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장마가 지나고 가을 문턱에 섰는데 뭐가 그렇게 아쉬웠는지 추석 연휴 내내 퍼붓더니만 이 날은 한동안 잊고 있던 푸른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바람은 시원하게 햇살은 따스하게 느껴질 법한 완연한 가을 날씨 속에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 자리한 유스퀘이크라는 작은 전시관에서 브런치 10주년을 기념하는 기록의 문이 화려하게 열렸습니다. 브런치팀과 브런치 작가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흔적들이 쌓여있었죠. 그 중심에는 '작가의 꿈'이라는 하나의 문장이 선명하게 빛이 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문구가 아니라 지난 10년간 브런치 작가들이 써내려 온 존재의 증거처럼 느껴졌죠. 지금의 브런치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어떤 마음들이 채워졌는지 그 여정의 기록을 마주하는 순간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곧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는 일이라는 걸 문득 그리고 새삼 깨닫게 되었죠.
문화도 기술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끊임없이 제 모습을 벗고 또 다른 형태로 변해가는 중인데 하나의 플랫폼이 10년이라는 시간을 온전히 견뎌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 아닐까요. '디지털 대전환(DX)'이라 불리는 격변의 시기, 인공지능이 나를 대신하는 시대에 '글'만으로도 플랫폼을 가득 채울 수 있다니. 이는 단순한 지속이 아니라 인간이 언어를 통해 세상과 이어지고자 했던, 뭐랄까 어떤 본질적인 열망의 증명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네요.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후 수백 편의 글을 써왔습니다. 지금은 다소 느리고 더디지만 여전히 문장을 쓰고 글로 만들어 정성껏 채워가는 중입니다. 어떤 글은 언제 썼는지도, 누가 읽었는지도 모른 채 아주 조용히 묻히기도 했지만 몇몇은 잘 다듬어져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오기도 했죠. 그렇게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브런치 작가 수 9.5만 명' 중 하나가 되었죠.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전에 알던 작가도 있고 새롭게 알게 된 작가도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브런치 작가입니다. 그들의 열정과 도전 끝에 새겨진 결과물은 결국 저렇게 책이 되었고 세상에 퍼져나갔죠. 누군가는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책을 읽느냐'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세상은 여전히 누군가의 문장으로 채워지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이들은 디지털 화면의 무색무취한 콘텐츠보다 종이 위에 번지는 잉크 냄새와 활자의 온기를 더 깊이 느끼고 있죠. 그게 서점을 찾는 이유고 책을 읽게 만드는 힘 아닐까요.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쌓은 이야기를 자신이 가진 언어로 창조해낸 작가들의 기록이 담긴 현장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이야기는 계속해서 쌓이게 되겠죠. 그리고 작가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낼 또 다른 작가들이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당연하지만 당신의 글 역시 언젠가 반드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은 모든 이를 위해 시작했다’는 브런치의 지난 10년, 그리고 아직 쓰이지 않은 다음 10년의 여정 속에서 저는 '여전히 꾸준히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