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 티셔츠가 오래 사랑받는 이유
비바람에 잠시 추워진 틈에도 브랜드들은 벌써 2차, 3차 컬렉션을 선보이며 마침내 반소매까지 등장했다. 구경하고 있자니 마음은 이미 초여름, 그리고 장바구니에 하나 둘 쌓여가는 반소매 티셔츠들. 그중에서도 유독 여러 번 겹치는 제품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링거 티셔츠.
‘링거(Ringer)’의 본뜻은 ‘둘러싼 것’이라는 의미로 목과 소매단에 배색의 띠를 두른 디자인을 말한다. 처음 유행한 게 1970년대라고 해서 예전에 즐겨봤던 70년대 배경의 시트콤이 떠올라 찾아보니 실제로 극 중 10대 후반인 주인공들의 착장에 링거 티셔츠가 꽤나 자주 등장한다.
이후로도 2000년대 초반, 그리고 지금까지 비슷한 스타일로 유행이 계속 돌아오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링거 티셔츠만의 매력은 뭘까?
링거 티셔츠는 소재나 핏, 배색 등의 영향으로 어딘가 스포티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운동복 같은데 운동복 같지 않달까. 요즘은 운동복을 일상에 입는 게 자연스럽지만, 때론 룩에 아이템 하나가 아웃도어의 느낌이 너무 강하면 주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하는데 링거 티셔츠는 그런 부담이 없는 게 장점이다.
옷에 과감한 색 조합이나 타이포그래피를 시도했을 때 우리는 자주 ‘키치하다’고 느낀다. 키치룩, 키치하다에서 ‘키치’의 사전적 의미는 독일어로 나쁜 예술, 하찮고 저급한 문화 등 부정적인 뉘앙스이지만 패션에서는 디자인이나 색상이 과함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의미한다. 링거 티셔츠야말로 키치한 스타일을 시도하기 좋은 옷이 아닐까?
링거 티셔츠 자체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아이템이어서 그런지 빈티지한 그래픽과 합이 아주 좋은 편이다. 풍경을 그리거나, 일부러 낡은 느낌을 내기 위해 살짝 벗겨진 디테일을 더하기도 하고, 빈티지를 상징하는 캐릭터를 전면에 두는 등 왠지 구제 샵에 디피되어 있을 법한 디자인을 말한다.
모든 티셔츠의 기본은 무지, 그다음은 로고 플레이다. 위에서 언급한 70년대 쇼 시트콤 주인공들 또한 그래픽이 없거나 간단한 로고가 프린트된 링거 티셔츠를 자주 착용한 걸 볼 수 있다. 화려한 그래픽이 없어도 목과 소매에 띠를 두른 디자인만으로 정체성이 확실한 아이템인 것이다.
링거 티셔츠의 진정한 매력은 스포티, 키치, 빈티지, 내추럴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만능템이라는 것. 딱 붙는 핏부터 넉넉한 핏까지 나에게 꼭 맞는 링거 티셔츠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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