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연예 전문 매체들의 기사 제목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포털 사이트에 올라가는 랭킹 뉴스를 보다 보면 (기사 제목이 어떻든) 팩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마치 무슨 사건이라도 크게 터진 듯 '거창하게 부풀린' 제목과 달리 맥락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때가 있다. 한마디로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제목의 기사라는 점이다. 그간 기사를 보면서 소위 '어그로를 끄는' 낚시성 기사 타이틀을 몇 차례 수집해 모아뒀다가 조금 펼쳐보려고 한다.
<홍명보호 또또또 악재, 여기도 경질 저기도 경질>이라는 제목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 가만히 보면 홍명보와 연관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내부' 혹은 대한축구협회 같은 곳에서 마치 대대적인 인사(경질) 조치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대표팀에 속한 선수들의 소속 (국내외) 구단 감독들이 경질되었거나 자진 사퇴했다는 소식을 이렇게 엮어놓은 것이었다. 이를 국가대표팀 감독 홍명호와 이어 붙여 기사화한 것인데 이렇게 굴비 엮듯 엮어내는 것도 '참 재주다' 싶었다.
또 하나는 <'제이홉 친누나' 정지우, 2년 만에 슬픈 소식>이었는데 제이홉은 알다시피 BTS의 멤버. 그의 친누나가 개인적으로 했던 의류 사업을 접는다는 소식이었으며 SNS를 쫓아 그 글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했다. 유명한 셀럽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경우는 다반사다. 그들의 가족들 또한 기사거리가 되는 것 또한 부지기수다. SNS를 쫓는 것은 거의 일상이다. 오죽하면 해당 연예인들이 SNS를 하면서도 기자들에게 당부하는 글을 남길 정도겠는가 말이다.
또 하나는 <김유정 자택 급습 당해, 핏빛 현장 충격>이라는 기사. 여기서 말하는 '김유정 자택'은 배우 김유정의 실제 자택은 아니고 드라마 속 장면을 고스란히 적어둔 제목이었다. 현실의 사건처럼 둔갑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긴 하지만 최근에 배우 나나가 실제로 도둑에 급습을 당한 일도 있어 이런 식의 제목이 과연 올바른 건가 싶기도 하다. 이건 또 어떠한가. <'81세' 임현식, 농약 흡입해 응급실行 "어지럼증에 정신 잃고 쓰러져">라는 기사를 보면 배우 임현식이 농약을 흡입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이 사건은 10년 전의 농약 중독 경험을 모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것이었다. 과거 있었던 일이라는 걸 제목에 친절히 적는 경우는 없으니, 뭐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걸 거짓말 한 사례는 아니라지만. 아무튼 그렇다. <신은정 ♥ 박성웅, 결별 후 새 출발 8개월 차에 깜짝 소식... 접점 넓히고자 '하이앤드' 합류>라는 제목도 있다.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박성웅 배우의 아내 이름을 굳이 붙여가면서 '결별'이라는 단어를 이런 식으로 써도 되는 건가 싶다. 참고로 두 사람은 잘 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결별은 소속사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19살 하늘나라로 떠났다”… 김연아 라이벌 아사다 마오가 전한 안타까운 소식>이라는 기사다. 이는 인터넷에서 꽤 어그로 좀 끈다고 하는 기자가 작성한 M 모 경제지 기사다. 딱 봤을 때 느낌은 어떠한가. 나도 모르게 클릭을 해버렸고 생각했던 내용이 아니었기에 댓글 창을 열었더니 나와 비슷하게 느낀 사람들뿐이었다. 아사다 마오가 모 프로그램에 나와 2년 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반려견의 이야기다.
※ 어쩌면 기사 제목에 대한 느낌이나 입장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도 할테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소 당황스러웠기에 굳이 남깁니다
통상 옐로저널리즘의 기사 제목을 보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실 전달보다 감정 자극을 우선한다는 점이다. 옐로저널리즘의 기사 타이틀은 독자의 불안, 호기심, 궁금증, 관심사 등을 건드리고 클릭을 유도하는데 아주 최적화되어 있다. 문제는 옐로저널리즘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포츠. 연예 매체의 전유물처럼 보였던 제목 장사가 어느 순간부터 일반 매체에도 은근슬쩍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클릭 한 번에 트래픽으로 이어지고 그 트래픽은 곧 광고 수익으로 환산되기 때문인데 제목이라는 미끼에서 독자를 낚고 자신의 사이트로 유입시킬 수 있다면 기사 내용의 퀄리티 따위와 무관하게 수익 구조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낚시질 한 번에 독자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정보가 아닌 광고의 홍수라는 점도 간과할 순 없다. 기사 본문을 읽으려면 스크롤마다 튀어나오는 배너와 팝업을 피해 다녀야 할 정도다. 심지어 클릭하지도 않았는데 광고 페이지로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독자는 기사 내용을 소비하기도 전에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데 통상 이런 언론사 사이트는 이용을 거부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과도한 광고 행태는 어떤 특정 광고주에게도 부담이 된다고 하는데 일부 대형 플랫폼은 강제 전환 혹은 오인 클릭을 유도하는 방식의 트래픽을 저해 요소로 판단하고 광고 집행을 중단하거나 물량을 아예 배제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단기적으로는 클릭 수가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고 광고 생태계에서 조차 외면받는 구조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이런 관행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은 뉴스 소비 방식이 제목 중심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이 본 뉴스", "공감 많은 뉴스"와 같은 랭킹 시스템은 그저 자극적인 제목으로 채워진다.
언론은 팩트를 차분히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감정을 자극해 체류 시간을 늘리는 콘텐츠 공급자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일부 언론사가 그렇다는 것) 기사 제목과 내용의 괴리는 점점 커져가고 독자의 신뢰는 계속해서 깎여 나간다. 옐로저널리즘의 가장 큰 문제는 단순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이다'라는 도덕적 비판에만 있진 않다. 정보의 시간과 맥락을 왜곡하고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며 결국 뉴스라는 공적 자산을 소모품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에 있다. 클릭을 얻기 위해 쌓아 올린 과장과 오해의 구조는 언론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은 지 오래. 당장의 트래픽보다 장기적 신뢰를 선택하지 않게 되면 독자들은 계속해서 속았다는 감각만 축적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세상이 '자극적인 것에 선호'한다고 해도 그 피로가 임계점을 넘게 되면 뉴스라는 틀에서 벗어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결국 옐로 저널리즘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행위가 아닐까.
그냥 낚시성 제목만 펼쳐놓으려 했는데 이렇게 또 장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