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시작부터 "달라야" 하는 이유
요즘 우리집 세살 꼬마는 루돌프 사슴코 캐롤에 푹 빠졌다. 아들과 함께 신나게 부르다 보니, 가사가 숨겨진 의미가 큰 깨달음을 준다.
루돌프 사슴코는 1939년 미국의 로버트 메이가 쓴 빨간코 사슴 루돌프 (Rudolph, the red-nosed reindeer) 라는 동화에서 유래되었다. 메이는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어린 딸 바바라를 위해 이 동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빨간코 때문에 놀림을 받던 루돌프가 결국 그로 인해 크리스마스 썰매를 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딸에게 남들과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 특별함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다.
남들과 다른 것은 나쁜것이 아니야. 그건 특별함이야.
Robert L. May
오랜만에 캐롤을 불러보자.
루돌프는 다른 사슴에겐 없는 매우 반짝이는 빨간 코를 가졌다. 이것은 귀한 '다름'이다. 루돌프에게 빨간코는 태생적으로 주어진 것이지만 단점이 아니라 '다름'으로 받아 들였을때 Competitive Advantage가 된다.
불붙을 정도의 반짝이는 코는 명확한 다름이다. 스타트업에게는 이 명확한 다름을 발견하는 것 (혹은 정의하는 것) 에서 부터 어떻게 이것을 특별함으로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다름을 어떻게 이점(Advantage)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인데, 일단 초기 스타트업 팀은 본인들과 그 사업아이디어가 가진 모든 다른점들을 정의해봐야 한다. 결국 시장이 그것을 이점(Advantage)으로 받아 들일 때 이것이 곧 특별한 가치(Unique value)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반짝이는 코를 장점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루돌프는 썰매를 끌고 싶어하는 사슴인데, 그런 상황에 강력한 다리(기존 시장이 추구하는 지배적 가치)가 아닌 빨간 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관련성이 쉽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빨간코는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되거나 심지어 웃음거리 조차 될 수 있다.
스타트업 경쟁력은 이런 우스꽝스러운 다름조차 시작부터 경쟁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기존의 시장이 어떻게 해석하던 간에 빨간 코를 가진것은 루돌프 뿐이다. 썰매 좀 끄는 사슴들이 각광받는 세상(기존의 시장)에서 코가 빨간 사슴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생각하긴 쉽지 않지만, 빨간코는 태생적으로 다른 것이므로 그것이 누군가의 가치가 되었을때는 대체 불가하다는 점이 핵심이다.
다른 사슴들 (기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강자들 - 실제 소설에서 8마리의 사슴들이 등장한다)이 루돌프의 이름을 부르며 놀려댔지만 '루돌프=빨간코'로 각인될 수 있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상의 무수한 유망 스타트업들은 존재 여부조차 기억되지 않는다.
사슴들은 루돌프를 비웃으며 놀이 (any reindeer games)에 껴주지 않는다. 기존의 인더스트리에서 배척당한다. 그들이 중요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썰매를 잘 끄는 능력, 산타클로스로 부터의 인정 등)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기존의 솔루션들이 가진 '안일함'에 대한 도전이다. 가령 루돌프가 본인의 코를 Advantage로 인식했다면, 시장에 "왜 아직도 날이 좋을때만 썰매를 끄세요? 어둠을 환히 밝히는 사슴이 있는데?"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혁신적인 스타트업은 기존의 시장을 뒤집어 엎고, 고객들이 미쳐 몰랐던 불편함에 대해 일깨운다.
왜 아직도 날이 좋을때만 썰매를 끄는 거죠? 어둠을 환히 밝히는 사슴이 있는데?
다름이 가치로 인지되는 순간이다. 맑은 날이든 안개 낀 날이든 불붙을 정도의 밝은 코를 가진 건 루돌프 뿐이었다. 안개낀 날(문제)이라는 특정한 상황에서 그 다름이 고객(산타)에게 실질적인 이점으로 인지되었다.
스타트업의 솔루션이 시장의 문제와 맞아 떨어졌다! (Problem - Solution fit). 캐롤에서는 산타클로스에 의해서 문제가 발견됐지만, 실전에서는 스타트업이 본인들만의 다름에 집중하여, 아주 특정한 상황(안개낀 날)이나 아주 특정한 고객의 문제(크리스마스에 전세계 어린이들한테 선물을 배달하는 산타클로스)에게 어떻게 이점이 될 수 있을지 다양하게 고민해 볼 수 있다.
단 한명의 특정한 문제를 명쾌히 해결하는 것에서 출발하라.
서울 전역의 공중 화장실에 휴지를 원활히 공급하는 것 이전에 볼일 후 휴지가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는 그 한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
Logan Yoon
루돌프 사슴코의 클라이맥스다. 루돌프는 산타클로스라는 중요한 고객을 만났다. 실전에서는 스타트업이 첫번째 열성고객 (earlyvangelist)을 만나는 순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제 '코가 빨간 것과 그 코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전혀 대체될 수 없는 가치 (Unique Advantage)가 되었다. 산타라는 고객(시장)이 그것에 대한 가치를 인지하고 매우 귀히 사용함 (Taking advantage)으로써 루돌프는 다른 사슴들이 따라 잡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산타에게 경쟁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산타는 루돌프로 인해 안개낀 날 경쟁자들이 날씨 탓하며 쉬어야 할때 홀로 시장의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이제 루돌프가 시장에서 모두가 선호하는 서비스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우스웠던 다름은 이제 특별함이 되었다.
루돌프의 빨간코가 산타의 Unique Advantage가 되어 길이 길이 기억된 것 처럼,
스타트업의 아니라도 비지니스가 자신만의 색깔을 구축해야 함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마이클 포터가 경쟁 우위 (Competitive Advantage)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했고, 세스 고딘도 그의 역작 보랏빛 소가 온다(Purple cow)를 통해 '다름'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다만, 현 시대의 스타트업들에게는 시장 진입 먼저. 경쟁 우위는 나중에. 라는 전략은 사치다. 스타트업의 매일 매일이 서바이벌이라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스타트업은 시작부터 다름과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특별함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즉, Unique Advantage는 성공후에 얻어지는 열매가 아니라 초기 스타트업 전략의 본질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만의 다름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때 그 스타트업은 대체 불가한 가치가 된다. 우리 스타트업이 가진 장점 10개 보다 우리만의 '빨간코'로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다른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당신만의 특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