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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아저씨 Sep 24. 2020

브런치 글 발행 후 삭제 (생각이 많아지는 밤)

현재 브런치에선 ‘운동인의 일기장’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다. 나의 유년시절부터 운동선수,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을 담은 스토리다. 지금은 대학시절 스토리가 진행 중이다. 지금껏 글을 연재하면서 그렇다 할 힘든 과정은 딱히 없었는데, 딱 한 가지, 가슴 한 구석에 묵혀놓았던, 대학교 3학년 시절 조교 선생님과의 마찰을 글로 풀어냈다. 대략 설명을 하자면 멀리 보지 못하고, 코앞의 상황만으로 선생님에게 심하게 반항을 했고, 그 사이 티격태격 한 내용과 마지막으로 생각이 짧았던 내가 반성문을 적어내어 훈훈한(?) 마무리로 끝나는 이야기다.     

 

 글을 완성시키고 브런치에 발행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똥은 시원하게 쌌는데 뒤 마무리가 청결하지 못한 거처럼 뭔가 찝찝했다. 늦은 새벽시간, 그때의 조교 선생님에게 카톡을 보낸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도 답변이 왔다. 10년이나 더 지난 이야기인데도 선생님은 단 하나의 오차도 없이, 소름 돋을 만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선생님도 마음에 담아뒀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30분간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때의 선생님의 진솔한 심정을 들려주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진솔한 이야기를 내게 해 준 적이 없는데, 자신의 과거사까지 들려주며 그때의 상황과 오해를 풀어준다. 그저 딱딱한 사람인 줄만 알았던 사람인데, 괜스레 울컥했다. (사실 조금 감동이었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고, 여태껏 내가 알고 있던 사실과는 왜곡된 기억이었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나를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왜 그렇게까지 호되게 대했는지, 왜 포기했는지까지 10여 년이 지나고야 알게 된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다시 말하자면 그때의 난 눈에 보이는 것만 보았지 깊은 내막은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땐 나도 불타는 청춘이 아니었겠나. 선생님 말이 잔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으니 말이다.     

  

사실 살아오면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음에도 그렇다 할 생각 없이 지내왔다. 하지만 선생님과의 진솔한 대화를 끝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말이 이제 조금은 알 거 같다. 뭐, 다시 보이는 것만 보고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찰나의 순간 이러한 통찰력이 발휘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주위에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모를 수도 있어요. 제가 그런데는 좀 둔하거든요. 그렇다고 저도 저 혼자 살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저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있는 부분도 있지요. 네, 도와주는 입장에선 알아주기를 바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도움받는 사람은 저처럼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색내지는 않아요. 선생님과의 대화에서처럼 스스로 느끼지 못한다면 알 수 없으니까요. 그런 말이 있어요. 주려거든 바라지 말라고, 받은 사람이 언젠간 느끼는 날이 올 거 에요. 그때 감사의 인사를 전할 겁니다.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저처럼 말이죠.     


저를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운동인의 일기장  < 연재하고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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