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21.10.31

by 박윤희

더 이상 눌러 담을 공간조차 없을 만큼 차올랐다.

참고 참아봐도 바늘처럼 쿡 찔러버린 말에 터져버렸다.


계단으로 뛰쳐나가 아이처럼 숨 넘어가듯이 울었다.

멈출 수 없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낼 휴지가 필요했다.


약한 모습을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딱 한 사람이 떠올랐다.

감히 15년 선배에게 휴지 좀 가져 다 달라고 카톡을 보냈다.


층계로 오더니 쭈그려 울고 있는 날 보며 놀라더라.

그런데 정말 어른은 어른인가 보다.

휴지를 뽑아 건네주더니 아무것도 묻지 않고 조용히 등을 토닥여주었다.


서럽게 우는 나를 아무 말 없이 토닥여주다가, "괜찮아지면 연락해"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혼자 있을 시간을 주고 조용히 떠났다.


나는 한 시간 정도를 쭈그려 앉아있었다.

진정을 하고 자리에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별일이 아니었다.

단지 쌓이고 쌓인 것이 작은 말 하나에 터져버린 것이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토닥여준 선배에게 채팅을 걸었다.

선배는 늘 그랬듯이 장난스레 "어떤 놈이야!" 라며 내 기분을 또다시 토닥여주었다.


의지할 수 있는 기둥이 다시 생겼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것 같은 요즘이지만, 의지할 곳이 생기니 조금은 힘이 난다.


덕분에 진정한 어른의 위로를 배웠다.

내일은 커피라도 한잔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