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난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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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깜

오늘도 무기력한 하루를 시작한다. 몇 차, 동결이식 몇 번, 유산 몇 번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이제는 내가 살고 보는 것이 중요해진 지경이다. 남편은 조금만 더 힘을 내보자 했다. 물론 내가 너무 망가질 것 같다면 그만두자고도 했다. 지금 내 정신의 상태를 감히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다. 내 생에 이렇게 피폐하기가 처음이고, 이만큼이나 오랫동안 힘들기도 처음이라.

난임일기를 써놓은 블로그들을 봤다. 어느 때엔 남의 일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 내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을 땐, 저이들은 이런걸 쓸 마음의 여유가 있나, 하며 내 나약한 정신을 끊임없이 원망했다. 그러나 지금 여기에, 난임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는 나는 그때 그 블로거들이 어쩌면 벼랑 끝이었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나는 벼랑끝에서 간신히 중심을 잃지않고 서있다. 그리고 더는 혼자 버틸 자신이 없어, 이곳에 내 감정을 배설하기로 했다.

어제는 결혼식이 있어 남편과 나섰다. 아직 아이는 없냐는 말을 스스럼없이 묻는 사람도 있었고,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모두 아이를 하나 혹은 둘씩 데리고 와 각자의 육아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나는 더이상 대화에 참여하기가 싫어 차라리 결혼식장에 들어와 신랑신부를 유심히 보는 시늉을 했다. 내 시선은 허공에 있었지만. 곳곳에서 아이 우는 소리와 그런 아이들을 보며 아유 귀여워라 하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무것도 안들리는 척, 신랑 신부를 보며 더 열심히 웃는척 해 보았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고 차에 타서는 가능한 깊은 한숨을 뱉아냈다. 반나절동안 누가 내 마음을 쥐어 짠 것 같았다.

얼마전엔 지인이 자신의 사업이 안된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지인은 쌍둥이의 엄마였으며, 쌍둥이들은 속한번 썩이는 일 없이 잘 자라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임신이 안되었고, 그래서 어떤 날을 보냈으며 지금은 보내고 있는지 잘 아는 지인이었다. 나의 소원같은 삶을 살고있는 지인의 푸념은 고스란히 상처가 되었다.

주변인들로부터 의도치않은 상처를 받을 때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 하는 말을 되뇌었다. 실제로 그러니까. 그 사람들은 죄가 없다.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 뿐. 인생이 이렇게까지 불공평하다는 것을 그들은 잘 몰라서, 온 힘을 다해 비참해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나를 못 알아봐줄 뿐이다. 언젠가... 이제 그런 날이 올 지 조차도 회의적이지만 만약에라도 나에게 임신과 출산의 기쁨,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아이를 보며 그 땐 그랬었지, 하는 때가 온다면 이 글을 보고 내게 온 축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