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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린 Sep 23. 2017

정치현실을 담은 블랙미러 시즌 2-3 '왈도의 시간'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The waldo moment

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왈도의 시간'은 블랙미러 에피소드 중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다. '왈도'는 정치  풍자 캐릭터다. 정치인에게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그들을 골탕 먹이는 걸 즐긴다. 왈도가 정치인에게 모욕감을 줄수록 인기는 더 치솟는다. 높은 왈도의 인기와 달리 왈도를 조종하는 건 무명 개그맨 제이미다. 그는 왈도의 인기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여자를 만날 때는 왈도의 유명세를 말해버리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캐릭터다. 그런 왈도가 영국 하원의원 선거에 나가면서 제이미는 더욱 혼란을 겪게 된다. 정치혐오에 편승해 왈도에게 투표한다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자꾸만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정치는 말과 이미지 싸움이라고 했던가. 귀여운 곰돌이 캐릭터와 기성 정치인들을 겨냥한 시원한 막말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선거에 나온 왈도는 혐오성 발언을 쏟아내는 일 외에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1위 후보 먼로를 깍아내리고 사람들을 그저 웃기기만 한다. 포퓰리즘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왈도의 탈을 쓴 제이미는 현실 정치에 환멸과 공허함을 느낀다. 제이미는 이미 지지율에서 진거나 다름없는 2위 후보에게 스펙 쌓기는 그만하고 사람들을 도우라는 말까지 하지만 딱히 그에게 소득은 없다. 여러 후보들과 함께한 토론회에서 1위 후보는 제이미를 '가상 캐릭터의 힘을 빌려 남이나 조롱하는 비겁한 놈'이라 말한다.제이미는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결국 제이미는 왈도를 파괴하기로 결심한다. 유세 현장에서 왈도에게 투표하지 말라며 캐릭터 파괴를 시도한다. 여기서 우리는 너무나 현실적인 장면을 마주한다. 왈도를 없애고 현실 정치에 집중하자는 그의 행동에 관중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왈도는 다른 개그맨으로 대체되고 관중들은 제이미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다. 제이미의 행동은 순식간에 '또라이의 일탈'이 되었다. 더 이상 왈도를 연기할 수 없는 그는 노숙자로 전락하고, 왈도의 인기는 끝없이 올라 동시대의 아이콘이 되어버린다. 제이미가 그토록 욕했던 1위 후보 먼로는 당선된다.  정치 현실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는 에피소드다.


왈도는 진짜 있을까. 우리가 눈치챌 틈도 없이 왈도가 현실 정치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정치 혐오에 기대서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대중을 현혹하기 바쁜 사람. 경계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속으로 묘한 쾌감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누군가를 반대하는 게 항상 대안이 될 순 없다. 왈도가 욕하는 기성 정치인이 아무리 싫어도, 그 사람의 모든 걸 그저 싫어하고 어떤 비전도 없이 질러대는 건 정치인의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미가 살고 있는 세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길 바란다.



2016년에 방영된 이 에피소드는 선견지명 있는 작품이라는 말을 듣는데, 왈도에게서 트럼프가 보였기 때문이다. 폭언으로 인기를 얻은 왈도처럼 트럼프도 희대의 망언을 쏟아내며 현재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귀신같은 블랙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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