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일본은 미국의 중재안을 무시하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였습니다. 어쩌면 7월 초부터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던 일본이었기에 그들의 계획은 그 누구도 멈출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언론에서는 1100개가 넘는 일본산 소재/부품/장비 공급이 중단되어 한국 경제는 괴멸할 것이라는 공포심리를 키우기도 하고 있는 지금. 다행히 오전장까지는 한국증시가 그런데로 선방하고 있습니다. 한국증시 역사에 중요한 악재로 남을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 전쟁. 그 하이라이트인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을 일본이 내린 오늘을 기록하며, 증시단상을 주저리주저리 남겨봅니다.
ㅇ 일본이 원한 것은 110년전 조선 :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필연적인 과정.
어쩌면 일본이 한국에 원한 것은 110년 전 나약하기 그지없던 조선이었을 것입니다. 칼자루를 휘두르면 굴욕적인 조약에 고분고분하게 국새를 찍어주던 그 조선을 말입니다. 그러했던 한국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듣던 한국이 어느순간 자신들의 턱밑까지 쫓아온 것을 보고 일본은 다급함을 느꼈겠지요.
일본 입장에서 생각 해 보면,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일본GDP에 1/20정도 밖에 안되던 꼬맹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헤메이는 동안 한국은 역경을 이겨내며 경제규모를 키워왔고 어느순간 한국 경제규모는 일본GDP에 1/3수준(약 30%)수준까지 쫓아오게 됩니다. 1인당 GDP는 일본과 한국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일본 경제규모의 30%수준까지 쫓아온 한국, 원데이타 : imf]
생각 해 보니, 1980년대 일본 경제가 미국GDP에 40%수준을 넘어갔을 때 뉴욕플라자 호텔에 끌려가 플라자합의에 서명했던 굴욕이 떠올랐을 수도 있겠지요. 일본입장에서는 한국이 더 크기 전에 칼질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2030년대에는 한국GDP가 일본을 넘어선다는 분석도 있었을 정도니 이제는 한국 경제를 죽여서 말 잘듣는 110년전 조선으로 만들고 싶었겠지요.
그러하기에 이번 일본의 경제제재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의 집권 정부가 누구더라도 단행되었을 것입니다.
관료제 사회인 일본에서는 이를 철저하게 매뉴얼을 만들어 준비하였다하지요. 1100개에 이르는 혹은 그 이상의 일본산 부품과 소재를 가지고 한국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기술력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진 한국의 매스컴들은 이번 일본 경제제재로 인해 한국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 연일 나팔을 불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팔소리에 주식시장은 휘청거리는 7월이었습니다.
ㅇ 2011년 대지진 이후에도 기업들은 너무도 일본에 의존! 그런데 자동차에서는 다른 소식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은 정말 충격적이었지요. 당시 영상 속에서 타오르던 도시들 그리고 노심까지 녹아내린 후쿠시마 원전 폭발 등 일본이 가지고 있는 자연재해라는 컴플렉스가 다시금 떠오르던 2011년 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를 생각 해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일본 소재/부품/장비의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기업들은 하지 않았던 것일까? 100% 일본에 의존하였다면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있었어야하지 않았을까?
만약, 이번 일본 경제제재가 아니라 일본 전체가 무너지는 대지진과 화산폭발이 일어났다면 경제제재보다도 더 암담한 상황이 한국 기업들에 있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뉴스를 살펴보다보니 자동차쪽에서는 부품 국산화가 끝나다고 합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쪽이 전전긍긍하는 것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생각 해 보면, 과거 20여년 전 S모 자동차가 국내에 출시될 때 일본 부품을 그대로 들여와 조립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을 정도입니다만 현재 자동차 쪽은 국산화가 크게 진척되었다는 뉴스는 향후 한국 기업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일본 경제제재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탈일본은 가속화 될 것입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재고를 최대한 확보하고 새로운 공급처를 찾고 있고 국내 공급 가능한 기업들이 준비된 상태라는 이야기가 속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1년여의 고비를 보내고나면 많은 일본산 소재/부품/장비들은 한국시장에서 비중이 크게 줄거나 퇴출되어있겠지요. 대략 1년의 시간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특히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 정정당당하게 벤더 계약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을 것입니다.
이전에는 "아~ 우리는 일본 소재만 써요, 저리 가세요. 귀찮게" 라던 대기업들이 태도가 달라질터이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1~2년 뒤에도 일본산 소재/부품/장비에 100%의존하려는 대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수시로 대일 리스크를 안고 경영을 해야할 것입니다.
(※ 일본에 지진이 나도 걱정, 일본 정치적 이슈에도 걱정하면서 말입니다.)
