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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Feb 02. 2024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진실에 대하여

아주 오래 전 한 소년과의 첫 연애의 이별로 겨울이 계속 되던 미국 작은 마을에서 고통의 터널에 진입한 적이 있었다. 그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소해야할지 몰라 근처 케슬러라는 마트에서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는 Night용 타이레놀을 스물대여섯알을 털어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은 스스로도 어떻게 감당해야할지 모를 고통과 슬픔이어서 떠나고 싶었으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있어서 과감하게 한 통을 다 털진 못한 생의 의지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절 나를 아주 고통스럽게 했던 것 중 하나는 이거였다.


“난 ‘아내가 결혼했다’ (소설 원작으로, 결혼한 여자가 남편과 다른 남자를 둘 모두 진심으로 사랑하는 내용으로 두 남자가 그녀의 사랑을 이해하는 내용으로소, 폴리아모리를 다룬 소설이다. 손예진 주연의 영화도 개봉했다) 를 너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그의 말이었다. 그 시절 나는 대한민국의 결혼은 일처일부제의 영원한사랑의 결실의 언약처럼 느껴졌었다. 그래서 사랑은 움직이는 것임을 경험했던 나는 결혼에 굉장히 회의적이었다. 그 소년과 사귈 당시의 나는 미국에서 그 소년을 좋아하면서 또 다른 선배를 좋아하게 되었고, 난 그 소년이 했던 말을 믿고 내 마음이 이렇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결과는... 이별이었다.


나는 한동안 그 소년의 말을 믿고 그 소년에게 상처를 줘버린 나를 책망했다. 그냥 숨길걸, 그냥 말하지 말걸,하면서 말이다. 내 마음 편하자고 숨김없이 다 털어놓아버린 듯 하여 자책감에 굉장히 힘들었다. 그리고 그가 했던 말을 믿은 것이 어리석은 것이었나 ㅡ 하는 화살이 또 다시 나를 향했다.


18년이 지난 지금은 웃으며 말한다.


그 소년은 언제나 진심이었으리라고. 그의 마음이 바뀐 것이거나 내가 어리석게 거짓을 진실로 믿은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영원‘ 이라고 말이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진실이란,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같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믿음, 번역이 ‘내 삶에 도움되느냐’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가진 ‘자유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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