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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발협력 직업인 Jun 13. 2024

결혼예찬

유명한 연구가 있다.

싱글에 비해 불행한 부부는 훨씬 더 행복도가 낮다는 것. 

보통 이 연구는 결혼하지 말아야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행복한 부부는 싱글에 비해 행복도가 더 높았다고 한다.


결혼하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으나, 결혼 2년차인 나는 참 결혼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요새 많이 든다.

남편도, 시어머니도, 시아버지도 아직 시댁과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았던터라 어색하긴 하지만 또 하나의 가족과 울타리가 생긴 느낌이라 어쩐지 좀 든든한 기분이다. 


앞으로 내 결혼생활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도, 지금보다 더 불행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건 상대방에게 바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인 것 같다. 


그렇기에 상대방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계속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귀를 기울이는 것은, 

나의 언어와 세계관, 가치관으로 상대방을 덮어버리지는 않을지에 대해 계속해서 성찰하고 

상대의 언어로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직선적으로 나가는 말은 당장은 속시원할 순 있지만 관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듯 하다. 멀리 한번 돌아가는 그 노력과 여정이 사랑의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에서 한방언니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결혼의 조건과 후보 배우자의 등급을 매기는 영상을 쇼츠에서 가끔 볼때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그렇지만 또 다른 유튜브에서 비혼주의의 완성은 결혼이다던지, 능력있는 여성은 결혼안해도 된다는 무조건적인 결혼 깎아내리기 영상들도 참 어질어질하다. 


이 두가지 관점은 사실 부부가 서로에게 뭔가 잔뜩 기대하는 것이 있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다. 전자는 그 기대를 마땅한 것으로  보고 결혼을 일종의 거래로 그려내고, 후자는 그 기대를 따르느니 비혼을 택한다.


사랑이 무얼까, 하면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로서만 존재하는 순간이라고 답하고 싶다.

꼭 이성 또는 동성 간의 에로스적 사랑이 아니더라도, 부모님이 아파도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는 마음. 쓸모를 저울질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관계들. 서로에게 "역할"이 아닐 수 있는 관계가 어쩌면 이상적 가족의 모습이지 않을까. 불가능하지 않다고 믿으며 그런 가족을 만들어나가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개념 중에 의존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완전하게 의존할 때 오히려 비로소 온전히 독립적인 개체가 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인간으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받을 수 있는 관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절은 내 삶을 그 상태 그대로 유지시킬 지는 모르겠지만,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을 제거하기도 한다. 


결혼 준비 과정에서 사실 시어머님께 많은 의지를 했다. 묵묵하게 그냥 지켜보고, 기도해주셨다. 그런 시어머님 덕에 더 용기있게 결혼을 할 수 있었다. 

결혼식 준비하면서는 참, 친구들 없으면 꽤나 외로웠겠다 싶었다. 혼자서 또는 둘이서만 하는 결혼을 비방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기쁜날 생각나고 초대하고 싶은 사람들을 적어내려가며 약속을 정하는 그때의 마음이 참 행복했다. 인생에서 참 고마웠고, 비싼 밥 한번 사고 싶다라고 말할 수 있게 친구들이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마웠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결합된 애착, 

"따로 또 같이" 살 수 있는 관계를 만날 지도 모르는 결혼. 


남편과 연애하면서는, 한 사람을 만나고 의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내 삶을 풍요롭게, 만족스럽게 만들 수 있는지를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참 못하는 일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결혼을 예찬할 수 있도록 기록해둬야겠다. 

1. 도망가거나 회피하지 않고 위기와 갈등을 마주하기

2. 상대방의 언어와 몸짓으로 말하고자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

3. 역할이 아닌 독립된 하나의 존재로서 서로를 존중하려는 노력을 늘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

4.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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