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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Dec 26. 2022

크리스마스의 기적!

- 건빵 한 봉지와 귤 두 개

환아!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 ^^


갑자기 다시 시작한 방송프로그램 일로 몇 주 내내 정신이 없었다.

정말 자는 시간 빼고는 정말 쉼 없이 내가 맡은 코너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글을 쓰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효~ 힘들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방송이 아닌 글을 쓰고 싶어."라는 헛소리까지 했었다.

방금 전까지 내일 있을 촬영회의에 내밀 준비로 두 편의 촬영구성안을 간략하게 썼다.

맘 같아선 그냥 노트북을 덮고 자고 싶은데... 오늘은 꼭 이 글을 써야겠다.

오늘이 아니면 내년 12월 25일까지 쓸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란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 마을의 이름은 성산(星山/별뫼)라 불리던 마을이었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엔 수 백 년 된 느티나무가 있었고, 그 옆엔 농수로 사용하는 강(웅덩이)이 있었다. 강 뒤엔 해마다 유치원, 초등학교 아이들이 걸어서 소풍을 갈 정도로 얕은 산이 있었다. 그 산기슭엔 해마다 초여름부터 늦은 가을까지 마치 하늘에서 별이 쏟아져내린 듯한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단다.


그 산 자락 끝에 작은 교회가 있었다. 그 교회에선 매일 새벽, 예배 시간 전에 종소리가 울렸는데, 나는 그 종소리가 좋았다. 마치 동화책에서나 보는 그런 유럽 어느 마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

마을에서 그 종소리를 싫어하는 사람은 외할아버지 한 분뿐이었다. 외할아버지는 가끔(?) 목사님을 찾아가 으름장을 놓았다. 어마무시한 협박(?)을 하는 날도 있었다. 나는 내가 외할아버지딸이라는 게 부끄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 가나 엄마의 이름을 먼저 불러 주는 경우가 없었다.

000이 딸! 네가 000이 딸이구나!

어렸지만,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부끄러웠다.

동네 아이들은 교회가 또 다른 좋은 놀이터이자 달콤한 간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교회에 가지 못했다. 물론 내가 교회를 가지 못한 이유엔 외할아버지의 단속도 한몫을 했지만...

교회를 다녀온 아이들의 손에 알록달록 유희거리와 달콤함에 번들거리는 입가를 보며 교회에 가지 못하게 하는 외할아버지가 미웠다. 일요일 예배시간 전에 울리는 종소리를 들리면 속으로 안달이 나곤 했다.

외할아버지의 고집을 꺾고 나를 교회로 데려갈 누군가가 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지만, 우리 집 대문을 열 용기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 그 사건이 터져버렸다.


어느 날, 학교를 끝나고 집에 돌아온 외삼촌과 엄마를 큰아버지는 시내 병원으로 데려갔다.

영문도 모른 채, 가방만 내려놓고 따라나선 그 길에서 외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외삼촌과 엄마가 학교에 가는 동안 외할아버지는 교회를 찾아갔다고 한다. 외할아버지의 발길질에 예배당 현관 유리문이 박살이 났다고 한다. 그 박살 난 유리 어느 한 조각이 외할아버지 발 등 제일 큰 혈관에

꽂혔고... 온돌식 입원실에 누워 있는 외할아버지의 얼굴이 너무 멀쩡해서 큰 부상을 입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기억이 난다. 그래, 다친 곳은 왼쪽이었나 오른쪽이었나 아무튼 그 한쪽 발등이었으니까.

"나는 절대 교회에 갈 수 없겠구나." 외할아버지가 크게 다쳤다는 사실보다, 나는 그 사실이 더 슬펐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아이들은 이브날 공연할 성극 준비로 거의 모든 날을 교회에서 보냈다. 마을공터에 나가도 함께 놀이할 아이들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그림책을 읽거나 누워서 상상을 하는 날들이 많았다. 나는 외삼촌처럼 공부도 잘 못했고, 툭! 하면 잘 우는 아이였기 때문에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랐다. 크리스마스 아침 머리맡에 선물이 놓여 있기를... 그날도 눈을 뜨고 머리맡으로 손을 뻗어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고단한 삶을 사느라 아이들의 생일조차 챙기지 못하는 부모에게 크리스마스 시즌은 사치다.

이해해야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재연한 목사님의 크리스마스 선물 ^^ >

점심 무렵, 그 누구도 열고 들어서지 못한 그 문을 목사님이 열고 들어오셨다.

마당에 선 목사님 모습에 놀라 마루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나는 그대로 얼음이 되어버렸다.

목사님은 마루 끝에 조용히 가져온 비닐봉지 두 개를 놓으셨다. 비닐봉지엔 건빵과 두 개.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뒤늦게 마당의 인기척에 방문을 연 외할아버지 인기척을 느끼고 또 놀랐다. 당장이라도 뭔 일이 또 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엄마의 걱정과 달리 목사님은 외할아버지에게 눈인사를 하고 몸을 돌려 대문을 나가셨다. 걱정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목사님이 두고 가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방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모른 척하셨다.

크리스마스 기적! 엄마에게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그날이다.


그리고, 너는 나의 기적이란다


사람마다 기적이란 의미는 다 다르지만, 분명 삶을 살아가다 보면 기적 같은 일이 찾아오기 마련이란다.

우리 환이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많은 기적이 찾아 오기리를 바라며...

(오늘이 가기 전에 쓰려했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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