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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기포도 Nov 10. 2024

[영화] 박쥐(2009)

박쥐

thirst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공포, 멜로, 블랙 코미디, 스릴러 영화입니다. 서양 귀신이 한국 넘어오면서 약간 현지화되긴 했습니다만,,  우리네 정서와는 맞지 않는 흡혈귀(뱀파이어)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박찬욱 감독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이너 한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아시안 판타지 영화예요. 이상합니다.
→원작은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켕이라는 소설입니다. 영화도 있네요. 
 

 '박쥐'를 처음 봤을 때 너무 중구난방 야하기만 한 영화라 별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솔직히 나는 송강호 키스신 보고 싶지 않았어요. 김옥빈이 '태주' 역을 뭔가 열심히 하긴 하는데 과해 보이고...(물론 20대 초반, 게다가 외모만으로#얼짱 유명세를 갖게 된 어린 나이의 배우가 감당하기에는 노출도 많고 선정적이며 나중엔 살인마로 변하는 어려운 역이라는 것을 압니다. )
 

그런데 리뷰 쓰려고 영화도 다시 보고, 각본집(박찬욱, 정서경)도 사서 읽었더니 '태주'가 원래 그런 역이더라고요. 과장되고 불안정하고, 화려하지 않은데 섹시하고 순종적이지만 신경질적이고, 피곤에 절어있는데 에너제틱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영화가 전체적으로 음습하고 산만합니다. 등장인물들은 일본식 가옥에서 살며 한복집을 운영합니다. 한복을 피팅하고 있는 마네킹은 금발의 서양인들입니다. 그날 장사를 마치면 시끄러운 트로트를 틀어놓고 손님을 초대해 마작을 합니다.

손님들과 집주인 모자는 게임을 하며 보드카와 와인을 마시는데 며느리와 손님 영도(오달수)의 부인(FROM 필리핀)은 옆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마치 그들보다 신분이 낮은 하녀나 종처럼 술잔을 세팅해 주고, 자신들은 김밥을 말곤 합니다. 자연스럽지 않고 어딘가 기이하죠. 어떻게 리뷰를 해야 할지 미루다가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가톨릭 병원에서 근무하는 신부 현상현(송강호)은 자신의 노력에도 환자들이 계속 사망하자 무력감을 느낍니다. 괴로워하던 그는 해외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원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납니다. 불치병 이브의 치료제를 만드는 수혈 치료입니다. 아시안 남성 감염자는 사망하게 하는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실험이기 때문에 '순교적 자살'도 의심됩니다. 종교인에게 자살은 큰 죄악이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당연한 수순일 수 있으나 상현도 실험 중 사망합니다. 아니 의료진이 사망 판정을 하려고 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죽은 줄 알고 흰 천으로 덮어 놓은 상현이 나지막이 기도하며 기적적으로 소생합니다.
 
 
 

살이 썩어가는 나병 환자와 같이 모두가 저를 피하게 하시고
사지가 절단된 환자와 같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하시고
두 뺨을 떼어내어 그 위로 눈물이 흐를 수 없도록 하시고
입술과 혀를 짓찧으시어 그것으로 죄를 짓지 못하게 하시며
손톱과 발톱을 뽑아내어 아주 작은 것도 움켜쥘 수 없고
어깨와 등뼈가 굽어져 어떤 짐도 질 수 없게 하소서.

머리에 종양이 든 환자처럼 올바른 지력을 갖지 못하게 하시고
영원히 순결에 바쳐진 부분을 능욕하여 어떤 자부심도 갖지 못하게 하시며
저를 치욕 속에 있게 하소서.

아무도 저를 위해 기도하지 못하게 하시고
다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만이 저를 불쌍히 여기도록 하소서.

 
 
 
 
 
 

이 일로 상현은 500명 중에 단 한 명 기적적으로 살아난 예수라 불리며 신봉자까지 생겼습니다. 그러나 상현은 단지 의문의 피를 수혈받아 뱀파이어로 부활한 것뿐입니다. 그는 간절히 기도를 청하는 이들에게 죄책감을 느낍니다. 혼란스럽지만 애써 마음을 편히 가지려 노력하며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봉사활동을 하며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사 중인 병원에 라여사(김해숙)가 찾아옵니다.

아들이 암에 걸렸다고 기도를 부탁하며 막무가내로 상현을 아들에게 데려갑니다.
환자복을 입고 누워있던 라여사의 아들 강우(신하균)는 상현을 빤히 쳐다보더니 어린 시절 친구였던 일을 기억하고 반가워합니다. 그리고 다음 검사 때는 상현의 기도 덕인지 '종양'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강우는 어딘가 모자라고 몸도 비실비실하고 어딘가 덜떨어진 캐릭터라 부인 태주가 뒤에서 '병신'이라 부르며 무시합니다. 종양이 암은 확실했던 건지.. 애는 착혀..)
 
라여사는 매우 기뻐하며 상현을 자주 초대하고 대접하며 아끼게 되었습니다. 엉뚱하게도 상현은 강우의 아내 태주를 보며 묘한 욕망을 느낍니다.
 
