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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BM Dec 09. 2021

부서진 편견 부서질 편견, 전우영

<잘 될 인터뷰 시즌3> 라이징 활동러들의 이야기

코로나 학번.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신입생 생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20, 21학번 대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필자도 이 코로나 학번에 속한다. 그 흔한 OT와 MT를 비롯해 심지어 강의실 수업조차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을 보고 사람들은 대개 불쌍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나는 절대 불쌍하지 않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교복을 벗고 사회로 나온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시간을 지역 활동에 쏟으며 세상의 수많은 가치를 깨닫고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잘 될 인터뷰 시즌3>의 마지막 인터뷰이는 필자다. 자문자답의 형태로 그간 세종에서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세청넷 9기 참여 모습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21살의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재학생이자 세종청년네트워크(이하 ‘세청넷’) 링크 매니저 전우영이라고 합니다.



아직 21살인데도 벌써 여러 역할을 맡고 계시네요. 그간 참여했던 지역 활동들은 무엇이 있나요?


처음 경험한 지역 활동은 지난해 신입생 때 참여한 2020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 공동 기획자 활동이에요. 그 후 2020년 실패박람회에 토론자로, 2021년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에 테이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했어요. 올해 상반기에는 세청넷 9기에 회원으로 함께했고 하반기에 매니저단에 합류하게 되면서 10기 링크 매니저이자 살롱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난 5월에는 세청넷에서 진행한 <심장이 뛰는 캠퍼스>에 패널로 참여했고 8월에는 청년정책아이디어경진대회에서 주거 관련 정책 아이디어를 공모하기도 했어요. 현재 <잘 될 인터뷰>의 에디터도 맡고 있습니다.


<심장이 뛰는 캠퍼스> 행사 진행 사진

신입생 때는 동기들과 놀기 바쁠 텐데 대외 활동을 열심히 하셨네요.  지역 활동이었던 문화기획학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교에 오지 않고 본가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었는데요. 신입생인데 학교를 안 가니 동기를 만날 일도 없고 할 것도 없고 시간이 너무 남아도는 거예요. 저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거,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걸 좋아하는데 아무것도 못 하고 있으니까 굉장히 답답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대외 활동을 열심히 찾아봤어요. 그러던 중 학과 신입생 단체 메시지 방에 문화기획학교 홍보 포스터가 올라온 거예요. 프로그램 내용을 봤더니 행사를 직접 기획해본다는 내용이 담겨있더라고요. 그래서 덜컥 신청했어요.



행사를 만들어볼 수 있다니 특별한 기회였을 것 같아요. 어떤 행사를 기획하셨나요?


저는 <PLAY ALL-NIGHT>이라는 프로그램의 공동 기획자였어요. 해당 프로그램은 작년 8월 말에 코로나19로 지친 청년 활동가들을 응원하고 다시금 열정의 불씨를 피워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졌고요. 처음에는 <PLAY GARDEN>이라는 이름으로 조치원 문화정원에서 1박 2일 캠프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방역 지침 변경으로 인해 문화정원이 폐쇄되면서 행사 계획을 다시 세우게 됐는데요.


그 후 장소를 청년희망팩토리로 변경하고 디지털 디톡스를 콘셉트로 잡았어요. 건물 옥상을 조가박스(조치원과 메가박스의 합성어)로 만들어 영화를 상영했고 저스트댄스 게임존, 보드게임존, 깊은 대화를 나누는 딥토크존, 핑거푸드존을 만들어 행사를 진행했어요. 시크릿 파티였기 때문에 설명은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웃음)


<PLAY ALL-NIGHT> 행사를 준비 중인 모습


첫 지역 활동은 제 현실을
파악하게 된 계기였어요



시크릿 행사였다고 하니 굉장히 신비로운 느낌이 드네요. ‘문화기획학교라는  지역 활동을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아요. 우선 강연과 실습 과정을 통해 행사 기획 방법부터 준비 과정, 실행, 사후 처리 방법까지 알 수 있었고요. 함께 무언가 만들어 가는 것의 뜻깊음과 기획의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어요. 문화기획학교 활동이 제 현실을 파악하게 된 계기도 되었는데요. 활동하면서 세상에는 멋진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고 그들에게 배울 것도 많다는 걸 알았어요. 저 스스로 어느 정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물 안의 개구리였구나 싶었습니다. (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고요. 덕분에 저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기 계발 의욕을 불태울 수 있었네요.



사회에  발걸음을 떼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참여해서 배운 것들이 더욱 많았을  같아요. 청년 공동체 세청넷에 참여하게  과정도 궁금해지네요.


세청넷은 문화기획학교에 참여하면서 알게 된 공동체예요. 당시 문화기획학교와 세청넷 7.5기 활동을 동시에 하는 분들이 계셨는데 옆에서 하도 세청넷, 세청넷 하니까 도대체 세청넷이 어떤 단체인지 너무 궁금해지는 거 있죠. 찾아보니까 세청넷에서 정확히 어떤 활동을 할지 예상은 안 되지만 일단 재밌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모집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다가 후다닥 신청했어요.


세청넷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신선한 문화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요즘 같은 개인주의 시대에 청년들이 모여서 생각과 취미를 공유할 일이 거의 없다 보니까요. 직접 참여하고 나니 매주 세청넷 하는 날이 기다려지더라고요. 취미 공유라는 목적과 서로 함께 하는 공동체의 형태가 저에게 정말 잘 맞는 것 같아요.


