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er Interview: 에콘의 정미선
언제든 중요한 자리에 나서야 하는 워킹우먼들에게 편한 옷을 제공해주는 에콘. 보기만 할 때 아름다운 옷이 아닌, 입은 사람을 근사하게 만들어주는 에콘의 정미선 디자이너를 만나보았습니다.
대학 졸업 후 런던의 대학원을 가기 위해 만들었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우연히 파리의 트레이드 쇼에 참여했습니다. 운 좋게도 바이어들로 오더를 받아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좋아서 만든 옷을 바이어가 산다고 하니 정말 신이 나서 초반에는 일에 미쳐서 살았고, 멋모르고 비즈니스를 시작해 아찔한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5년간은 너무 재밌어서 아픈지도 모르고 일하다가 몇 번씩 응급실에 실려갈 정도였으니, 돌이켜보면 그 무모함이 브랜드의 동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근사하지만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편안하지만 체면을 구기지 않는 옷입니다. 저처럼 일을 하는 바쁜 현대 여성에게 환상이 아닌 현실적으로 필요한 옷, 전사처럼 일하다가 중요한 자리에 달려 나가도 언제든 근사해 보일 수 있는 룩을 제공하는 것이 에콘의 핵심 가치입니다.
그래서 항상 근사하면서도 편안한 디자인에 중점을 둡니다. 근사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자들이 불편 해하는 신체의 부분은 입체 패턴이나 커팅을 섬세한 수치로 정리해 눈에 띄지 않게 힘을 누르는 편입니다. 어떤 체형이더라도 드러내면 실루엣이 돋보이는 데콜테나 손목, 발목, 종아리의 가는 부분 등 은 최대한 멋있게 응용해 룩의 균형을 조율합니다. 우리 브랜드는 타 브랜드에 비해 연령대나 고객 체형이 굉장히 다양한 편이에요. 입는 대상에 대해 포용력이 넓은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서 디자인을 할 때도 입는 사람의 개성에 따라 완성되도록 여지를 많이 남겨두는 편입니다.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 여러 가지 내공을 다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하던 쇼를 해외에서 진행하려고 준비 중이고, 컬렉션을 선보이는 채널이나 유통 방식이 많이 변화해서 요즘은 쇼 외의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컬렉션이 아닌 시즌과 무방하게 선보이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나 독창적인 패션 필름 등 콘텐츠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강화할 계획입니다. 디지털 채널에서 바로 글로벌 소비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브랜드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로벌 온라인 샵을 선보이려 합니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순간이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 옷으로 인해 소중한 순간이 행복했다고 소식을 전해주는 고객들을 만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종종 감사하다고 정성스러운 손 편지를 써 주시는 고객님들도 계신데, 그럴 때면 우리 브랜드 구성원 전체가 행복해합니다. 일을 하며 힘든 순간들이 많지만, 그 일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순간을 자주 만나면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매 시즌이 파란만장했던 덕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기가 어려울 정도예요. 매번 신나는 일들도 너무 많았지만 자랑하는 것 같아 쑥스럽고, 첫 컬렉션을 하자마자 저희보다 먼저 저희 브랜드 이름으로 출원한 상표권 브로커가 상표를 팔러 왔던 일,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가 책임자가 도망가서 사기를 당했던 일을 생각하면 아찔했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사안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을 하려고 합니다. 일단 피하거나 덮기보다는 정면 돌파해서 신속히 해결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면 최선을 다해 빠르게 해결하고,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당장 언짢더라도 하늘에 맡긴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책을 읽기도 하고, 비슷한 어려움이 있는 사례를 찾아 공부하기도 하고, 기분 전환이 필요하면 영화나 음악, 운동으로 흐트러진 감각이나 감정을 환기시키려고 합니다.
정서적 웰빙.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고 건강하게 즐거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 더 고민하고 환경과 사회에 대한 유대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한 해가 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친환경적인 소재나 윤리적인 공정과 소비 등이 패션에도 큰 화두입니다. 무분별한 소비보다는 오래 쓸 수 있는 정말 필요한 제품을 고심해서 사고,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환경적으로도 윤리적인 제품을 찾는 성숙한 소비문화가 무르익을 것 같습니다.
에콘은 판타지와 욕망의 패션이 아닌, 더 나은 삶의 가능성을 제안하는 시대정신을 담은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고객들에게는 꾸준히 입을 수 있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옷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고 건강한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에콘의 옷으로 큐레이션을 잘해두면 옷장을 열었을 때 그 옷만 입어도 멋있는 슈퍼우먼으로 보일 수 있는 브랜드가 되도록 오늘도 꾸준히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옷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그녀. 앞으로도 에콘의 정미선, 그녀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에디터 조유미
포토그래퍼 민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