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sky from Speyside, Scottland
The Macallan Sherry Oak 12 Years old
Single Malt Whisky from Speyside, Scottland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어둠과 고독에 내 정신과 몸을 던져 헤엄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비까지 내리니 더할 나위 없는 새벽이었다. 부슬비가 내리니 땅은 이내 여러 물감이 섞여 언제나 볼 수 있었던 어두운 늪의 색을 띠었고, 그 물길 따라 내 의식도 아득한 시간 속으로 흘러갔다.
생각을 환기시키곤 할 때엔, 어렴풋이 과거를 더듬곤 한다.
노을이 뉘엿뉘엿하고 있던, 교토 아라시야마에서의 시간 조각이 어두운 내 기억 속에 반딧불이처럼 찾아왔다.
사진을 한 장씩 넘겨보며 쌀쌀한 날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싱글 몰트가 생각나 좋아하는 위스키를 꺼냈다. 아직 반쯤 남아있던 맥켈란 병의 코르크를 따면, 숙성연도에 비해 깊고 진한 몰트 향과 Sherry wine의 진득하고 달콤한 내음이 코끝까지 파고든다. 식욕을 돋우는 매혹적인 향이 불러온 그 날의 저녁식사.
료칸에서 가이세키와 이 12년 산 위스키를 곁들였다. 제철 해산물 요리를 컨셉으로 나온 요리는 최소한의 양념으로 본 재료의 맛을 잘 살려 교토의 봄을 선물해주었고, 그 뒤를 강렬하고 달콤한 맥켈란이 완벽하게 뒷받침해주었다. 일본에 왔으니 애정하는 Masahiro Sayama Trio 의 Vintage 앨범을 들으며 식사를 끝냈다.
고독해서 더 좋았던 만찬을 즐기고 유카타와 나막신을 신고 밖을 나왔다. 비가 내리고 난 후, 저녁을 맞이한 아라시야마. 벚꽃 잎을 머금은 도게츠 강 그리고 그 조용한 강에서 불어오는 저녁 꽃내음.
누구에게나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은 2016년 4월 1일. 교토에서 마지막 날을 마무리해야 하는 아침. 천천히 아침 산책하며 만개한 벚꽃과 놀이를 즐기러 온 관광객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광경을 보니 차분해진다. 위스키 또한 자연의 산물을 사람의 정성으로 빚어낸 하나의 아름다운 합작품이 아닐까?
내가 싱글 몰트 위스키를 사랑하는 이유.
체크 아웃을 하고 료칸의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도게츠교 절반을 지나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를 담당해준 직원분께서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여운은 내가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 따스하게 손잡아주었다. 이 달콤 씁쓸한 맥켈란 한 잔이 그 온기를, 그 날을 나에게 선물한 오늘.
혼자이기에 완벽했던 내 생일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