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2023년. 12월. 31일 일요일.
올 해의 마지막 날이다. 사실 오늘은 어떤 글을 쓰고 한 해를 마무리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지난 한 해 나를 돌아보니 외로움, 우울, 고립, 나태, 권태, 절망 같은 힘들고 부정적인 단어들만 떠올라서 오늘의 글은 여백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을 고쳐먹었다.
올해 쓰는 마지막 글이라도 희망으로 마무리를 할 수 있어야 지우고만 싶은 2023년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2024년 첫날부터는 희망적인 글로 차곡차곡 채우고 싶다.
지난해는 많이도 외로웠다. 모든 게 절망적이었고 우울했다. 삶에 회의를 느끼고 권태와 나태의 늪에서 허우적 대며 벼랑 끝으로 나를 몰고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랬던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진심으로 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거냐고, 그리고 진정 바라는 것이 패배자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냐고. 그리고 외로움을 자처하고 스스로 고립을 선택한 건 아니냐고.' 난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그동안 너무 사람에게 의지를 하고 지내면서 외로움을 견뎌내지 못한 것 같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라는 보편적 진리를 이해하면서도 타인과의 관계에 너무 집착을 했는지 정작 나 자신과 잘 지내고 잘 노는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지난 시간 동안 대단한 글을 쓰는 건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글쓰기는 나에게 특별했다(나를 다시 살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솔직한 나를 들여다보고 무엇보다 혼자서도 이제는 너무도 잘 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혼자서 더 잘 놀 수 있을 것 같다. 전화 통화로 누군가와 길게 수다를 떨거나 카페에서 몇 시간씩 앉아서 의미 없는 말하기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오면 그때 당시는 즐거운 것 같아도 막상 후회와 공허함이 남았었다. 술을 마시고 기억도 나지 않은 이야기를 했을 때는 정말 죽고 싶도록 괴로웠고 자존감마저 떨어졌던 적이 한두 번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글을 쓰면서 나와 대화하고 비밀 없이, 필터 없이 다 쏟아낼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건강해진 기분이다.
누구나 외로운 삶의 여정이지만 만나거나 스치는 인연들과의 기억과 추억의 기록을 남기고 떠나는 게 삶이 아닐까. 앞으로 아름 다운 기억과 추억으로 내 삶을 기록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