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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shaPark Jun 01. 2024

아동통역 1편 (Child Interpreting)

자신의 몸에 비해 너무나도 커다란 신발을 신고있는 아동들의 이야기

호모인테르가 '세상을 바꾸는 작은변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아동통역의 이해를 위한 실천적 가이드북>을 연재식으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아동통역의 이해를 위한 실천적 가이드북. 호모인테르(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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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통역’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이러한 질문 이전에 아마도 “아동통역이란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을 먼저 해야 할 듯합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이고, 그 단어가 말하는 현실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첫 번째 질문에서 대부분은 아동을 위한 통역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것은 다시 한번 이번 프로젝트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인, 아동이 통역하는 현실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현재 인식 을 보여줍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아동통역이라 함은, 아동이 통역을 하는 역할과 상황에 연관되어 있으며, ‘아동언어중개’(CLB: Child Language Brokering)1)라는 용어로 일반화되어 있고, 대부분 가족을 대변해서 전달 하기에 ‘중립성’과 ‘정확성’과 같은 통역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전문 영역으로서의 ‘통역’이라는 단어보다는 ‘중개’라는 단어로 이 영역을 구분하여 지칭하는 것이 학계에서는 보다 더 보편적으로 여겨집니다.


그럼 저희는 왜 이 연구와 실천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을까요?


이 프로젝트의 씨앗을 떠올려보면 아마도 대략 15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제 친구 중 한 명이 프랑스의 난민 이주민 법률지원단체인 씨마드(La Cimade)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난민 가족을 만나러 간다고 하여 무작정 함께 따라나서게 된 게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난민을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통해 다시 떠올려보면, 그때 당시 적어도 한 가족 이상 되겠다 싶은 사람들이 모여 우리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저는 풍성하게 차려주신 음식들에 놀라며 아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풍성한 음식의 기억과 함께 강하게 남은 기억은 제 친구와 가족들이 언어적 한계로 인해 서로 어렵게 어렵게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결국 누군가를 동시에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나간 장면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였던 아이에게 의지하여, 부모님 특히 어머니가 여러 서류에 대해 문의하시고, 우리는 답변하면서 서로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장면은 15년 전, 프랑스에서만 일어났던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는 일입니다.


아동언어중개(CLB)는 수세기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은 역사 전반에 걸쳐 통역인으로 활동해 왔으며(Harris and Sherwood 1978) 모든 문화와 언어로 통역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대부분의 저자가 관찰한 것처럼 이러한 형태의 언어, 문화적 매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위치한, 비교적 최근의 연구 주제입니다(e.g., Hall and Sham 1998; Hall 2004).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혹시 주변에 어린 시절 이민을 간 가정과 친구에게 – 그러한 관계가 있기를 바라며 -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아동이 이러한 경험을 최소한 한 번은 경험했음을 증언할 것입니다. 이주배경의 가정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동들이 일상 속에서 자주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국내에서 이에 대해 언급되는 것을 보기는 대단히 드문 일이고, 혹은 듣게 된다 해도 부모님(또는 양육자)의 시각에서는 아동들이 가족을 위해 통역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거나, 아이들에게도 역시나 자존감이 높아지고 언어 능력이 향상될 수있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방향에서만 아동통역을 바라보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부모 또는 가족)을 위해 언어, 문화적으로 매개하는 아이들은 비가시성이라는 형태로 경험, 설명되고 때때로 고통받는다. 그러한 비가시성은 단지 언어 문화적 매개라는 역할 자체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아동이라는 사실, 그리고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보여지고, 침묵되어지고, 인식되지 않은 존재(muted and unperceived beings and subjects)라는 사실로 인해 악화된다. 그러나 이 주제는 Hall and Sham(2007)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이들이 자신의 가족과 언어 및 민족 커뮤니티가 호스트 사회에 통합되는 것을 돕는 데 수행하는 중요한 영향과는 무관하게, 언어, 문화중재자로서 아동들의 활동이 대체로, 완전하게 인식되지 않은 유년기의 또 다른 ‘비가시적’인 영역을 구성하고 있다.


‘비가시성’이라는 지점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아동들의 경험은 다양한 어려움을 포함하고, 이는 책자의 이해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비가시성’과 함께 아동을 바라보는 우리의 전통적인 방식에 대해서도 잠시 머물러보게 됩니다. 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아동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보여지고, 침묵되어지고, 인식되지 않은 존재라는 사실...’ 그것은 무의식적으로 아동을 대상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수 있는 우리의 관점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초반에 ‘보호’라는 이름으로 접근하면서, 아동이 통역하는 상황 자체,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에 더 귀를 기울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 문헌들과 인터뷰를 통해 실제 당사자들의 이야기인, 긍정적인 경험과 자신들이 원했다는 마음을 – 물론 이러한 마음은 섬세하게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만 – 들으며 아동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전환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통해 진행되는 호모인테르의 이번 프로젝트는 아동 최상의 이익에 따른 돌봄과 보호 측면2), 그리고 권리적 주체3), 그리고 권리적 주체로서 아동이라는 점을 함께 고려하며, 이주민의 삶에서 통역인이 상시 필요하고 가족 내 신뢰의 문제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아동이 통역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현실에서, 조화의 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연속입니다. 이 책자는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1) 본 가이드북에서는 학계에서 일반적인 ‘아동언어중개’라는 용어 대신 주 대상자인 현장의 실무자들과 부모(양육자)의 이해를 보다 용이하게 하고, 비전문가들의 통역이지만 이 영역 또한 넓은 의미에서는 ‘통역’의 영역이라는 인식의 확장을 도울 수 있는 용어인 ‘아동통역’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2) 당사국은 아동의 부모, 법정대리인 및 기타 아동에 대해 법적 책임이 있는 자의 권리와 의무를 고려하여 아동의 웰빙에 필요한 보호와 돌봄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모든 적절한 입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유엔아동권리협약 제3조 2항)

3) 당사국은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능력이 있는 아동에 대하여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있어서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며, 아동의 견해에는 아동의 연령과 성숙도에 따른 정당한 비중이 부여되어야 한다.(제12조 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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