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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지붕, 라다크로 향하는 길

by 론리포토아이

라다크,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인도의 북쪽, 히말라야와 카라코람산맥 사이에 숨겨진 고원 지대이며, 인더스강이 흐르는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작은 티베트'라 불릴 만큼 티베트 불교의 정취가 깊게 배어 있는 곳이다. 레(Leh)는 해발 약 3,400m에 위치하며, 잠무 카쉬미르 주의 중심도시로서 과거에는 티베트, 카슈미르, 인도, 중국을 잇는 교역로의 중요한 기착지였다.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책 《오래된 미래》를 통해 처음 소개된 라다크는, 현대 문명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삶의 모습으로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제 그 오래된 미래를 찾아 떠나려 한다.

라다크의 심장부인 레(Leh)로 가는 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하늘길, 국내선 항공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단 한 시간 남짓의 짧은 비행으로 이 신비로운 땅에 도착할 수 있지만, 해발 3,400m가 넘는 고도에 갑자기 노출되면 고산병에 시달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비행기로 도착한 후 며칠간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고도에 적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육로, 험준한 산악 도로를 따라가는 방법이다. 시간과 체력이 요구되지만, 그만큼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마날리나 스리나가르에서 출발하는 육로는 여름철(6월~9월)에만 개방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장엄한 히말라야의 풍경은 그 자체로 거대한 여행의 일부가 된다. 산의 능선과 푸른 하늘, 그리고 그 아래로 흐르는 인더스강의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차가운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고요한 영혼의 안식처, 레

마침내 레에 도착했다. 해발 고도가 높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먼저 레의 심장인 메인 바자르로 향했다. 활기 넘치는 시장에서는 따스한 미소를 띤 라다크 사람들과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뒤섞여 있었다. 알록달록한 깃발, 독특한 수공예품, 그리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어우러져 이 도시의 첫인상을 강렬하게 남긴다.

도시를 굽어보는 언덕에는 여러 명소들이 자리하고 있다. 시내 어디에서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냠걀체모이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언덕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니, 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아래 레 궁전이 굳건하게 서 있다. 17세기에 지어진 이 거대한 궁전은 라다크 왕국의 영광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도시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었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져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 다른 언덕 위에는 샨티 스투파가 고요하게 빛나고 있다. '평화의 탑'이라는 이름처럼, 흰색의 돔형 사리탑은 평화로운 기운을 발산하며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새벽에 이곳에 오르면 눈 덮인 설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고, 해 질 녘에는 그림자를 길게 느러뜨리며, 붉게 물드는 도시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신앙의 숨결이 깃든 고대 수도원들

레 시내를 벗어나면, 라다크의 깊은 영혼을 만날 수 있는 고대 수도원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틱세 곰파는 티베트의 포탈라 궁을 축소해놓은 듯한 웅장한 모습으로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일 아침 열리는 예불은 라마승들의 나지막한 독경 소리와 함께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라다크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수도원인 헤미스 곰파는 매년 열리는 축제로 유명하며, 라마유루 곰파는 '달의 계곡(Moon Land)'이라 불리는 독특한 지형에 자리해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곳들을 여행하다 보면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것을 넘어, 라다크 사람들의 삶에 깊이 뿌리내린 티베트 불교의 정서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라다크는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간직한 곳이 아니다. 냉량건조한 기후와 험준한 지형 속에서도 평화와 소박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고산병에 대한 대비, 큰 일교차에 맞는 옷차림 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곳이지만, 그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여행지다. 라다크는 내게 오래된 미래를 보여주었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살아 숨 쉴 것이다.

나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이곳의 풍경에 점차 녹아들었다. 한국의 찌는 듯한 여름 더위를 피해 온 이곳은 완벽한 휴식처였다. 매일 아침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걷고,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과 정겹게 인사를 나눴다.

잊을 수 없는 재회, 라다크의 따뜻한 정

2016년 여름, 상카르 곰파 근처의 한적한 골목에서 우연히 만났던 젊은 할머니를 2023년 여름, 세 번째 방문에서 다시 만났다. 할머니는 나를 알아보시고는 깜짝 놀라며 환하게 웃으셨다. 처음 만났을 때 찍었던 사진을 드리자, 그 행복해하는 얼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할머니는 망설임 없이 나를 집안으로 초대하셨다. 따뜻한 차와 함께 손수 만든 쿠키를 내어주셨고, 전통적으로 실을 잣는 모습도 보여주셨다. 나는 거실에서 가족들을 보며 그들의 평온하고 소박한 삶의 일부가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 라다크는 더 이상 낯선 여행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진심 어린 삶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헤어질 때, 할머니는 다음에도 꼭 다시 들러 달라고 말씀하셨고, 나는 그 약속을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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