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고비를 겪고나면 그 고비 속에서 직접 체험한 경험은 이후에 다가올 고비를 이겨내는 큰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 큰 약세장에 대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들은 작은 약세장을 만나면 잠깐 바람이 지나갔나 싶은 정도로 담담하게 대하지만, 경험이 없는 투자자들에게는 마치 태풍이 몰아친듯 큰 심리적 타격을 입게 됩니다.
올해 10년만에 제법 큰 변동이 찾아온 증시, 어쩌면 2018년 약세장은 앞으로 다가올 모든 가능성에 있어 내성을 만들어준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ㅇ "내 경험상 이런 폭락장은 없었어요..." ?!?!
지난 겨울 가상화폐 열풍이 가득하던 때, 가상화폐 관련 영상들과 실시간 채널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유튜브를 열면 가상화폐 관련 BJ들의 실시간 방송이 여러개 뜰정도로 당시 분위기는 그야말로 Hot했습니다. 봄이 찾아오고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할 즈음, 우연히 어떤 젊은 가상화폐 투자자 방송을 접속하게 되었습니다. 나름 재미있게 방송을 잘하더군요. 그런데 그 때 BJ가 던진 멘트가 필자의 뇌리에 진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내 경험상 이런 폭락장은 없었어요!!! 말도 안되요..."
그래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그 가상화폐 BJ가 가상화폐를 투자한 시기는 고작해야 1~2년이었을 것이고 그 기간은 그야말로 강력한 우상향하는 시세흐름만 있었을터이니 그가 가진 경험상 지난 봄과 같은 가상화폐 폭락은 경험 데이타에 없는 충격적인 하락이었을 것입니다.
(BJ의 연령대로 볼 때, 주식시장에서의 2000년 IT버블붕괴나 2008년 금융위기 폭락은 경험하지 않았겠더군요)
이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서도 투자 기간이 길지 않은 경우, 급락장 혹은 급등하는 시장을 만나면 자신의 경험으로 볼 때 말도안되는 시장 상황으로 비추어질 것입니다. 책에서는 혹은 백테스팅 과거데이타에서는 숫자나 차트로만 과거 급락장을 보았기에, 당시 경험이 없다보니 실제로 맞닥뜨리게되는 자신의 투자심리와 개인 자금 상황 그리고 주변에서의 압박 등 생소한 경험은 너무도 공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ㅇ 자주 언급드린바처럼, 지난 10년은 평온한 증시였다.
현재 주식투자를 하는 대다수의 투자자분들은 2008년 금융위기 대폭락 이후인 지난 10년 안에 투자를 시작하신 분들이실 것입니다. 심지어 기관 펀드매니저도 이제는 절반 이상이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하지 않은 운용역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년은 그 이전 증시 역사에 비하면 정말 평온한 증시였습니다.
"에이! 나는 지금도 힘들어요!! 내 경험상 이런 폭락장은 없습니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그 이전 2000년만 보더라도 2008년 말~2018년 말 10년은 정말 고요한 증시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있었던 약세장은 그 이전에 있었던 급락시기에 비하면 ...]
단적인 예로 IMF직후 1999년과 2000년 증시만 보더라도, 1년만에 100%가까운 주가지수 상승률이 만들어지다가 1년도 안되어 주가지수가 반토막나면서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그 후 2001년 911테러 이후 2002년 봄까지 또 100%가까이 주가지수가 상승하더니, 그 후 1년여 주가지수가 반토막 났습니다.
1년 단위로 폭등/폭락이 반복되는 상황 책과 백데이타로만 보신 분들에게는 "에이!! 존버하면 되잖아"라고 쉽!게!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 시기 투자자들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경험하였습니다. 폭등한 1년은 하하호호 즐거웠지만 그 다음 해에는 모든 투자금을 휴지처럼 날리고 다시 다음에 회복한다 싶더니 다음해에는 아예 모두 녹여없앴으니 말입니다.
필자도 그 경험을 그대로 겪었습니다. 99년과 2000년 당시 용기만 가지고 뛰어들었다가 2000년에 "내 경험상 이런 폭락장은 없었어요"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고보니, 그 즈음에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매일 매일이 불안한 뉴스가 가득하였군요.
IMF사태 직후였던 지라 시장금리나 달러가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외환위기 가능성이 종종 제기되었고 2002년 카드대란이 터지면서 36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심각한 경제 불안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도 어렵긴 어렵습니다만... 그 당시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 당시와 비교하면 2008년 말부터 2018년 10년간은 그야말로 고요한 호수와 같은 시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2011년 8월 유럽위기와 2015년 여름 이후 중국 버블 붕괴 후 약세장이 있었지만 그 하락폭은 그 당시와 비교하면 귀염둥이 수준일 뿐입니다.
그러고보니, 올해 주식 시장이 고점대비 20%넘게 하락하였지요.
[올해 증시 경험 그냥 흘려버리지 마시길. 사진참조 : pixabay]
ㅇ 올해의 경험, 큰 예방주사 맞았다 생각하시라.
2008년 금융위기로 대다수의 개인투자자가 시장에서 퇴출되었고 그 후 새로운 투자자들이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이마저도 유럽위기(2011년 8월)로 인해 시장에서 일부 쫓겨났을터이니 현재 증시에 남아있는 투자자들은 억세게 오랜 기간 증시에서 살아남은 산전수전 다겪은 역전의 용사와 같은 투자자 일부와 2011년 이후 주식투자를 시작한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투자자층을 구성하고 있을 것입니다.
특히 2011년 이후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들에게는 올해 하락은 경험상 존재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시장이었을 것입니다. 체감상 주가지수 50%폭락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 적당히 깊었던 올해 하락장에서 느끼셨던 경험들 절대 잊지 마시고 마음 속에 새겨 기억해 놓으십시오.
- 하락장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며 자신이 어떤 심리 상태에 빠졌는지.
- 주변 지인들이 이번 증시 약세를 보며 던진 비아냥
- 가족들에게서 받은 경제적 압박
- 내 자신이 이 약세장에서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꼭! 마음 속에 깊이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그 느낌을 그대로 가지고 과거 2000년대 초반 혹은 그 이전 90년대 초반과 90년대 중후반 폭락장을 경험했다면 어떤 심리적 고통을 겪었을지 가상 체험을 해보신다면 이 경험은 앞으로 여러분 투자에 엄청난 자산과 지혜가 될 것입니다.
오히려 이번 하락장이 매우 심각하게 전개되지 않았기에 어쩌면 예방접종처럼 하락장에 대한 내성을 키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심리적 내성만 키워서는 안되겠지요? 내가 더 큰 하락장이 오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투자 방법도 함께 생각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2018년 12월 21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CIIA charterHolder, 국제공인투자분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