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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 Dec 01. 2021

02. 함부르크: 떠나기 싫었던 도시

여행기간: 2021.10.23

당일치기로 함부르크를 다녀왔다. 너무 짧은 기간이어서 정말 아쉬움이 가득 담긴 여행이었다.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도착해서 3주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대화가 오갔다. 매일매일이 즐겁고 새로운 일 투성이었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혼자서 함부르크로 훌쩍 떠났다.  

해가 질 때의 함부르크 모습


괴팅겐대학교에서는 Semester ticket을 끊으면 독일 니더작센주의 모든 지역기차를 무료로 탈 수 있다. 그래서 괴팅겐에서 함부르크로 가는 교통편이 모두 무료였다. ICE 열차와 비교해서 왕복 8시간이라는 무시무시한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학생에게는 남는게 시간이니 감수하고 갔다왔다.


열차를 타면서 독일은 한국과는 다르게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노버에서 열차를 환승하면서, 환승기차가 계속 오지 않아 옆에 있는 다른 학생에게 상황을 물어봤다. 그러면서 같이 기차를 타게 되어 계속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국에서라면 용건만 물어보고 끝날 일이 여기서는 대화로 이어지는게 매번 신기하다. 사실 오늘은 대화를 별로 하고 싶지 않아서 처음에는 같이 기차를 타고 대화를 하는 것이 마냥 반갑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몇 시간의 지루할 뻔했던 기차 시간이 훌쩍 지나있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냥 소소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즐거웠던 것 같다.


함부르크에 도착하고 나서 우선 먼저 허기부터 달래자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독일 음식을 먹고자 하였으나, 국물이 있는 음식이 먹고싶어서 근처 베트남 식당에 가서 Bun Bo Hue를 먹었다. 한국과는 달리 유럽에는 건조한 음식이 많아, 국물이 있는 음식이 며칠동안 계속 생각에서 맴돌던 차였다.            


Bun Bo Hue, Hanoi Deli Rathaus



허기를 달래고 함부르크 시청으로 이동했다. 지금까지 본 시청 중에서 가장 멋있는 곳이었다. 독일어로 시청은 “Rathaus”라고 불린다. “Rathaus”라고 말 할 때마다 매번 “Rat house”가 생각나서 웃기다. “Rat”이 독일어로 “advise/adviser”라는 의미가 있다는데, “adviser house”와 “rat house” 둘 다 나에게는 의미적으로 맞게 느껴진다.            


함부르크 시청
독일의 베니스같았던 함부르크
백조에게 먹이를 주는 할아버지의 모습



함부르크의 특징 중 하나는 페리를 대중교통으로 사용한다는 것! 따라서 종일 교통권(6.23€)을 HVV 앱에서 끊으면 페리를 무료로 탈 수 있다. Landungsbrücken 지하철역으로 가서 Brücke3 에서 페리를 기다리면 된다. 페리는 왕복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리는데, 페리에서 주위 풍경도 보고, 책도 읽는 등 시간을 보내는 등 여유롭게 보냈다.            


대중교통으로 페리를 사용하는 함부르크



페리에서 내리고 난 후,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음식점을 찾아다녔다. 모두들 그렇겠지만, 나는 배고프면 아무리 풍경이 예뻐도 즐겁지 않아서 여행가서 정말 잘 챙겨먹는다. 잘 먹을수록 여행을 더 즐길 수 있으니까! 여행오기 전 유튜브에서 함부르크 영상을 찾아보다 Laufauf라는 음식점이 맛있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어서, Laufauf를 향해서 Zollkanel 옆의 거리를 쭉 걸어갔다. 그날 함부르크에서 본 것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 비록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던 거리의 모습을 넋을 놓고 봤었다.      


Zollkanel에 있던 선박들


드디어 Laufauf에 도착해서 음식을 주문했다. 음식은 Casserole, 음료는 Mulled Wine이었다. 10월 말이라 그런지 밖에 계속 있다보니 추웠는데, 들어와서 마신 Mulled Wine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다. 웨이터 분이 너무 친절했고, 일하시는 분들이 정말 일을 즐겨한다는 것이 보여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또 음료를 만들 때 요리사 분께서 민트를 화분에서 바로 따서 넣었는데, 재밌는 광경이었다. 함부르크로 다시 여행오면 꼭 다시 Laufauf를 찾아갈 것이다.            


Mince Casserole STEINSTRASSE, Laufauf
Mulled wine, Laufauf

            

Laufauf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갈 시간이 다가오니 정말 아쉬웠다. 너무 예뻤던 Zollkanel쪽 건물을 하루만 보고 집에 가기가 너무 아쉬웠다. 그냥 도시를 떠나기 싫었던 것 같다. 다음날 Elbe 강을 보면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도 읽고, 시청도 더 찬찬히 살펴보고, 강을 보면서 여유를 부리는 둥 함부르크에서 하고 싶은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너무 아쉬워서 집 가기 직전까지 호스텔을 알아보다가, 세면도구 및 배터리 충전기가 없다는 것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기차를 타고 다시 돌아왔다.


다음에는 당일치기로 여행을 떠나더라도, 계속 있고싶을 수 있으니 하루 더 머무룰 수 있도록 간단하게 생필품을 챙기자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아름답고, 집으로 가기 싫게 만들었던 도시.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 가장 슬플 때가 여행지가 고향같고, 여행에서 돌아온 집이 낯선 곳 같다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 말처럼 나도 괴팅겐에 돌아와서도 마음은 함부르크에 계속 가있는 것 같았다. 정말 떠나기 싫게 만들었던 도시 함부르크, 다음에는 조금 더 오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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