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일본인동료와 일하면 생기는 일
내가 일하는 독일 스시회사에는 다양한 아시아인이 일한다. 주로 베트남사람들이고, 그 외에 태국인, 일본인, 네팔인, 필리핀인 등 다양한 아시아인이 함께 일한다. 내가 처음 일을 시작하던 5년 전에는 한국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현재는 한국 사람들도 꽤 많이 일한다.
스시회사이지만 의외로 일본인 동료는 적다. 공교롭게도 우리 매장에는 두 명의 일본인 여성이 일한다. 그 중 한 명인 아카리는 나보다 17살이나 어리지만 대화가 잘 통하고, 성격도 편안해서 별다른 트러블 없이 일한다.
트러블은 없지만 일본인인 그녀에게 거리감이 느껴질 때는 있다. 일본 정치인이 망언을 한다거나 우리 나라 대통령이 일본에 우호적으로 행동하면서 마뜩지 않은 행동을 할 때면 괜실히 그녀가 미워지는 것이다.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지만 이럴 때면 둘 사이에 선이 생기는 듯하다. 하기사 그녀와 이런 부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본 적은 없으니 그녀와 별개로 나만의 감정일 수도 있다.
하루는 휴식시간에 같이 간식을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한국의 개고기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 전날 다른 한국인 동료에게 개고기에 대해 들었다는 아카리의 말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같은 동양권이고 이웃나라여서 일본에서도 개고기를 먹지 않을까 싶어 물어봤더니 일본에서는 먹지 않는다고 했다.
평소에도 한국 문화와 일본 문화를 비교하며 재밌었는데 개고기가 일본에서는 아주 생소한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그녀는 개고기 이야기를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짓궂은 마음이 생긴 나는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내가 어릴 적에는 시장에서 개고기를 팔았는데 털이 없이 죽은채로 가판대에 놓여 있기도 했어. 혀를 내밀고 말야"
"으윽."
아카리는 상상이 되는지 인상을 쓰며 미간을 찌푸렸다.
"개고기가 몸에 좋다고 해서 먹는 거야. 나도 먹어봤어. 그런데 나는 냄새가 싫어서 안 좋아해. 한국에서 개고기 먹는 걸 두고 외국인들이 뭐라 했고, 그래서 그걸 숨기려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개고기를 팔았지."
"하지만 개고기는 애완동물이잖아. 그걸...."
아카리는 조심스러워하며 말을 아꼈지만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개고기 문화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아니지만 한국에서 어떤 논쟁들이 오갔는지 얘기해주었다. 이 정도면 TMI인가? 한참을 얘기하다보니 어쩌다가 동물 복지 이야기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아카리는 육식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며 웃었다.
아카리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더니 현재 한국도 개 식용이 금지되었다고 알려주었다. 2024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외에 오래 살다보니 한국 소식에 밝지 않아 그런 법이 통과된지도 몰랐다. 이제 논쟁할 여지조차 사라졌다.
업무를 한 뒤 퇴근 시간이 되어 옷을 갈아입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아카리가 커다란 고기 덩어리를 들고 웃고 있었다. 그러더니 혀를 쭉 내미는 것이 아닌가!
"들고 있는게 뭐야?"라고 묻자 아카리는 씨익 웃으며 "소 혀"라고 대답했다. 소 혀가 그렇게 큰 지 몰랐다. 사람 팔뚝 만했다. 그렇게 커다란 소 혀를 들고 본인 혀를 쑥 내밀고 웃고 있는 아카리가 무섭게 느껴졌다.
"소 혀로 만드는 일본 음식이 있어?"
"응. 이걸 얇게 썰어서 구운 뒤 레몬즙 뿌리고 파랑 같이 먹으면 맛있어."
너무 커서 다른 일본인 동료와 반 나누어 갖기로 했다고 했다. 두 명의 일본사람이 나를 쳐다보며 그야말로 실실 웃었다. 그들도 짓궂게 구는 것이 퍽이나 재밌었나보다. 나는 그들 뜻에 부응해 연신 놀라주었다.
개고기가 그들에게 내키지 않는 음식인지 몰라도 소 혀 또한 나에게 마찬가지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자랐으니 어느 것은 익숙하고 어느 것은 거부감이 든다(한국에도 우설구이라는 요리가 있긴하다) 같이 일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 다른 문화에 대해 새롭게 깨닫는 것, 소소하지만 신선한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