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 깊게 뿌리박은 OTT 그리고 새롭게 등장할 막강 콘텐츠 군단
소문만 무성했던 막강 콘텐츠 군단 '디즈니플러스(Disney+)'가 드디어 한국에 들어온다. 2021년 연내 진입할 예정이긴 했지만 명확한 날짜나 대략적인 시기가 나오기도 전에 수많은 기사들과 소문들이 여기저기 돌며 OTT(Over-The-Top)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관련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고 (디즈니플러스 입점에 따른) 공식 사업자 선정에 대한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입 날짜가 확정되었다. 2021년 11월 12일 금요일, 디즈니플러스가 마침내 한국에 들어온다고 하니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디즈니의 콘텐츠와 함께 불금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넷플릭스(Netflix)가 2016년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니 이제 5년이나 지났다. 디즈니플러스 진입은 넷플릭스 이후 스트리밍 시장에서 꽤 큰 이벤트가 될 것 같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웨이브나 티빙, 왓챠플레이 등 토종 OTT는 물론 넷플릭스 역시 국내에 뿌리박아 수많은 구독자들을 양산한 상태다. 어쩌면 구독 경제나 구독이라는 트렌드 모두 여기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온다면 OTT 생태계 역시 큰 파장이 일어날 것 같다.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와 픽사(Pixar)의 무궁무진한 애니메이션 세계와 익히 알려진 명성대로 마블(Marvel)이라는 강력한 세계관이 존재하고 있으며 스타워즈(Star Wars)와 같이 탄탄한 스페이스 오페라에 내셔널 지오그래픽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또는 제작)하고 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이외에도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이나 훌루, 애플TV플러스, HBO Max 등을 대표적인 글로벌 OTT로 손꼽는데 국내에서도 왓챠플레이나 티빙, 웨이브에 이어 KT의 시즌(Seezn), 쿠팡의 쿠팡플레이도 스트리밍 시장에서 열심히 구독자들을 모으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SNL 코리아'라는 독점 콘텐츠로 이병헌, 하지원 등 굵직한 배우들을 섭외하여 사용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의 라이프 사이클에 깊게 스며든 '넷플릭스 오리지널(Netflix Original)'도 넷플릭스에서만 가능한 독점 콘텐츠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김은희 작가의 <킹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 곧 론칭하게 될 이정재 주연의 <오징어 게임>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박스오피스에서 헤매던 영화들 일부가 넷플릭스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후술 하겠지만 OTT 플랫폼에서 '독점 콘텐츠'라는 의미는 구독자들을 향한 마케팅 요소가 되면서 중추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실 구독자들은 직접 자신들의 지갑을 열어 콘텐츠를 구독한다. 단순히 마트에서 물건 사듯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구매행위가 아닌 월정액 '구독'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구독자들은 여러 플랫폼을 맛보기 하며 구독이라는 본격적인 행위로 진입하게 된다.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 없이 모든 서비스를 구독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다 소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넷플릭스 하나만 보더라도 매주 혹은 매월 업로드되는 신작부터 시즌제 드라마까지 물리적으로 이를 다 소화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 24시간으로 모두에게 같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해 '우리의 독점 콘텐츠도 보세요'라며 구독자들을 유혹하고 있으니 우린 더욱 미디어에 빠지고 TV라는 바보상자 앞에서 자칫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로 전락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밤잠 설치는 것 역시 다반사.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이룩한 문화의 혜택이고 워라밸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취미이기도 하겠다. 과유불급이니 바이오리듬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볼 필요가 있겠다.
어찌 됐든 특정할 수 없는 어느 화제의 콘텐츠는 가족, 친구, 지인들을 통해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고 다시 보기로 곱씹게 될 것이며 OTT 서비스를 통해 또 한 번 스트리밍 될 것이다.
다양한 OTT 서비스가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 스트리밍이라는 트렌드는 또다시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한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플랫폼은 변화를 지속하며 살아남게 되겠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플랫폼(혹은 서비스)은 결국 도태되고 말 것이다. 잘 알다시피 넷플릭스는 게임 서비스까지 론칭하여 구독자를 붙잡는 행위를 하고 있다. 과거 실패 사례가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도전이고 실험이다.
넷플릭스의 구독자는 2021년 1월 2억 명을 돌파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만든 이응복 PD의 <스위트홈>은 글로벌 시청자만 무려 2천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 글로벌 구독자수는 2021년 2분기 발표 기준으로 1억2천만 명 수준에 이른다. 모바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의 지난 2월 '주요 OTT앱 사용자 수 현황'을 보면 넷플릭스는 1천만 명, 뒤이어 웨이브가 394만 명, 티빙이 264만 명이었다. 2위에 해당하는 웨이브부터 티빙, U+모바일tv, KT 시즌의 사용자를 모두 합쳐야 넷플릭스 수준과 비슷해졌다. 넷플릭스 독주 체제가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사용자 수 집계는 매월 달라질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 진입 전후로도 그 숫자는 언제나 변동 가능성이 높다.
