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 (ver. 쑤)

61년생 ISFJ 엄마와 ESFJ 88년생 딸의 동상이몽 일기

by ssoocation

내 이름은 친할아버지가 작명소에서 지어주셨다고 했다. 나무 수, 어질 현 '어진 나무'처럼 살라는 뜻이겠지 했다. 그리고 나는 큰 아름드리 나무를 상상했다. 한 여름에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어주고 둥지를 튼 새가 나무를 콕콕 찍어도 간지럽다 허허 웃어 넘기는 그런 아름드리 나무.


지금 내가 사람을 좋아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건 이런 이미지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현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 마다 이름 속에 있는 어떤 과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힘이 발휘가 되어 그게 곧 내가 된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말하는대로 된다는 노래가사도 있고 또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꽃' 이라는 시도 이름을 붙이고 불리는 행위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야기하는 거니까.


이름 만큼 많이 불린 제 2의 이름이 있다. '뚱녀' 엄마는 나를 그리 '뚱녀'라고 불렀다. 엄마는 짧은 미니스커트가 잘 어울리는 늘씬한 다리를 가진 딸을 갖기 원했다. 그냥 엄마는 그 단어가 귀엽다고 생각이 되어 애용했던 것 같지만 아마 그 속에는 내가 그 말에 자극을 받고 살을 빼고 예뻐지길 바랬을 것이다. 늘씬한 다리를 커녕 발목과 종아리가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주는 일명 아톰다리인 나는, 먹는 걸 너무 좋아했던 나에겐 되려 반발감이 생겼다. 엄마가 아무리 그렇게 불러도 나는 아무렇지 않아! 라고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날씬한 딸에 대한 기원이 담긴 부름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아빠의 쭉쭉이 노래이다. 내가 어릴 적 아빠는 나를 안마해줄 때 '쭉쭉이 쭉쭉이 콩콩이 쭉쭉이 미스코리아 ~ 미스코리아~' 라는 노래를 불러주었다. 미스코리아 처럼 쭉쭉! 예뻐지라는 부름이였겠지. 엄마와 아빠는 똑같이 내가 예뻐지라고 불러준 애칭인데 이렇게 느낌이 다르다. '뚱녀' 와 '미스코리아'. 당연히 미스코리아가 기분이 더 좋지 않은가?


난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성은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는데 '배' 라는 성이 붙으면 모든 이름이 둔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내 자식에게는 이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겠다. 이름이란 결국 자신을 한 마디로 정리한 단어인데, 본인이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어떤 이름값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고민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니, 자식까지 생각하기 전에 나의 두 번째 이름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 회사에서의 닉네임, 회원가입할 때 쓰는 닉네임과 같이 본명 이외의 부캐 이름을 쓸 일이 많은데 이 때마다 너무 고민 없이 '쑤' 지어온 것. 심지어 지금 엄마와의 글 쓰기 부제마저도 '쑤' 를 강조해서 지어버렸다. 쑤가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단순하다는 생각이 드네? 흠!



� RE) From 옥

내 기억속에는 뚱녀 라고 부른 기억이 별로 없네.

RE) From 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엄마가기억을조작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