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
커피를 못 마신다.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린다.
사실 한 잔으로는 그러지 않고,
한잔하고도 한 모금 더 마시는 순간
내 심장에는 모터가 달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부분의 커피는 쓰다.
맥심의 달달한 분말 커피가 커피의 중심이었던 적이 있었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쓰디쓴 아메리카논지 뭔지 하는 게 커피의 명사가 되었다.
너무 아쉽다. 분말 커피가 대중픽이었을 땐 나는 어린아이였다.
식후 달달하기만 한 커피를 마시는 부모님을 보고 있으면 그게 참 부러웠다.
2025년, 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폐업되는 시대가 됐다.
카페는 참 신기한 곳 같다.
누군가는 달달하다 하고 누군가는 나처럼 쓰다고만 하는 커피의 공간에
온갖 감정선이 새로 생기고 끊어지기도 한다.
사랑이 이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연결되기도 하고
그러지 못해 허탈한 한숨이 카페 문 앞에 쌓이기도 한다.
누군가는 본인이 좋아하는 카페에서 창작을 하기도 하고
단순 반복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삶의 조각이 따스한 라떼 거품처럼 편안하게 녹아내릴 수 있는 공간이
카페가 아닐까 싶다(물론 에스프레소처럼 쓴 공간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커피 냄새만 맡아도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있다.
그러한 이들에겐 카페는 빨리 나와야 하는 공간이다.
누군가는 잠을 억제하기 위해 커피를 마신다.
그러한 이들에겐 꼭 카페가 아니어도 언제나 커피가 함께 할 것이다.
누군가는 시간만 때우러 가는 공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SNS에 추억을 올리기 위해 가는 곳이다.
멋져 보이기만 한 SNS 속 사람들을 보면
가끔 귀엽다 생각이 들기도 한다.
꼬물꼬물 커피를 세팅하고
각도를 기웃기웃 카메라를 찰칵
커피의 향과 맛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커피 향은 입속이 아닌
사진 속에 담겨 영원히 기억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난 그렇게 못 하지만^^,,
난 커피를 못 마신다.
그래서 카페를 가면 아이스티나 약한 차를 마신다.
그렇기에 난 선택지가 많아서 카페를 가면 남들보다 1.5배 더 고민한다.
세상엔 향긋하고 맛있는 차와 음료가 너무 많다.
커피가 아니더라도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일이 많다.
나는 카페에 은은히 풍겨오는 커피 향만으로도 충분하다.
가끔은 자판기 커피가 끌린다.
한겨울에 동전을 넣고(요즘은 지폐? 카드?)
손을 오들오들 떨며 30초를 기다리면
따스하고 달달한 밀크커피가 나온다.
호호 식혀서 한 모금 마시면 그날 하루의 피로가 날아간다.
괜히 주변에 있을 거 같은 자전거 보관대나 정류장의 풍경을 바라보고
(괜히 주변에 있을 거 같은 22) 담배 피우는 아저씨들을 구경하면
꼭꼭 이러한 기분 좋은 느낌의 장면들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커피는 못 마시지만 기분 좋은 커피를 마시고파서 괜히 한 번 꺼내본 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