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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승희 Jan 15. 2018

[02] 10년 뒤 우리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주간 음식 2주 차 (1/8 월 ~ 1/14 일)

 <주간 음식>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숭이랑 밥 먹을 때 명언 생각해서 가야 해.'라는 말을 한다. 이 러블리한 사람들 같으니라고!


<주간 음식>을 하게 되면서 생긴 좋은 변화는 의식적으로 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식사 시간이 더욱더 풍성해짐을 느낀다. 그래서 이번 주는 하루에 점심과 저녁 두 번 다 기록한 날들이 많다. 정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구나' 싶다. 참 좋은 시간들이다.

그리고 사진 정리를 하면서 '참 많이 먹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고...(끙)


한 주동안 내가 먹은 음식들, 그 사이에 오간 우리의 대화들.



주간 음식 2주 차 (1/8 월 ~ 1/14 일)


1월 8일 월요일 @현정이네 철판 두루치기

 지난주부터 갱사마랑 '육장' 가고 싶다고 노래~노래를 불렀는데 육장 먹기 실패... 인기 있는 맛집이다 보니 재료 소진이 빨리 되곤 하는데, 추운 날 잠실에서 망원동까지 갔는데 너무 아쉬웠다. 우리가 계속 안 가고 아쉬워하며 서성이니 육장 사장님께서 본인이 자주 가는 다른 맛집을 소개하여주셨다. 육장의 아쉬움을 달랠 순 없다며 투덜댔지만 우린 볶은밥까지 비벼먹고 나왔다.


다 먹고 나와서 갱사마가 말했지.





1월 9일 화요일 점심 @근미짱 하우스

 오랜만에 근미짱네 놀러 가서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근미짱은 촉박한 점심시간에도 나와 갱사마에게 맛있는 밥을 해주려고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와 외국 계란찜...? (말해줬는데 이름을 까먹었다.)을 해주었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다.

나도 요리하는 게 재밌어서 올해 사랑하는 내 사람들에게 내가 직접 만든 요리를 해주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데 근미짱을 보면서 이 길은 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1월 9일 화요일 저녁 @생어거스틴

 정말 오랜만에 태화 오빠를 만났다. 블로그로 맺은 인연이 벌써 7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병원에서 일할 때부터 항상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던 오빠였는데 이렇게 서울에서 맥주를 먹는 사이가 될 줄이야.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요즘 내가 고민하던 것, 힘들었던 것들을 이야기하니 오빠가 담담하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 담담하게 그리고 큰 울림을 주었던 이 날의 대화. 잊지 말고 기억해두자.





1월 10일 수요일 점심 @가일

 요즘 우리의 가장 큰 고민이자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할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 점심시간, 회의 시간에 나오는 고민들이었다. 2년 전, 어떤 영상 콘텐츠 기획을 하면서 자꾸 스토리보다는 페이스북에서 바이럴 될만한 후킹 할 요소부터 찾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너무 싫었다. 요즘도 자꾸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릴까 봐 걱정이 든다. 그래서 우리의 이런 주제의 대화들은 서로가 많이 잡아주면서 어떤 것이 정말 중요한지 놓치지 않고 갈 수 있게 도와줄 거라 믿는다.


1월 10일 수요일 저녁 @그릴 파이브 타코

 지방에 살던 나에게 '서울'은 강북이었다.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커피프린스' 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드라마에 나오는 서울, 그 서울이 내가 막연히 동경하던 서울이었다. 그 드라마에 나온 곳들이 강북인지는 모르겠지만 강북에만 가면 어렸을 때 봤던 드라마 속 서울을 떠올리게 된다.

나처럼 강남보다 강북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강북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웠다.





1월 11일 목요일 점심 @토키야

 다민 선임님 출산 휴직 전 날 점심 약속 '토키야'. 내가 언제 출산하냐고 여쭤봤더니 내가 본인한테 30번은 더 물어본 것 같다고 엄청 웃으셨다. 물어보면서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던 과거의 내가 떠올랐다. 제발 질문했으면 기억 좀 해두자. (ㅠ_ㅠ)

행사 때마다 다민 선임님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치믈리에를 시작했을 때 우리 쌍둥이가 탁 들어섰을 때였는데.. 시간 참 빠르다. 우리 둥이들 3월에 엄마 힘들게 하지말고 꼭 건강하게 나오렴.


1월 11일 목요일 저녁 @맨하탄삐루

 스페이스 오디티 송원영 감독님과의 대화가 끝난 뒤 소소하게 뒤풀이. 역시 을지로 스웩 넘친다. 10년 전 대학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각자의 10년 전은 달랐을 것이다. 함께 온 멤버들과 같은 시대라 공감했고 다른 시대라 재밌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기 때문에 아쉽게도 이날은 2시까지만 있다가 나왔다. 아,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즐거웠는데 이 아쉬운 느낌은 뭘까.





1월 12일 금요일 점심 @본가

 내 싸랑 모모짱과 째리와의 점심시간. 본가의 떠먹는 차돌 된장은 진짜 중독성 있는 맛이다. 된장 찌개를 엄청 좋아하진 않는데 본가의 차돌 된장은 자주 먹게 된다. '된장'이 아니라 '차돌' 때문인 건가?


1월 12일 금요일  @가평 같은 방

 2018년 '자리B움' 첫 스타트! 마더 그라운드 이근백 대표님을 모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마더 그라운드가 왜 이렇게 좋은지 생각해봤더니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여전히 난 이야기가 담긴 것들이 좋고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의 시작은 다 그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1월 13일 토요일  @엄지네 포장마차 속초점

 마지막 20대를 속초에서 혼자 정리하고 싶었던 갱사마. 결국 작년 연말에 가지 못했고 30세가 되어 이번 주말 나와 함께 속초를 왔다. 이번 주 내내 둘이 대화할 시간이 많았다. '마더 그라운드', '브라운 브레스'에 대한 이야기, 진짜 정의로운 삶이 뭔지, 책임감을 갖고 사는 것이 뭔지 서로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눴다. 결국 우리가 믿고 나아가고 싶은 것이 곧 나의 신념이고 종교일 것이다.


갱사마는 말했다. 10년 뒤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냐고.

나도 생각해보곤 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나의 신념과 가치관에 대해서.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느냐에 따라 나의 10년 뒤는 결정되겠지?





1월 14일 일요일  @육장

 월요일에 실패하고 우리는 불안한 마음에 육장 사장님께 디엠을 보냈다.

"오늘은 재료 소진 안되었나요?"

"오세요! 브레이크 타임 끝나고 5시쯤 오시면 돼요."

5시 땡 하자마자 들어간 우리는 식사가 나올 때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 육장의 육개장은 나에게 올 겨울 최고의 음식이다. 사장님도 좋고 공간도 좋고 심지어 맛도 있다. 진한 국물에 숙주나물과 갈비는 환상 조합이다. 아, 섞박지는 어떻고~ 매번 다르게 나오는 과일은 또 어떻고!!!! (미쳤어.)

처음엔 나만 알고 싶어서 아무에게도 알려주기 싫은 곳이었지만 지금은 이 좋은 음식을 더 많은 사람들이 먹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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