 

태주

 
태주는 보호받을 곳 없는 고아 출신으로 어릴 때 강우네 집에 버려진 아이입니다. 라여사가 거둬서 (말로는) 딸처럼 키웠다고 합니다. 이제는 강우의 처가 되어 며느리라기보다 하녀, 간병인으로 학대에 가까운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억눌린 스트레스를 한밤중 슬립만 입은 맨발 차림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으로 해소하는 안타까운 인물입니다. 
 
어느 날 밤도 맨발로 전력질주를 하다가 상현을 마주치게 됩니다. 상현은 그녀를 이상한 시선으로 보거나 비웃지 않고 딱하게 여기며 자신의 구두를 벗어 줍니다. 그리고 태주를 번쩍 들어 신을 신겨줍니다.
 

 
 

내가 이 지옥에서 데리고 나가 줄게요.

 
 
 
사실 새벽 달리기 장면 이후로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감정선이 생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가 되어 모든 쾌락을 갈구하게 되었지만, 상현의 본체는 신부입니다. 상현은 성욕, 살인욕과 성직자로서 감내해야 할 금욕 사이에서 괴로워합니다. 자해하고 극도로 자신을 다스리려 노력하지만 결국 친구의 아내. 태주를 택합니다. 

 
 
어느 날 상현은 태주의 허벅지의 상처를 발견합니다. 강우가 그랬냐는 물음에 태주는 그렇다고 합니다. 분노한 상현은 강우를 저수지에 유인해 살해합니다.

시체는 물속에서 떠오르지 못하게 숨겼으므로 살인은 아직 발각되지 않았습니다.
 
라여사는 아들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습니다. 집에 찾아온 상현을 보고 강우로 착각해 오열하다가 쓰러집니다. 깨어났지만 평소 혈압에 문제가 있던 그녀는 전신마비 환자가 되어 눈을 깜빡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가 됩니다. 태주는 이번에도 간병인처런 집에서 라여사를 보살핍니다.
 

 
 
사실은 말이죠. 태주의 상처는 강우가 학대한 흔적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강우는 심약하고 여린 사람이라 상처에 약을 발라주며 걱정하는 다정한 구석도 있었습니다.

태주의 상처는 한복을 만들 때 사용하는 실밥가위를 가지고 자작극을 벌인 흔적입니다. 여태 강우가 학대한 척했지만 말실수로 '오빠는 생전 본인에게 손도 대지 않았다'는 말을 해버립니다. 
 

강우에게서 태주를 지키려고 한 살인이 무고한 피해자만 남긴 아무 의미 없는 살육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성을 잃고 싸웁니다.




박쥐 각본

감정이 격해진 상현은 끝끝내 태주를 살해합니다.
그러나 바로 후회합니다.(;)




태주를 소생시키기 위해 자신의 손목을 긋고 피를 내 태주의 입에 흘려 넣습니다.

자신이 살해한 태주의 상처에서 본능적으로 흡혈하고 자신도 태주에게 피를 먹이는 이 기이한 광경을 라여사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그냥 다 지켜봐야 합니다. 어르신 험한 꼴 보신다..ㅜㅜ
 
 
아무튼 태주는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그녀 역시 상현의 피를 받아 뱀파이어가 됩니다. 학대받고 착취받고 살던 분풀이를 하듯 본능대로 살인하며 제멋대로 뱀파이어의 파괴적인 힘을 사용합니다. 살인하지 않는 상현에게 신부의 도리는 지키고 싶냐며 조롱합니다.
 


여우가 닭 잡아먹는 게 죄냐?


 





태주 씨랑 오래오래 살고 싶었는데,
우리 지옥에서 만나요






태주의 살인은 멈추지 않고, 강우를 죽인 것도 곧 들통나게 생겼습니다. 상현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태주와 죽기로 결심합니다. 뒷좌석에는 라여사를 태우고, 태주를 옆에 태워 한밤중에 바다로 향합니다.

동이 트기 직전 새벽, 차키를 부러뜨려 바다에 던져 버리고 트렁크 속, 차 바닥 등 어둠 속으로 숨으려고 드는 태주를 기어코 끌어댑니다. (뱀파이어는 해를 보면 타주거용,,)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태주는 체념합니다. 트렁크에서 상현의 낡은 구두를 찾아내 신고 옵니다.
본네트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상현은 나지막이 태주에게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각본집은 영화랑 좀 다릅니다.



동이 텄습니다. 맞지도 않는 구두를 신은 새까맣게 타버린 발목이 끊어져 툭 떨어집니다.





리뷰


섹시하려고 많이 노력하셨겠지만... 송강호랑 신하균 역할이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절제됐지만 폭력적입니다. 쪽가위로 사람 찌르고 피 빨아먹는 것만 폭력적인 게 아니고요. 상현이 갑분 태주 어른한테 버릇없다고 따귀 때리는 장면 좀 의아했습니다. 자기는 라여사 앞에서 어르신 며느리 가슴팍 찢어서 더한 짓도 했으면서 ㅠ



감독, 출연


  

감독: 박찬욱


현상현: 송강호


태주: 김옥빈


노신부: 박인환


강우: 신하균


라여사: 김해숙


영두: 오달수


이블린: 메르세데스 카브랄


승대: 송영창



기본정보


개봉: 2009.04.30.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멜로/로맨스/ 스릴러
러닝타임: 133분







이 게시물은 제가 개인 블로그에 포스트했던 것입니다. 브런치 작가 감투를 달아 한번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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