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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집트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선사들이 증가했고, MSC는 아프리카의 볼로레로지스틱스를 인수했으며, 아프리카 항만 개발에도 적극적인 모습으로 보입니다. 해운분야의 전문가인 성결대학교 글로벌물류학부의 한종길 교수와 국제물류의 전문가인 배화여자대학교 국제무역물류학과 구교훈 겸임교수와 인터뷰해 자세한 내용을 청취해봤습니다.
Q. HMM을 비롯한 선사들이 수에즈운하를 거치지 않고, 희망봉으로 우회해서 운송하는 항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에즈운하의 통과료가 계속 인상되면서 비용을 절감하려는 모습으로 풀이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한종길 교수
수에즈운하의 통과료가 매년 5%에서 많게는 15% 정도 인상되고 있습니다. 인상되는 이유는 이집트 당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고 얘기하는데, 선사 입장에서는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죠. 50~70만불 이상 부담하는 선박도 있으니까요.
선사들의 입장에서는 작년, 재작년 코로나시국처럼 화물이 많고 운임이 비쌀 때는 운하통과료가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운임이 강하하고 있는 상태에 앞으로도 해운시장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에서는 선사 입장에서 높은 수에즈운하 통과료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하지 않고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것은 해운선사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겠죠. 그러나 무조건 우회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면 작년처럼 유류비가 높으면 긴 장거리로 우회하는 경우 유류비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운임부담력이 있는 화물들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게 될 것이고,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갈 때보다는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아오는 경우, 공선 운항을 하는 블랭크세일링(blank sailing)의 개념을 도입할 때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일부 선사들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작년 코로나시국에서 물동량이 엄청나게 늘었던 선사들이 작년 말부터 내년까지 계속적으로 선복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복량이 늘어나고 빈 배로 계속 운항하게 되면 너무 많은 손실을 선사가 입게 됩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선사가 취할 수 있는 방향, 첫 번째는 운항속도를 낮추는 슬로우스티밍(slow steaming)이 있을 수 있겠죠. 10일 만에 도착하던 것을 15일 만에 도착하도록 속도를 늦추는 건데요. 결과적으로 선복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슬로우스티밍은 선박 자체를 그대로 두고 조절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아예 한 루프를 구성하는 8척의 선박 중에서 1척의 짐을 싣지 않고 공선 운항을 시키는 겁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갈 때는 짐을 싣고, 돌아올 때는 짐을 싣지 않아서 결과적으로는 그 항로의 선복량을 조절하는 거죠. 화주 입장에서 볼 때는 부킹을 하려고 했는데 배가 줄어든 것과 같은 효과가 있는 거고, 선사 입장에서는 운임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겁니다.
새로 나온 20000TEU급 이상의 선박들은 주로, 아시아-유럽항로에 투입이 되는데, 이 선박들의 경우에 20000TEU 이상이기 때문에 실제로 수에즈운하 통과료가 굉장히 비쌉니다. 52~55만불 정도 되니까 왕복을 하게 되면 100만불 이상이죠. 100만불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부담이 되기 때문에 차라리 운임을 일정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공선 운항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A. 구교훈 교수
선박의 원가 중에는 컨테이너 비용, 선원비, 항비 등 여러 가지 비용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운하통과료가 상당히 높은데요. 예를 들어보면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박이 24,000TEU급인데 HMM 국적선사도 여러 척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산신항을 출항해서 싱가포르의 말라카해협을 거쳐서 인도양의 밑을 지나고, 수에즈운하를 지나서 지중해, 지브롤터 해협을 가서 다시 돌아서 독일 함부르크, 라스트포트(lastport)인 로테르담까지의 항로가 우리가 많이 이용하는 아시아-유럽 항로입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항로를 우리가 헤드홀(head-haul)이라고 하고, 유럽에서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는 항로를 백홀(back-haul)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2가지의 운하통과료가 얼마인지 확인했더니, 우리나라에서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때 내야하는 운하통과료가 무려 170만달러라고 합니다. 약 22억원이에요. 그리고 다시 돌아올 때 140만달러, 약 18억을 내야합니다. 그러니까 수에즈운하를 지나갔다가 다시 왔을 때 HMM의 24,000TEU급 1척이 매 항차마다 내야하는 운하통과료만 310만달러, 한화로 약 40억을 내야합니다. 이게 얼마나 큰 돈이냐면 2월 24일날 스팟운임이 TEU당 882달러입니다. 이것을 24000TEU에 대입해보면 TEU당 약 100달러가 수에즈운하 통과료입니다.
그러니까 HMM이 받는 전체 운임의 11%를 운하통과료로 지불해야 한다는 거죠. 선사들은 벙커씨유 같은 연료비, 선원비,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 내야하는 것이 많은데 운하를 통과했다고 전체의 11%를 내야한다는 것은 굉장히 큰 비용이라는 거죠. 따라서 선사들은 수에즈운하를 통행하지 않는 방법을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항로인데요. 케이프타운, 남아프리카공화국 끝에 희망봉으로 돌아서 가면 이게 수에즈운하를 지나는 것보다 10,000km 가까이 거리가 늘어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나라 부산신항에서 로테르담까지 18,000km라면 희망봉으로 돌아가면 약 28,000km가 된다는 거죠. 문제는 거리가 길어지기 때문에 유류비가 올라가겠죠. 그러나 수에즈운하를 지나지 않는다면 운하통과료인 약 40억원이 절감이 되니까, 계산해보면 우회항로인 희망봉으로 돌아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낫다는 겁니다.
