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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끝자락에 맺힌 '시드르(Sidr)' 꿀

파키스탄 이야기, 하나

by 박동희

본의 아니게 꿀부자


우리 집은 꿀이 넘처나는 집이다. 진짜 '꿀'이다.


한국산 아카시아꿀, 제주도산 감귤꿀 같은 것도 있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든 특별한 꿀이 좀 다. 캄보디아에서 구해온 건기의 막바지 보름달이 뜬 밤에 연기를 피우고 나무를 올라 따온다는 목청이나, 라오스에서 구한 꽃가루가 가득 섞인 석청, 우즈베키스탄에서 구한 하얀 고체꿀, 파키스탄 고원 사막에서 구한 진한 빛깔의 엉겅퀴 꿀 등 좁은 집 찬장에 둘 곳이 부족할 정도다.


파키스탄 스카루두 고원 사막 지대에서 엉겅퀴 꿀을 만들고 있는 양봉가

사실 꿀 맛 구분을 잘 못하기에 딱히 모을 생각은 없었다. 다만 업무 특성상 해외를 오가는 생활이 10년 이상 이어졌는데, 항상 개발도상국만 가다 보니 기념품으로 가져올 만한 것 중 가장 만만한 게 꿀이었다. 유통기한도 딱히 없고, 가성비도 좋았다. 무엇보다도 꿀 싫어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선물용으로도 딱이었다. 조금 무겁기는 해도 항상 귀국길의 가방은 텅 비어있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꿀맛 테이스팅


그러다가 작년 말쯤이었나? 집에 쌓인 들을 한번 쭉 늘어놓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하게 되었다. 꿀 맛을 비교하기 가장 좋을 방법이 뭘까 고민하다가 가래떡 구운 것에 찍어먹는 방법을 택했다. 일본에서 추운 겨울을 나면서 맛 들이게 된,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꿀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떡을 구워서 꿀에 찍어 먹는 것은 꿀 맛일까 떡 맛일까?


한 번에 비교를 해봤더니 확실히 차이가 났다. 가장 맛이 좋았던 것은 바로 파키스탄의 '시드르 꿀'이었다. 뭐랄까 고유의 독특한 풍미를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하나? 세련된 꽃향기가 입안에 남는다고 할까? 호불호가 갈릴 여지도 있을 듯 한 맛으로, 고유의 개성이 확실히 있었다. 다른 꿀들도 절대 나쁜 꿀이 아니었기에 놀라운 결과였다.



시드르 꿀이 뭐지?


시드르 꿀은 '시드르 나무(Ziziphus spina-christi)'에서 채집한 꿀인데, 시드르 나무란 대추나무속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의 건조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나무이다. 이 나무가 유명한 것은 예수의 가시나무 면류관이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이 나무는 희생과 고난을 상징하고 나아가 구원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이슬람에서도 시드르 나무를 특별하게 취급한다. 코란에 따르면 일곱 천국의 끝에 '시드르 나무'가 있다고 한다. 이 나무 너머로는 사람도 천사도 넘어갈 수 없는 신의 영역이라 전한다.


시드르 나무 ⓒ CC. 4.0(Wikipedia)


이와 같이 중동지방에서 시드르 나무는 역사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중요성을 가져왔. 그래서 사람들은 잎과 열매 그리고 시드르 꽃에서 채집한 꿀까지 모두 약용으로 써왔다. 인터넷에는 기적과 같은 효능들이 가득 넘쳐난다. 부 그럴 수는 있겠다 싶어도, 꽤 많은 이야기들은 꿀을 많이 팔고자 하는 사람들의 과장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제로 그 효능에 대해서는 보장할 수 없기에 이 글에서 다루지는 않다.


시드르 나무의 꽃과 열매 ⓒ CC. 4.0(Wikipedia)



시드르 꿀 먹는 방법


시드르 꿀에 맛을 들인 작년부터, 있게 먹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시도해 왔다. 특유의 꽃향기 때문에 요리에 넣는 것은 딱히 어울리지 않았다. 장 마음에 드는 방법은 요거트에 섞어먹는 것이다. 최근에는 압착 오트밀과 플레인 요거트 그리고 시드르 꿀 한 스푼을 넣어서 먹기를 즐기고 있다. 이는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듯해서 왠지 득 보는 느낌이다.


필자가 자주 먹는 아침식사, 시드르꿀+오트밀+요거트


그 외에도 과일에 얹어 먹거나, 잠자기 전에 티스푼 하나만큼 떠먹고 자는 방법도 괜찮다고들 하는데, 잘 모르겠다. 그 외에도 기발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을 듯하 천히 찾아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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