이 날 반기더라? 그 시절의 나를 보니 '새삼- 안 늙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 아 그니까, 내가 동안이라는 그 어떤 나르시시스트적 생각이라기보다는 이십 대 초중반 시절이 노안이었다는 거야. 외관이 그때랑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은? 이력서 사진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거지. 사진을 제외한 모든 정보를 새롭게 입력하고 알바를 찾기 시작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서른셋 나이 든 알바를 고용해 줄 수 있는 호방한 사장님을 찾기 시작한 거지.


아 근데 사람이 간사한 게 어플을 받을 때만 해도 진짜 '업종 가리지 말자, 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일하자' 이런 생각이었다? 근데 막상 어플 받고 업종카테고리랑 업체광고배너를 보니까 나만의 기준이랑 조건을 세우고 가리면서 고르고 있더라? '나 뭐 돼?' 그것도 아닌데 말이지. 어쨌든 뭣도 없는 내가 세운 기준이자 조건은 세 가지였어.


1. 집 근처

2. 카페 or 편의점

3. 오픈&오전 시간


이렇게 세 가지 조건의 업장은 몇 개 없었어. 근데 그 몇 개 없는 업장 중에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서른셋의 나를 호방하게 받아준 울 사장님이 있는 빽다방이 있었어. 울 사장님이 올린 공고는 굉장히 단순했고, 따로 이력서를 보낼 필요도 없었어. 나는 그 부분이 굉장히 맘에 들었고 사장님이 올린 양식에 맞춰 '문자'를 보냈어.


'안녕하세요? 알바모집 공고 보고 '평일 오픈 지원' 문자 보냅니다. 저는 1990년생 남자입니다. 오늘자로 2년 정도 하던 공무원 공부를 끝내고 알바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3년의 군장교생활과 2년의 직장경력이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경력은 없지만 서비스업 경력은 대학교 시절 CGV미소지기 1년 6개월, 취업준비 기간 북카페 1년 경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몇 시간 안 돼서 울 사장님한테 답장이 왔어.


'8월 22일 11시 중동역 더벤티에서 면접 가능할까요?'


이 문자를 받고 나는 속으로 환호했어. 최종 합격 문자도 아니고 면접을 보러 오라는 문자인데 말이지. 근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지원 문자를 보내고 다시 공고를 확인했을 때 내가 지원한 시간 모집공고가 사라졌거든. 긍까, 나는 뽑혔다고 확신을 한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뭐 같다. 그리고 지원 문자를 잘 봐바. 이름도 안 적었어. 아 어쨌든 나는 큰 고민 없이 바로 답장을 보냈지.


'가능합니다 :)'


자, 여기까지가 이 이야기의 시작이야.



**이야기의 모든 내용과 등장인물은 상상에 기반된 픽션이자 가상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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