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코리안(Korean)이 미국 생활에서 얻은 것들
글을 쓰다 보니 이렇게 쓰다가는 한 달에 한 편도 못쓰고 브런치 작가 자격을 박탈당할까 싶어 분량을 나눴다. 블로거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해외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디를 가던 사실상 해외여행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가격은 국내여행인 점이라 하겠다. 짧게나마 여행의 기록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어느 날, 부서장이 전 직원을 회의실로 불렀다. 그런데 익숙한 얼굴 둘이 보이질 않는다. 휴가를 갔겠거니 생각했는데 부서장이 담담하게, 두 사람을 해고했다고 말한다.
분명 엊그제까지 함께 어울리고 일을 하던 직원들이었다. 업무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은 인터뷰 때 이 팀이 잡 시큐리티(직업 안정성)가 훌륭한 팀이라고 했던 사람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다른 부서는 더 많은 사람이 잘려나갔다고 한다. 우리 팀은 운이 좋은 거라고. 미국은 이직이 용이한 반면 쉽게 잘린다. 왜 미국에 왔을까 잠시 후회가 되는 순간이었다.
오랫동안 MBA를 가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엄청난 비용이 문제였다. 한국에서 미국 MBA를 가는 방법은 회사를 그만두고 가는 방법뿐이다. 학비와 생활비, 포기하는 연봉의 기회비용이 너무 컸다.
미국에 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회사를 다니며 MBA를 할 수 있으니 비용을 훨씬 절약할 수 있었던 것. 고민할 것 없이 플로리다에서 가장 좋은 학교인 플로리다 대학 (University of Florida) 경영대학원에 원서를 넣었다.
1년 반 과정에 학비는 43,000불(약 5천만 원). 큰 금액이지만 회사에서 1만 불을 지원해줬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훌륭한 선택이었다. 이력서에 한 줄 올리는 것은 물론, 많이 배웠다. 특히 영어를.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 깜짝 놀랐다. 50명 중 나만 유일한 동양인이자 외국인이고 나머지는 거의가 백인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인간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당최 알아듣지를 못하겠다. 남부 사투리가 심한 데다 대화의 90%가 슬랭, 거기다 잘 알지도 못하는 스포츠 얘기만 하니 더더욱 영어가 소음으로 들렸다.
다행히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주었다. 시간이 지나자 친한 친구들도 생기고 팀 활동도 열심히 할 수 있게 되었다. 경영학 전공인 내게 MBA에서 배우는 내용은 특별할 게 없었다. 알던 지식을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좀 더 깊게 파고드는 정도? 그러나 실제로 협상을 연습하는 협상 수업이나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수업, 스타트업 수업 등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학생들이 죄다 백인이다 보니 백인들과 좀 더 잘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덤이었다.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게이터(Gator)가 되었다.
졸업 후 같은 사무실의 UF 출신 직원 하나가 이제야 진정한 게이터가 되었다고 축하해주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학연인가? 학연 지연 안 따질 것 같지만 미국인들은 의외로 자기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졸업한 학교 로고가 새겨진 번호판을 차에 달고 다닐 정도다.
MBA는 더 이상 높은 연봉과 더 많은 기회를 의미하지 않는다. 얼마 전 해고된 직원도 MBA였고, 우리 팀 직원 중 절반 이상이 MBA다. 너무 흔해서 MBA는 더 이상 가치가 없고 그저 자기만족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력서의 MBA 한 줄이 내 은퇴를 1년만 나중으로 미뤄줄 수 있다면 이득이라고.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토록 염원하던 건강한 첫 아이가 태어났다. 귀여운 딸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아이를 가지려 무던히 노력했건만, 그 바람은 이루어지질 않았다. 그 바람은 미국으로 오자 금세 이루어졌다. 아무래도 미국 생활이 스트레스가 훨씬 덜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국에는 산후조리원이 없다. 대도시에는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운영하는 곳이 있기는 한데 적어도 내가 사는 도시에는 없었다. 그래서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오셔서 두 달 정도 도와주셨는데, 그때 도와주시지 않았으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확실히 아이를 키우는 데는 미국이 한국보다 훨씬 좋은 것 같다. 미세먼지 걱정도 없고, 교육열도 훨씬 덜하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보고 생각했다. 모두가 조금씩 느리게 살기로 약속하면 모두가 덜 힘들 텐데. 그러나 분명 약속을 어기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는 되지 않는다. 그래서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아직 아이가 돌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교육 걱정을 하는 것을 보니 나도 한국인의 교육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다. 공부가 중요하지만 행복이 더 우선이다. 부디 행복한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달된 아이를 데리고 한국에 다녀왔다. 3년 만의 귀향이었지만 미세먼지에 깜짝 놀랐고, 바뀐 환경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했다. 머무른 두 달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한국 여행기는 음식 사진으로 대체해볼까 한다ㅎㅎ
제목처럼 '나 미국에서 일하고 싶어'라고 해서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미국 회사의 한국 지사에서 일하다 미국 본사로 넘어온 특이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솔직히 나도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 다만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미국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비교분석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항목 별로 간단히 살펴보자.
1. 연봉: 케이스 바이 케이스. 절대적인 금액은 미국이 더 많지만 생활비를 고려하면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 호봉제가 없다 보니 오랜 경력의 직원이 젊은 직원보다 돈을 적게 버는 경우도 많다.
2. 직업 안정성: 한국이 좋다. 미국에도 공무원 등은 철밥통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리해고가 쉽다 보니 직업 안정성은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
3. 정년: 미국은 정년의 개념이 없다. 그러다 보니 본인이 능력만 있고 마음만 있으면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 도시전설에 따르면 록히드 마틴에는 90세 먹은 엔지니어 직원이 있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4. 사내정치: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다. 다만 미국의 조직이 좀 더 자주 변하기 때문에 정치가 덜 드러날 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5. 복리후생: 한국 승. 미국 회사의 복리후생은 한국에 비할바 아니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처럼 자녀 학자금을 내주거나 하는 것도 전혀 없다.
6. 생활비: 한국 승. 연봉은 높은데 세금과 높은 보험료(미친 보험료다. 진짜 미쳤다)를 감안하면 남는 돈은 오히려 적다. 물론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이 부분은 많이 차이가 날 것이다.
7. 업무강도: 미국 승. 업무 강도는 한국을 따라올 나라가 없는 것 같다. 솔직한 말로 한국에서 일하는 것의 반만 일해도 열심히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8. 업무 스트레스: 미국 승. 업무강도가 적다 보니 당연히 스트레스도 덜하다.
9. 워크 라이프 밸런스: 미국 승. 회식은 1년에 2-3번 하면 많이 하는 거고, 참석도 자유다. 야근도 강요하지 않는다. 거의 야근하는 사람이 없다. (물론 이것도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각각 장단점이 있다. 물론 회사마다 다르고, 업종마다 다르고, 개인마다 위 항목들에 대한 평가는 다를 것이다. 그냥 참고 정도로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혹시나 미국 회사 생활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주세요.
지난 3년은 내게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영어도 많이 늘었고,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숙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가 태어났고, 삶을 만족스럽게 사는 방법을 배웠다.
앞으로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유럽으로 발령이 날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확정난 것은 아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국에서의 이 경험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잠깐 쉬었다 가자.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 남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