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심어린 로레인 Oct 28. 2023

초등아이 핸드폰을 꼭 사줘야 할까?

딱 하루치 육아



어느덧 입학하고 1학년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무던하게 1년을 보내준 아이와, 같이 긴장했던 나에게 박수를!


요즘 길가면서 손에 핸드폰을 든 아이들을 쉽게 마주친다. 나는 내 아이에게 언제 핸드폰을 사줘야 할까? 보통 학원 이동하느라 안전상의 이유로 핸드폰을 일찍 사서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아이들을 두고 일하러 다니는 부모님들은 언제나 안전이 가장 큰 걱정이니까 언제 어디서나 바로 아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정치를 갖게 해주는 건 나도 정말 원하는 바다. 핸드폰을 사주지 않아 부모 입장에서 불편함과 불안함이 든다.


그럼에도 아이에게 바로 핸드폰을 사주지 않는 건, 나도 제어가 힘든 중독성 때문이었다.  잠시 멍 때리듯이 인스타나 유튜브를 한 번 켜면 도통 멈출 수 없다. 한 시간 훌쩍 지날 동안 삐딱한 부동의 자세로 보고 있으면 후회감이 말도 못 하게 밀려왔다. 이걸 보느니 차라리 책을 읽을 걸, 차라리 영어 챕터 하나를 공부할 걸, 차라리 집안 정리를 할 걸… 시간을 헛되게 써버린 후의 스스로에 대한 쓰라린 실망감은 말할 수가 없다.


나도 이런 데 한창 자랄 아이에게 절제력을 갖게 하기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그냥 아이를 입학시켰고, 다행히 1년을 무사히 보내는 중이다.


엄마아빠가 아이의 하교 이후 스케줄을 항상 동반했고 굳이 연락이 필요할 것 없이 함께 했던 것도 한몫했다. 문제는 다시 풀타임으로 돌아간 후에 생겼다. 아이가 축구나 수영을 갔다가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오는 날, 아이의 안전한 귀가를 확인할 방법이 필요했다. 부지런히 퇴근을 해도 아이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하기 때문에 잠시잠깐이라도 안전하게 집에 들어갔는지 알아야 하니까. 남편과 나는 이래서 폰을 사는 게 가장 간편한 해결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이 깊어질 즈음 앱을 뒤적거리면서 핸드폰 대용으로 통화 기능을 제공하는 어플을 골라봤다. 개인 폰을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옛날 집집마다 전화기가 있던 시절을 떠올리며 집에서 아이패드로 엄마한테 전화할 방법!


남편은 라인을 깔고 자기 계정의 로그인해서 아이가 엄마에게 전화하는 방식으로 구현했다.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고 같이 전화를 걸어보면서 익히게 했다. 그렇게 고비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수영 당일, 아이가 잘 하차했을까 걱정이 되면서 부지런히 퇴근길 버스에 올랐다. 지금쯤이면 전화가 올 텐데…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데 남편의 사진이 뜨면서 전화가 왔다.


“엄마! 저 집에 왔어요 “


남편이 아닌 낭랑한 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집에 들어와 엄마가 적어놓은 편지를 읽고 아이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엄마, 언제 써놓은 거예요?”


어젯밤에 몰래 A3용지에 아이에게 당부할 것과 사랑하는 마음을 남겨놓았다. 혼자 집에 들어와 불을 켜고 허전할까 싶어 준비한 서프라이즈선물이었다. 작전 대성공. 아이는 재잘거리며 수영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엄마, 오늘은 손에 아무것도 없이 세 바퀴 돌았어요.”


조금씩 단계를 올라가느라 언제 수영을 할 수 있는 건가 애가 탔는데, 아이는 그 안에서 성장하고 있었다. 큰 패드를 잡고 돌더니, 이제는 아무것도 없이 수영을 해낸 것이다. 스스로도 자랑스러운지 목소리에 잔뜩 신남이 묻어있었다.


“엄마, 그래도 물을 엄청 먹었어요 ㅎㅎ 배불러요”


푸핫… 엄마를 웃길 줄 아는 꼬맹이! 아이랑 통화하는데 남편과 데이트하는 것처럼 설렜다. 언제까지 이렇게 재잘재잘 엄마랑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부디 오랫동안 돈독한 관계였으면… 바람이 몽글몽글 올라올 때쯤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엄마 이제 내려! 너랑 대화하니까 금방 도착하고 좋다”

“아 그래요? 엄마 끊어요!”


아이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뭐지?? 횡단보도 색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서둘러 집을 향해 걸었다. 집 앞에서 조그만 형체가 긴장하며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아이를 알아차리자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나와있을 생각을 했어?”

“엄마 조금이라도 빨리 보려고요”


우리는 그렇게 꼭 껴앉아 집으로 올라왔다. 차를 타고 동생을 데리러 가면서도 계속 하루 일과를 나눴다. 시시콜콜 대화하며 우리는 오늘 하루 떨어져 있는 시간의 간극을 좁히려고 애썼다.


핸드폰 고민은 잠시 쏙 들어갔지만 아이의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중요한 어젠다로 고려해 봐야겠지. 그럼에도 나는 아이가 스크린 속보다는 일상의 다채로운 경험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우리 하루하루 잘 살아가자!

안전하게 건강하게 즐겁게.


매거진의 이전글 잠들기 전, 아이가 엄마 침대로 찾아와서 하는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