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산업에서 커뮤니티 산업으로
[프롤로그]
최근 정주용 그래비티인사이트 CIO가 머니인사이드 유튜브에서에서 ‘AI 4대장'을 비교한 이야기를 무척 인상깊게 들었다. 한마디로 “각 AI마다 잘 맞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가장 궁합이 잘 맞는 AI로 그록을 꼽으며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특성 상 그록으로 몰릴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그 분야에 대한 질문과 답이 그록에 가장 많이 쌓이게 될 것이고 그 분야의 가장 밀도 높은 데이터는 그록 안에 축적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분야의 ‘권위 있는 대화’를 하려면 그록을 써야 하는 구조가 된다.
처음엔 단순히“이 AI는 나랑 잘 맞는다” 수준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취향 이상의 방향성을 가리키고 있다. AI 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그림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개인에게 답을 주는 도구를 넘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를 모색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1. 지식의 중력장: 커뮤니티 산업의 탄생
AI 제국주의의 영토화:
철학자는 챗지피티(ChatGPT)로, 물리학자는 그록(Grok)으로, 엔지니어는 클로드(Claude)로, 전략가는 제미나이(Gemini)로 모여든다. 특정 질문과 답이 한 모델에 쌓이면, 그 분야의 '가장 밀도 높은 데이터'가 그곳에 응축된다.
소속의 강제: 이제 특정 분야의 권위 있는 대화에 참여하려면, 해당 AI를 써야만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AI는 이제 도구가 아니라, 지식 커뮤니티의 입구이자 세계관이 된다.
AI를 MBTI처럼 설명하는 건 쉽다.
“나는 이런 타입이라 이런 AI가 맞는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은 그보다 크다. 이건 취향이 아니라 해석 권력의 이동이다.
2. 권력 이동을 결정하는 MBTI
AI는 관계 산업이다. 단지 개인과 AI 간의 관계 만이 아니라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집단과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산업이다.
AI는 나만의 비서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수백만 명이 같은 시스템 안에 있다. 나는 나만의 대화를 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거대한 집단 지식 생태계 안에 들어가 있다.
그래서 질문이 바뀐다.
어떤 AI가 더 똑똑한가? → 어떤 AI 안에 누가 모여 있는가?
어떤 AI가 더 정확한가? → 어떤 AI가 어떤 사고방식을 강화하는가?
AI는 답을 주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을 서로 다른 지식 집단으로 재편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3. 더 많은 인간 사유를 점령하기 위한 영토 전쟁
앞으로의 경쟁은 이거다. 모델 성능 경쟁? 아니다. 추론 속도 경쟁? 아니다. 진짜 경쟁은 누가 인간 관계를 붙잡느냐. 더 정확히 말하면, 누가 인간의 사고를 어느 커뮤니티 안에 묶어두느냐.
AI는 점점 OS처럼 된다. SNS처럼 된다. 세계관처럼 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어떤 AI가 더 똑똑한가?"가 아니라, "당신은 어떤 AI의 영토에 소속되어 있으며, 그 영토가 당신의 사유를 어떻게 제한하고 있는가?"가 되어야 한다.
[에필로그]
관계 산업에서 시작된 AI는 이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특정 집단으로 묶어두는 '커뮤니티 산업'으로 진화 중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 진화가 아니다.
지식이 형성되는 방식, 권위가 만들어지는 구조, 해석이 독점되는 경로가 바뀌는 사건이다.
AI는 나를 이해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나를 어디에 속하게 만드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이 질문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 아직 답을 내릴 단계는 아니다. 지금은, 관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