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라 이야기' 추천의 글 4

KOICA 파키스탄 사무소 백소담 부소장

by 박동희

공간은 인식으로서 존재합니다. 우리가 제아무리 같은 행성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삶의 궤적에 따라 각자에게 더 크고, 선명하고, 역동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지요. 그런 점에서 이 책 『간다라 이야기: 탁실라에서 본 간다라』는 직접 인더스강과 머리산맥을 넘지 않고도 독자들이 탁실라라는 새로운 공간을 가져볼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독자에게 파키스탄의 북서부 지역은 아직 엄격한 이슬람교 문화와 다사다난한 근현대사의 여파가 지배하는 곳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러한 인식이 실은 상당히 얕고 고립된 시공간에 멈춰있었다는 즐거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파키스탄의 기후와 문화를 직접 경험한 지은이 박동희 박사의 시선에서 쓰인 덕분인지 책에도 그 특유의 애정과 관심이 묻어나며, 유적과 유물 들을 손으로 하나씩 짚어가는 듯한 묘사 덕분에 간다라 문화가 낯선 독자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 가면 어느새 멀리 떨어져 있는 듯했던 간다라 이야기가 중국을 넘어 우리와 가까운 신라에까지 불쑥 찾아와 있을 것입니다.


필자 역시 파키스탄에서 한 해를 넘게 살며 두어 번 탁실라 지역의 시르캅 고대 도시 유적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지은이의 남다른 친절함이 담긴 이야기 덕분에 전에 없이 다양하고 선명한 탁실라의 면모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식견의 한계를 깨고 시야를 넓히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분들이라면 『간다라 이야기: 탁실라에서 본 간다라』를 읽어보시기를 적극 권합니다.


백 소 담

KOICA 파키스탄 사무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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