이게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1월 4일에 로테르담을 출항한 컨테이너선이 탕헤르항(모로코)으로 갈 때도 우회해서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HMM도 24000TEU급의 선박이 앤트워프항(벨기에)에서 출항하고, 싱가포르항에 올 때 수에즈운하를 거치지 않고 희망봉으로 돌아오니까 비용이 절감됐었죠. 선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절감되니까 이익이 커지죠.
문제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보통 로테르담에서 부신신항 간 수에즈운하를 통했을 때 33~35일 정도 걸린다고 해요. 그러나 지난번 앤트워프에서 싱가포르까지 온 HMM의 사우스햄튼호가 12월19일날 앤트워프항에서 출항해서 싱가포르항에 2월 6일에 도착했어요. 약 50일이 걸렸거든요. 우리나라까지 올 경우에는 57~60일이 걸린다는 겁니다.
우리가 보통 컨테이너선을 라이너(Liner), 정기선이라고 부르죠. 정기적인 정해진 항로를 정해진 운항시간을 준수하면서 운항한다는 뜻이죠. 근데 이렇게 긴 시간, 57~60일이 걸리면 이게 정기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기선사는 화주한테 신속한 시간을 보장할 수 없게 되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되는 겁니다.
선사는 운송시간이 길어도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비용인 약 40억원을 절감할 수 있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운송서비스, 즉 운항시간은 늘어난다는 겁니다. 이런 식이면 정기선사라는 지위를 부여하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선사의 입장에서 보면 해운업의 불황기 때, 해운회사들이 없어지고 통폐합됐던 과거를 다시 겪지 않으려는, 원가절감의 피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수출입 화주 입장에서는 안 좋죠. 적기에 화물을 운송해서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안 된다면 결국 제조, 유통업체들도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MSC가 볼로레로지스틱스의 아프리카부문을 인수했고, 항만 개발도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프리카가 물류의 길목으로서 성장가능성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한종길 교수
물류시장을 볼 때 중국, 인도 다음은 아프리카라는 이야기가 있죠. 새로운 제조거점으로서 아프리카의 가능성에 대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프리카의 항만물류시장을 꽉 잡고 있는 것이 과거 식민지 지배시절부터 이어져온 유럽 선사들이죠. 특히 선두주자인 머스크가 아프리카의 주요 항만 대부분을 운영하고 있고, 자회사 또는 머스크가 직접 아프리카의 주요 항만을 기항하는 선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뒤를 이어서 MSC도 아프리카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항로들은 대부분 유럽에서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남북항로, 아프리카에서 중동(두바이) 쪽을 연결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일본, 중국에서 출발해서 유럽으로 가는, 기간항로의 가능성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현재 희망봉 우회항로 같은 경우에는 크게 아프리카의 잠재적인 물류길목으로서의 가능성을 봤다기 보다는 단순한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동아시아에서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항로의 가능성은 중동항로와 아프리카항로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에서 들여다봐야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A. 구교훈 교수
MSC가 아프리카의 기업을 인수하는 모습이나, 진출하는 것은 좋은 신호고, 아프리카 물류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프리카 무역의 특성은 원자재를 수출하고 완제품을 수입하는 건데, 완제품을 수입하는 항로, 항구는 남아공이나 케냐 쪽에 있기 때문에 상관이 없어요.
근데 원자재는 내륙에 있거든요. 내륙에서 항구로 나오는 인 랜드 트랜스포테이션(in land transportaition)이 아주 열악합니다. 과거 일본이나 중국이 인프라를 개척하고, 철도나 항만을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선진국들이 원하는 수준은 아니에요.
따라서 이번에 수에즈운하를 통하지 않고 희망봉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아프리카 물류가 갑자기 활성화된다는 것은 저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경제가 대외무역 쪽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인프라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사들이 무조건 아프리카 쪽에 선박을 많이 투입해서 운항하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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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면세점?
✔ 우리나라 수출입의 97%는 해상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죠. 그만큼 우리나라에 있어서 선박은 중요하기도 하고, 조선강국이기도 하고요. 실질적으로 운항하기 위한 기름이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공급망의 분야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다른 산업도 있어요. 바로 선용품산업인데, 각종 선박에 필요한 식품, 소모품, 부품 등을 공급하는 아주 중요한 산업이에요.
✔ 매일마린은 1995년 설립된 선용품공급기업이에요. 냉동 식품 뿐 아니라 양념, 소스 등의 1000가지가 넘는 선식을 필리핀, 중국 등 각지에서 직수입해서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고 선용품, 면세품, 레싱 장비 등 선박과 관련된 모든 제품을 판매 및 공급하고 있어요. 스위스 화학기업인 SIKA의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파트너사이기도 하죠.
✔ 선용품 사업은 바다의 면세점이라고도 불려요. 전세계 선용품 시장 규모는 약 45조원 규모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죠. 선박에는 탑승하는 인원이 기본적으로 수천명에 이르기 때문에 한 번 구입하는 기본 단위가 수천만원에서 억대거든요.
✔ 2021년까지는 선용품 사업이 수출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외국적 선사에게 판매를 하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2022년 1월 1일부터는 외화를 받고 외항선에 내국의 선용품을 공급하면 수출실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어요. 그 배경에는 코로나 시기 해운과 선용품 시장의 성장이 있었죠. 국내 선용품 거래금액 규모는 2020년 15억3785만달러에서 2021년 17억4591만달러를 넘어섰어요.
✔ 해운시장이 성장하면서 선용품시장도 중요해지고 있고, 정부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영세한 업체들이 많다고 해요. 국내 선용품 공급업체들이 기술적으로는 우위에 있으나 세계시장에 비해서는 그 비중이 적은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우리나라 항만의 발전과 같이 성장시켜야 하는 중요한 산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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