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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밤 Aug 03. 2023

핸드폰에 음식사진이 늘어간다

왜인지 나도 모르겠습니다


내 핸드폰에는 7,088장의 사진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켜켜이 쌓여 나의 인생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대부분 아이들 아니면 검색하다 저장한 사진들이다. 그런데 최근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다.


음식 사진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는데, 정작 남은 사진은 파스타뿐이었다. 예전에는 친구의 먹는 모습이라도 찍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먹방 블로그를 하거나 SNS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음식이 나오면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들이미는 것이다.


재미있었던 것은 조금이라도 더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려고 음식을 여러 각도로 찍은 사진들이 꽤 많다는 거다. 위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 아래에서 찰칵… 마음에 들 때까지 요리조리 찍은 음식 사진들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 음식사진에 관심이 많았던가.


가장 최근의 음식사진은 집에서 찍은 건데 야심 차게 시작한 다이어트의 흔적이 남아있다. 닭가슴살 샐러드와 고구마 그리고 디톡스 음료로 시작. 다음날은 삶은 양배추와 강된장, 연어덮밥으로 건강식 추구(이렇게 많이 먹었다고…??) 보기만 해도 뿌듯했지만 슬픈 사실은 내 뱃살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샐러드를 먹는데 왜 살이 안 빠질까.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반면 먹음직스러운 고기 사진도 눈에 띄었다. 얼마 전 칠순을 맞이하셨던 아빠가 뒤풀이로 준비한 가족모임에서 찍었던 사진이다. 아빠 찬스에 신이 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소주가 없다는 사실에 아빠는 슬퍼하셨지만 나는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빠한테 조금 미안하다. 다음에는 꼭 소주를 파는 곳에 가야겠다.


음식 사진하면 디저트도 빼먹을 수 없다. 속초에 놀러 가서 먹었던 질소 아이스크림은 모양도 맛도 내 취향이다. 그중 바다소금이라 불렸던 말캉하고 하얀 아이스크림을 한 번 더 맛보고 싶다. 바다에서 먹는 바다소금 아이스크림. 왠지 더 맛있게 느껴진다.


음식사진들을 보다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든다.


하나, 음식만 찍지 말고 같이 있던 사람도 찍을걸.

둘, 음식을 기억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시간’을 남기고 싶었구나.


나름대로 이유를 찾은 것 같은데 영 찜찜하다. 앞으로도 사람보다는 음식을 더 찍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꽃과 나무 사진을 자주 찍게 되면 나이가 들어가는 거라고. 아직까지 나의 핸드폰에는 꽃과 나무사진은 별로 없다. 그러니 음식사진이 늘어간다고 호들갑 떨지 말아야겠다.


그렇.. 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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