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이 우리의 곁으로 성큼 다가온 요즘, 신선한 영감을 불어넣어 줄 전시 4곳을 소개한다.
고민거리 혹은 심심풀이로 타로카드를 뽑거나 운세를 점쳐본 경험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거다. 기나긴 팬데믹으로 물질적, 정신적 불안 속에 지내는 요즘, 우리의 ‘운명’과 존재에 대한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타로를 봐주는 채널의 구독자가 43만 명이 될 정도로 운명을 점치는 것에 대한 인기가 높은 요즘, 시대적인 요소를 반영한 ‘FortuneTelling: 운명상담소’ 전시를 진행한다. 샤머니즘과 우주론적 세계관의 요소들을 재해석하여 ‘운명’의 의미를 고찰하고 ‘상담’을 통해 관람객들이 내면세계를 깨달아가는 여정을 마련한 것.
전시는 1전시실의 <운명>과 2전시실의 <상담소>로 나뉘어 총 15팀의 작업으로 구성된다. 사주포차, 오래된 약국, 오행 상담센터, 본능미용실, 라로바의 방, 행운교환소 등 작가들이 만든 6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상담소>를 경험할 수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의 무의식을 들여다보고 인생을 상담하며 적극적으로 운명에 맞서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게임형 모바일 전시 <포춘텔링센터>도 함께 진행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운명에 대한 신비로운 내레이션의 안내를 따라 상담소의 참여작가를 모티프로 한 가상공간을 탐험해 볼 수 있다. 또한 관객이 자신의 고민을 입력하고, 게임 속 선택에 따라 최종 점괘를 받는 형식으로 진행되어 관객이 직접 고민을 점쳐보고 해석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4월 16일부터 7월 11일까지 선보인다.
알부스 갤러리에서 아티스트 장 줄리앙 Jean Jullien의 개인전 ‘다시 안녕 Hello Again’을 선보인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전시는 30여 점의 작가의 페인팅 신작으로 채워졌다. 장 줄리앙은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과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현대미술 작가로서의 위치를 각인시켰다.
그의 작업은 작년부터 이어진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바뀐 공간과 계절의 흐름에 따라 제작됐다.서핑, 산책, 바다와 같이 소소한 보통의 이미지들을 주제로 대상에 대한 개인적인 관찰이 더해진 섬세한 표현이 특징. 캔버스 작품 속 오브제와 배경들은 작가가 공유하고픈 그의 일상적 경험을 나열해 특별함을 더한다. 그렇게 매일의 기록이 모인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한다고하니 작가가 그간 탐구하고 전개한 결과물들을 확인해보자.
장 줄리앙 Jean Jullien의 개인전 ‘다시 안녕 Hello Again’은 네이버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오는 5월 3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 일정은 확산되는 코로나 19 양산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첫 기획전인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를 선보인다. 1930~1940년대 경성이라는 시공간을 중심으로, ‘문학’과 ‘예술’에 헌신하며 암흑적인 시대와 다르게 역설적인 시대를 살아 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다. 그 시대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일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잠시 접어두자. 식민지화된 국가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나날을 견뎌내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그 시대는 이전의 전통 사회와 현대 사회를 잇는 엄청난 변혁의 시기이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신문화의 충격을 받아들이고 흡수하면서 튕겨냈던 역동의 시대에 문학과 예술의 가치를 믿고 이를 함께 추구했던 예술가들 사이의 각별한 ‘연대감’을 느껴보자. 이번 전시를 통해 절망의 시대를 개척해 나갈 추동력을 얻고자 했던 예술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암흑’의 시대였던 일제 강점기와 해방 시기에 수많은 화가와 문인들이 주고받은 영감을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이상, 김환기, 이중섭 등 문학가와 미술가 50여 명이 등장한다. 비록 가난하고 모순으로 가득 찼던 시대 한가운데서도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도 풍요로웠던 예술가의 멋진 신세계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4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진 전시는 공간에 따라 다른 주제로 구성된다. 정지용, 이상, 이중섭 등 한국의 전설적인 문인과 화가의 작품을 골고루 감상할 수 있으며 예술가들의 소중한 자산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흥미로운 전시가 될 것이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진행한다.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작가 유에민쥔은 자신을 모델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실없이 웃는 얼굴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는 유에민쥔의 국내 최초 대규모 개인전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는 총 6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 섹션은 유에민쥔의 트레이드마크 웃음을 삶과 죽음, 인간 사회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다. 호탕한 웃음 뒤에 감춰진 숨은 의미를 다각도로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유에민쥔이 자신을 모델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한 채 실없이 웃는 얼굴의 인물을 화면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킨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활짝 벌리며 웃지만, 이것은 작가의 자조적 웃음이자 절망적인 사회를 허무와 풍자로 표현한 역설적 웃음이다. ‘냉소적 사실주의’, ‘정치적 팝’으로 대변되는 차이나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그의 작품을 통해 그가 겪은 삶과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체감해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전시 기간 동안 전시장 내 도슨트 해설을 진행하는 대신, 비대면 전시 도슨트 앱인 ‘도슨트’를 사용해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해설은 아이돌 그룹 샤이니 온유가 특유의 따뜻한 음성으로 읽어준다. 전시는 5월 9일까지 진행한다.
글. 박솔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