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이 졌다.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by 임상덕
image.jpeg 가방 리폼은 형태나 기능을 새롭게 해서 다시 태어나는 거에요


최근 한국 대법원은 사용자 고객 의뢰로 루이비통 가방을 리폼하였다는 이유로 루이비통과 재판 1, 2심에서 패소하여 위기에 몰렸던 한 수선 장인 손을 들어주었다. 루이비통은 창업자 아들이었던 조르쥬 비통이 1896년 디자인한 모노그램 패턴이 등록 상표이므로, 리폼 과정에서 해당 상표가 사용된 것은 상표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반면 수선 장인은 고객이 소유한 가방을 의뢰받고 변경하여 다시 돌려주었을 뿐, 이를 판매하거나 유통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결국 ‘영업적 상표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왜 강남에서 수십년간 명품 가방 수선과 리폼을 하는 직업을 가진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그 장인은 세계 최대 럭셔리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에 재판으로 맞설 수 밖에 없었을까?


이 판결은 단순한 법적 분쟁 이상 큰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명품은 브랜드의 것인가? 구매한 사용자의 것인가? 진짜 주인은 누구인가?


대법원 판결 직후 승소한 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 제가 리폼 작업했던 명품 가방들은 사실 오래되고 낡아서 사용이 불가능한 제품들이었어요. 그런데 사용자들에겐 그 가방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죠. 돌아가신 어머니가 물려주신 유품이거나, 남편에게 받은 첫번째 선물이라던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들이거든요. 저는 수명이 다해버린 오래된 가방을 리폼하여 재생시킨 후 원래 주인에게 반환하였을 뿐입니다. “


럭셔리 브랜드들은 오랫동안 배타적인 통제 시스템 위에 존재해왔다. 디자인, 생산, 유통, 수선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며 희소성과 권위를 유지해 왔다. 럭셔리 브랜드 가치는 제품 자체뿐 아니라 브랜드가 구축한 세계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입장에서 리폼은 그 통제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이는 곧 브랜드 서사에서 벗어난 일탈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오늘날 소비자는 과거와 다르다. 이제 명품은 단순히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라 ‘경험하고 재해석하는 대상’이 되었다. 오래 사용한 가방을 새로운 형태로 바꾸거나, 개인 취향을 반영해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행위는 소비자가 물건과 맺는 관계 변화를 드러낸다. 브랜드가 의미를 부여하던 시대에서, 사용자가 의미를 완성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리폼 문화는 초기 럭셔리 브랜드 역사에도 맞닿아 있다. 유럽 귀족 사회에서 의복과 가죽 제품은 세대를 거치며 해체되고 다시 제작되었다. 장인 손을 통해 물건은 끊임없이 변형되며 시간을 축적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헤리티지 역시 이러한 반복적 사용과 변형의 결과다. 아이러니하게도, 리폼은 럭셔리를 위협하는 행위가 아니라 럭셔리 기원에 가까운 문화일지도 모른다. 루이비통 창업자는 1854년 결혼한 첫해에 창업을 하면서 여행을 위한 트렁크 제작과 수리를 하는 장인으로서 전문 짐싸는 일꾼으로서 이 사업을 시작하였다. 거칠게 마차나 선박에 던져지는 트렁크 가방들은 튼튼하면서도 끊임 없이 수리되고 리폼되는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한국 대법원 판결은 럭셔리 브랜드 상표권 부정이 아니라 판매 이후 고객과 브랜드간 관계와 균형이 새로 설정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표권 보호라는 브랜드 권리와 개인이 가진 소유권, 그리고 이후에 장인이 개입한 기술적 창작 행위 사이에서 법원은 새로운 경계를 그었다. 이는 럭셔리 산업이 더 이상 일방적인 브랜드 중심 구조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시대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미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는 리셀, 리페어, 업사이클링이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속가능성이 소비 가치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시간의 흔적을 담은 물건이 새로운 럭셔리로 인식되고 있다. 명품의 가치는 이제 ‘새로움’이 아니라 ‘지속되는 시간’에서 만들어진다.


루이비통은 가방을 판매하고 유통하였으나 이후 사용자 삶 속에서 그 가방이 가진 시간 즉, 제품 수명 주기가 가진 가치가 완성된다. 이번 판결은 명품이 더 이상 완결된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와 사용자, 그리고 장인이 함께 이어가는 과정에 존재하는 것임을 말해준다.


우리는 지금, 명품 진짜 주인이 럭셔리 브랜드 기업에서 실제 소유하고 있는 사용자로 이동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image.jpeg 강남 리폼 수선 장인 선생님을 함께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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