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레이놀즈의<프리가이>,그가 살고 있는 게임 속 세상은?
여기 평온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가 있다. 바깥세상은 매우 시끄럽고 난리법석이라 이를 보고 있는 관람객들은 평온하다고 생각할 수 없겠지만 주인공 가이(라이언 레이놀즈)라는 평범한 은행원은 정작 커피 한잔으로 여유로운 일상을 보낸다. 사실 이 남자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곳곳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날강도뿐 아니라 갱단이 거리를 활보하며 난장판을 벌이고 있다. 기상천외하고 스펙터클한 그의 세상은 다름 아닌 게임 속 가상의 도시다. 그런 와중 사랑을 쟁취하고 세상을 구하기 위한 히어로로 거듭나려 한다.
가이 역에는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 영화의 메가폰은 숀 레비(Shawn Levy)가 잡았다. 숀 레비는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부터 TV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배우 로빈 윌리엄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로빈의 소원>까지 다양한 작품을 연출하거나 제작해왔다. 이번 작품은 전형적인 SF 어드벤처에 가까운 플롯 위로 코믹한 액션까지 덮어 씌웠다. 영화 <프리가이, Free Guy>는 락스타게임즈의 <GTA, Grand Theft Auto> 패러디는 물론이고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와 같이 오픈월드라는 개념을 실사 영화에 적용시켰다. 달리 보면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처럼 게임 속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는듯한 느낌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가이는 게임 속 NPC(Non-Player Character)다. 여기서 NPC는 게임 유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거나 퀘스트 혹은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스템 캐릭터를 말한다. 이미 수많은 게임 세상 속에 이러한 NPC들이 존재하고 있어 유저들에게 게임 팁이나 이벤트 정보를 주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가이가 살고 있는 세상은 게임 속 가상도시 '프리시티(Free City)'이고 이 게임은 오픈월드 게임의 일종이다.
오픈월드(Open World) 게임은 유저의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말하는데 게임 속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할 때 정해진 루트로 이동하거나 스토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들과 다르게 유저 의지대로 자유롭게 세상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게임 속 세상을 하나의 공간으로 설정하여 공간적 제약을 철저하게 없애 유저들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이러한 시스템을 오픈월드라고 한다. 오픈월드라는 개념과 메타버스(Metaverse)라는 세계관을 완벽하게 연결 지을 순 없겠지만 분명히 유사한 점은 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록스>와 같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 역시 오픈월드 게임이면서 메타버스 세계관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메타버스란, '가상'이라는 의미를 가진 '메타(Meta-)'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만나 서로 결합된 합성어다. 시공간을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라는 의미의 '가상 세계'를 뜻하고 있어 몇 년 전 등장했던 VR(Virtual Reality)의 가상현실과는 다른 차원으로 봐야겠다.
오픈월드 게임 중 로블록스는 완벽한 가상의 공간이지만 현실세계를 투영했다. 게임 개발사 해긴(Haegin)의 '플레이 투게더'라는 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유저들이 커피나 핫도그를 사 먹을 수 있고 친구 집에 놀러 갈 수도 있으며 낚시나 캠핑은 물론 게임 속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물건을 팔아 수익을 남기는 등 경제 활동도 경험해볼 수 있다. 로블록스는 유저들이 직접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되어있어 플랫폼의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메타버스가 이룩한 가상의 세계에서 나를 대신하는 존재 즉 내가 설정한 캐릭터는 현실과 또 다른 옷을 입고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들과 소통을 한다. 혹자는 메타버스의 세계관 자체가 현실과 연동되어 절묘하게 합쳐지는 것을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로블록스나 플레이투게더 같은 게임을 메타버스의 사례로 들긴 했지만 어느 학교의 입학식이나 언론 대상 기업 발표 행사도 실제 메타버스 세계관에서 진행된 바 있다. 온라인 콘서트나 헬스케어, 전시, 정치인들의 캠페인까지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에서 충분히 활용될 수 있겠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비대면이자 언택트 문화가 온라인을 넘어 메타버스로 이어지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직 어색한 그림이고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익숙한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했을 수 있다. 혹자는 허황된 이야기라 말하기도 한다.
마크 주커버그의 페이스북(Facebook)은 SNS라는 개념으로 출발했지만 향후 5년 이내 메타버스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SNS를 통한 광고 수익이 어느 정도 정점에 올라있으니 이를 메타버스 세계관으로 옮기려는 모양새다. 국내 기업 중 SK텔레콤이나 네이버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아직은 모호한 개념일 수 있다. 어느 미디어에서 보니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미래의 먹거리라고도 말한다. 메타버스가 제대로 사회에 정착하려면 일상의 디지털화 '라이프로그(Life Log)'가 꾸준하게 이뤄져야 하고 사무실이나 학교를 옮겨간 듯 가상의 공간과 거울 세계가 완벽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페이스북이 지향하는 광고라는 그릇이 더욱 거대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넓은 세계를 광고 수익원으로만 보진 않을 것이다. 세계관이 확장되면 우리는 그 안에서 더욱 많은 것들을 영위할 수도 있다. 지금도 메타버스라는 키워드 하나에 수많은 기사가 떠오르고 또 양산된다. 수도 없이 올라오는 긍정적 측면의 이야기 아래에는 일부 부정의 시각들이 깔려있기도 하다. 지향해야 할 테크놀로지에는 반드시 지양해야 할 것들이 숨어있다. 메타버스를 통한 개인 정보 유출과 보호라는 필수적인 개념부터 MZ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정보 격차와 소통, 메타버스 테크놀로지의 악용을 넘어 충분히 가능할법한 범죄 등 우려의 목소리에도 반드시 귀를 기울여 건전한 생태계가 올바른 세계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메타버스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세계가 창조되기도 한다. 그 세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진입하게 될 것이고 또 아무렇지 않게 현실과 동떨어져 생활하게 될지도 모른다. 메타버스 트렌드라고 해서 우후죽순 난립만 이끌어낼 것이 아니라 질서 있는 세계관의 정립과 확립이 필요해 보인다.
※ 영화는 게임 시스템이 만들어낸 NPC '가이'가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진실된 세계를 향해가므로 '인공지능' 키워드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그러한 글들도 많이 있었구요. 더불어 시스템이 만든 '프리시티'의 게임 속 세상에도 세상의 끝이 존재하니 이는 짐 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와도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오픈월드와 메타버스를 연관 지어 작성했습니다. 작성된 글에서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
※ 지난 7월에 작성한 글로 <단대신문>에는 최근 발행된 1482호에 동일 제목으로 실렸습니다. 본 글과 내용은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