충성도 높은 구독자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충성도를 형성하기 위한 (독점 = 오리지널) 콘텐츠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 하겠다. 그런 면에서 디즈니플러스를 향한 글로벌 팬들의 충성도는 얼마나 될까? 이를 수치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일부 미디어에서 언급하는 (어쩌면 매우 단순해 보이는) 디즈니플러스의 장점 그 이상이지 않을까? 미디어에서 다루고 있는 디즈니플러스의 장점을 모아 아래 간략히 남긴다.
어느 기사에서 디즈니 플러스의 장점을 본 적이 있다.
1. 남녀노소 불문, 전 연령대에 맞춤형인 듯 커버리지가 넓은 다양한 콘텐츠, 2. 디즈니플러스 콘텐츠의 충성도, 3. 저렴한 요금, 4. 계정 사용의 차별화 등이었다. 국내에 진입하게 되는 디즈니플러스는 훌루(Hulu)의 일부 콘텐츠까지 포함하게 되는데 가장 저렴한 사용료는 월 9천900원이다. 무엇보다 계정 하나당 7명이 사용할 수 있고 동시접속도 4명까지 된단다. 다른 플랫폼의 경우 베이직부터 프리미엄까지 계정 공유의 제한과 화질까지 달리 구분하면서 서비스 요금을 차별화했었는데 이와 큰 차이를 보인다. 분명 메리트가 될 순 있겠다.
개인적으로 넷플릭스를 줄곧 보다가 <체르노빌> 하나를 위해 왓챠플레이에 가입을 한 적이 있다. 금액을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그저 콘텐츠에 눈이 멀어 바로 구독 버튼을 눌렀다. 한동안 구독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결국 지금은 넷플릭스 하나만 남았다. 그러다가 웨이브를 고민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 두 마리를 모두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해 역시 넷플릭스만 꾸준하게 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오게 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것 같다. 무엇보다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마블과 스타워즈의 충성도 높은 팬이기 때문이다. 역시 콘텐츠 구독에 따른 사용료는 내게 별 영향은 없다. 위에서 언급한 계정 공유라던가 동시접속, 월 사용료 등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구분하는 기준은 개인적으로 콘텐츠 그 자체다.
디즈니는 이미 박스오피스와 자신들의 채널을 통해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마블 세계관의 글로벌 팬들을 확보하기도 했다. 여기서 파생되는 프리퀄에 스핀오프까지 보다 다양한 작품을 기다리는 팬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 이외의 것들이 필요하다. 혹자는 마블이나 픽사, 스타워즈 등 이미 알려진 작품들보다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고도 말한다. 굉장히 놀랄만한 작품들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게 전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굳어져버린 콘텐츠로부터 더 이상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세대가 바뀌면서 작품에 대한 지속성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콘텐츠에 있어 볼거리가 많은 무궁무진함과 명작에 대한 지속성만큼 중요한 것은 신작에 대한 참신함이고 의외성이며 신박함이고 유니크함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탄탄한 플롯(시나리오)이 화려한 연출과 CG, 여기에 놀라운 연기와 거대한 스케일로 무장했다면 충분히 회자되는 콘텐츠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매번 그런 작품이 쏟아지는 것이 아니니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오는 12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니퍼 로렌스와 함께 애덤 맥케이의 넷플릭스 신작 <돈룩업, Don't Look Up>에 등장한다.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은 국내에서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된다. MBC <무한도전>이라는 레전드를 기록했던 주인공 김태호 PD도 노홍철, 정지훈(비)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예능을 쓴다. MBC를 나와 그의 행보가 아주 고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놀면 뭐하니?>는 유튜브를 시작으로 첫 선을 보였고 넷플릭스 예능으로 제2막을 펼치게 될지도 모른다(역시 개인적으로 팬이라 그를 응원한다)
카카오TV 오리지널로 시작한 일부 콘텐츠가 넷플릭스라는 그릇에 담기기도 했다. 영화 <승리호>나 <사냥의 시간>도 박스오피스 주변을 돌다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기도 했다. 화제성 있는 콘텐츠는 물론이고 새롭게 제작되는 작품들 모두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지원과 자유로운 제작 환경으로 인해 만들어지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자신들이 보유한 캐릭터를 넘어 다양한 콘텐츠 저작권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들이 많기도 하지만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넷플릭스도 그러했지만 디즈니플러스 역시 K-드라마와 영화 제작으로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했단다.
좋은 작품들은 널리 알려진다. 좋은 작품들을 만들기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OTT 서비스가 해야 할 몫이지만 OTT 서비스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고민도 그들의 숙제다. 사실 OTT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사람들의 바이럴이다.
※ 위 내용은 디즈니플러스 국내 진입에 따른 팩트를 참고 삼아 작성한 글입니다. 사실과 다르거나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 넷플릭스 글로벌 구독자에 따른 그래프를 더욱 자세하게 보시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