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세이 쓰기 13일째. 드디어 뭘 써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이 왔다. 미리 써둔 글을 손봐서 올릴까, 아니면 머리를 쥐어짜 내서 아이디어를 낼까 고민하다 그냥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이 상황을 쓰기로 했다. 겨우 13일 만에 소재고갈이 와도 괜찮은 걸까? 아니면 13일이면 제법 길게 쓴 걸까.
오늘은 하루종일 잠만 자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버스를 탔다. 버스로 30분쯤 떨어진 독립서점으로 향하며 결심했다. 에세이 한 편과 시놉시스를 짜야지! 그리고 소재고갈에 부딪쳤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버스에서 작심할게 아니라 소재를 고민했어야 했는데……. 내가 자주 오는 독립서점은 노원구에 위치한 '지구불시착'. 카페도 겸하고 있어서 원한다면 음료를 마시며 글을 쓰다가 책을 한 권(때론 두 권) 사갈 수 있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노원구에 서점이 많은 걸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가끔 정석 서점을 구경하고 싶을 땐 '노원문고'로, 독립서점을 구경하고 싶으면 '지구불시착'이나 '책방 봄'으로 향하면 되니까.
지구불시착은 사장님이 그림 그리는 일도 하셔서, 가게 여기저기에 포스터며 초상화가 붙어있다. 글과 그림이 한데 어우러진 공간이랄까. 글 쓰다 멍 때리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적의 공간이다. 그냥 허공을 보며 멍 때리는 게 아니라 포스터를 감상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지구불시착엔 사장님 자리가 있고, 사장님 주변의 자리가 있는데, 사장님과 친해지기 전엔 사장님 주변 자리가 그렇게 탐이 났었다. 저 자리에 앉은 사람은 유능한 작가처럼 보이고, 그 자리에서 글 한편을 뚝딱 완성할 사람처럼 보였다. 요즘은 그 자리에 앉지만……글쎄, 유능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폼은 난다.
언젠가 출판을 하게 되면 독립서점에서 사인회나 북토크를 해보고 싶다. 아마 모든 작가 지망생의 꿈이겠지. 생각만 해도 즐겁다. 그러기 위해선 매일매일 꾸준히 쓰는 연습을 더 해야 한다. 한 주제로 글을 쓰는 연습도 해야 한다. 반년의 유예기간 동안 독립출판을 한 권 하고 싶다. 원래 질병 에세이를 써서 독립출판을 할 예정이었는데, 낫는 과정에 접어들어서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얘기는 또 뭐가 있을까. 오늘의 에세이를 다 쓰고 서점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다른 사람의 독립출판물을 구경하는 일도 너무 즐겁다. 독립출판물은 사양도, 내용도 다양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가끔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거나 독특한 디자인의 표지도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서점은 사라져 가고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가는 와중에, 독립출판 시장은 활성화된다는 게 신기하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사장님과 브런치 맞팔(?)을 했다. 얼굴을 아는 사람에게 글을 공개한다는 건 여전히 부담스러운데, 때로는 이게 좋은 약이 되기도 한다. 좀 더 좋은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달까.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겠지만, 남이 상처받지 않을 글을 쓰고 싶다. 상처를 주지 않고 웃음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 내 평생의 바람이자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