ㅇ 오늘 한국증시 예상보다 양호한 이유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인해 오늘 한국증시가 대폭락할 것으로 생각하셨던 분들이 많았던 듯 합니다. 그 기대(?)에 비하여 한국증시 충격은 제한적입니다. 비관론적 분위기만 따르자면 오늘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크 걸릴 정도로 증시 대폭락이 나타났어야만 합니다. 하지만 종합주가지수는 비록 2000p를 깨기는 하였지만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준의 조정이고 코스닥 지수와 스몰캡의 낙폭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아마 코스닥은 신라젠의 하한가가 아니었다면 플러스권까지도 노려봤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한국증시가 오전장에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사람들의 암울한 전망에 비해 선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번째로, 불확실성 해소입니다.
만약, 오늘 일본이 "일단 화이트리스트 판단 배제 몇일 유보"라고 했다면 한국증시는 오히려 불안감이 몇일 더 이어지면서 더 크게 하락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불안해했던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악재가 이미 선방영되었고, 아예 공식화됨에 따라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악재로서의 생명력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로, 한국기업들이 어려움은 있지만 잘 대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작년부터 일본 경제제재가 예정되어왔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나리오도 언급되어왔었기에 기업들은 길면 작년부터 짧아도 올해 여름부터 대응책을 실무진에서 마련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소재/부품/장비등의 재고를 미리 확보하여 시간을 벌면서 대체재를 찾기도 하고 실제 대체재를 속속 찾아내며 현장에 투입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일본 경제전쟁 속에 이공계 출신 연구 및 생산 현장 인력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하겠습니다. 그들의 살신성인과 같은 노력이 있기에 기업들의 충격은 예상보다 작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주셔야 합니다.
(※ 일본언론이 한국 붕괴된다고 말한다구요? 니~뽕~~ 입니다.)
세번째로, 일본 경제제재 압박 과정에서 증시 신용융자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번 하락장 과정에서 이미 유가증권 시장의 신용융자는 2년전 수준까지 줄어들어있고, 코스닥 시장의 경우 올해 2월 초 수준까지 급감하였습니다. 신용융자 전체적으로는 작년 말 수준까지 내려왔을 정도로 신용융자에 따른 시장 부담이 7월을 보내면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코스닥 쪽 신용융자는 조금 더 줄어들어야하겠습니다만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은 중요포인트입니다.
네번째로, 주가지수 2000p이하에서는 국민연금의 대규모 매수가 들어오게 됩니다.
아무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투자 비중 목표치가 2020년 17.3%까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주가지수 2100p부터는 국내주식 비중을 늘려야하고, 주가지수 2000p이하에서는 아래 필자가 추정한 표에서 보시는 바처럼 십조원 이상 국내주식을 매수해야 목표비중이 맞게 됩니다.
[주가지수 수준에 따른 국민연금의 예상 국내주식 매수 규모, 추정치 계산 : lovefund이성수]
증권사에서 제공되는 연기금 수급 통계가 작년 연말부터 국가+연기금 합산으로 바뀌었다보니 정확한 최근 연기금 매수규모를 알수는 없지만 주가지수가 2000p를 깬 오늘 최근 한달동안의 수백억원대의 매매와 달리 오늘 장중 1천억원 이상 매수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한 연기금의 자산배분전략 상 매수세로 볼 수 있겠습니다. 더 떨어지면 더 많이 매수하면서 미약하더라도 증시 하방경직을 만들어주게 됩니다.
ㅇ 마지막으로 : 현장의 기업들은 힘들기에 추경은 필수적이다!
이번 일본의 경제 제재로 인해 한국기업들은 그래도 힘든 고비를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비를 이겨내기 위하여 R&D인력분들은 밤낮을 잊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계실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조금이라도 기업들에게 힘이 실리기 위해서는 위기에 꼭 필요한 추경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추경에 국회에서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추경 규모는 2010년대 초중반 수준에도 못미쳐]
정파를 떠나,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29조원이 넘는 추경을 쓴것처럼 위기 때는 추경을 과감히 쓸 필요가 있음에도 작금의 국회의원님들의 모습은 너무도 답답하더군요. 7조원이 6조로 줄고 5조원대까지 줄어들었음에도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뉴스가 지금 이시 시각에도 이어집니다.
추경 6조원이라 해봐야 GDP 0.3%p높이는 수준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증시를 불안하게 요인 중에 국회가 추가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화이트 리스트 배제"이슈에 따른 저의 긴 단상을 마치겠습니다.
2019년 8월 2일 금요일
lovefund이성수(유니인베스트먼트 대표, CIIA charterHolder)
[ lovefund이성수는 누구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