<잘 될 인터뷰 시즌2>를 제작할 당시 우영님


많이 부서지고 또 그만큼 단단해지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어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좋아하는 분이라는   느껴지네요. 그럼 이번 <  인터뷰> 활동도 재밌게 하고 계실  같은데요.


네. 맞아요. 인터뷰이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들에 대해 알아가는 게 재밌어요. 저의 글로 지역 활동가들을 알릴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뿌듯하고요. 그런데 사실 재미보다 고통을 더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웃음) 처음 경험하는 활동인 데다가 1인 에디터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느끼는 부담감이 분명 있거든요. 다른 활동들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의지할 곳도 있고 문제가 생겨도 커버가 되었어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온전히 저의 몫이다 보니 제 부족한 면을 많이 보게 되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많이 부서지고 또 그만큼 단단해지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어요.


그래도 저에게 에디터 역할을 맡겨 주신 건 늘 감사하게 생각해요. 저를 이 프로젝트의 에디터로 뽑아 주신 이유 중 하나가 저의 성장 가능성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했고요. 제가 더 발전할 기회를 주셨다는 게 너무 감사할 따름이에요. 물론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속상하고 죄송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힘들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은데 그렇다고 후회한다는 건 전혀 아니에요. 첫 미팅 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또다시 에디터를 하겠다고 말할 거거든요.


지역 활동을 하다 보면
저를 증명할 기회가 많이 오는 것 같아요

2021 실패박람회 <청년아고라>에서 퍼실리테이터 활동


서울에서 살고자 하는 건 당연한 거고
비수도권에 살고자 하는 건 이유가 있는 게 되어버리는 거죠.
이 현상이 참 기이하다고 느꼈어요.



프로젝트가 끝났을 때는 더욱 멋진 모습의 우영님이 되어있길 기대해봅니다.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뽑아보자면 언제인가요?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해서 다 기억에 남아요. 특정해서 이야기하기보다 누군가 저의 능력을 인정해준 순간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남이 인정해주지 않으면 못 사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웃음) 그렇지만 인정은 우리 스스로 자신이 어딘가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항상 누군가가 저를 인정해주면 기분이 너무 좋고 그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더라고요.


지역 활동하다 보면 인정받는 순간이 많은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아마 그만큼 저를 증명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자리들이 많으니까 내가 더욱 인정받을 수 있고 그만큼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거겠죠.



지금까지 지역 활동하며 들었던 생각이나 느낀 점이 있나요?


우리가 어디 가서 ‘나는 나중에 서울에서 살 거야.’라고 하면 동감의 반응이 주로 와요. 그런데 ‘나는 나중에 수도권 말고 그냥 지방에서 살 거야.’라고 하면 ‘왜?’라는 물음이 먼저 돌아오더라고요. 서울에서 살고자 하는 건 당연한 거고 비수도권에 살고자 하는 건 이유가 있는 게 되어버리는 거죠. 이 현상이 참 기이하다고 느꼈어요. 지역에서 활동하며 살아보니까 딱히 별다른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이 동네가 좋고 이 도시가 좋으니까 내가 사는 곳을 더 좋게 만들어보자 딱 이거 하나로 여기 사는 거거든요. 저는 앞에 이야기한 현상이 지역 살이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시작된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 되어서 그런 편견을 부수며 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2020 문화기획학교 성장혁신스쿨 활동 중


나에게 세종시란 [       ] 다.


나에게 세종시란 [ 텃밭 ]이다.

제가 세종시라는 텃밭에서 자라는 식물 같아서 이렇게 비유해봤어요. 대학이라는 씨앗에서 출발해 지역 활동이라는 거름을 먹으며 자라고 있는 거죠. 식물이 아무리 자생력이 있다고 해도 햇빛이나 영양분 없이 완전히 혼자 자랄 수 없잖아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감사한 환경 덕분에 쑥쑥 성장하고 있는 게 식물을 닮았어요. 이 에디터 활동으로 또 한 번 성장할 거예요.



[에디터 후기]


필자의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잘 될 인터뷰> 시즌2, 3의 에디터 활동이 막을 내립니다. 끝 무렵에는 늘 그렇듯 지나간 시간이 속속히 떠오릅니다. 에디터로 합격한 날부터 첫 미팅, 첫 인터뷰이를 만난 날, 그리고 다른 분들의 인터뷰 날과 원고 작성까지. 어느 하나 쉬운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어려웠기에 더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활동을 마치면 한층 더 성장한 모습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볼 수 있겠죠.


인터뷰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를 한 가지 적어봅니다. 수도권 중심화로 지방이 소멸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무리 돌아도 지역 소멸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역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죠. 여전히 그 지역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꾸준히 새롭게 생겨나고 있고요. 지역 발전을 위한 시도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그 시도를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잘 될 인터뷰> 시즌2와 시즌3에 관심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며 모두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될 인터뷰>는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잘 된 사람, 특별한 사람만을 인터뷰하는 기존의 방식을 뒤집어 ‘잘 될 누군가’를 인터뷰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잘 될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임을 부각하고자 합니다. 지역 청년을 청년희망팩토리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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