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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애 May 21. 2020

아이를 돌보는 마음

눈치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아이에게 집중하게 된 지 어언 4개월. 아이가 6살인 요즘. 부끄럽지만 이제야 “아이를 본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 바빴다. 마음이.. 계약직이었지만 세 곳의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웠다. 아침마다 어린이집 차 오는 시각에 맞추기 위해 자고 있는 아이 옷을 벗겨 갈아입히고 눈도 못 뜨는 아이 어르고 달래고 언성도 높이며 양치질을 시켜 등원 전쟁을 치렀었다. 하원은 어떻고. 퇴근하면 버스를 타면서도 ‘늦겠다’고 마음 졸이며 뛰다시피 아이를 하원 하러 갔던 날들. 남편은 거의 없었다. 홀로 아이를 챙겨야 했기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육아만 하면 나으련만 가사는 세트로 딸려왔다.




지난 1월, 계약이 종료되며 잠시 쉬고 일을 다시 찾아보려다 코로나 사태를 맞았다. 아이를 오랫동안 볼 시간이 주어진 것인데. 먼저 아침 전쟁이 사라졌다. 자고 싶은 만큼 늘어지게 자고 아이를 만났다. 매일 아점으로 무얼 먹어야 할지, 뭘 하며 놀아야 할지가 고민이었지만 여유로웠다. 지루하도록 평화로운 시간이 흘러갔다. 물론 평온하지만은 않았다. 24시간 붙어지내는 동안 내 시간이 모자랐다. 이때도 남편은 없었다. 아이를 보다 보니 심신 체력이 모자랐지만 아이처럼 똑같이 투정할 수 없어 참고 또 참았다.








“자, 이건 몸을 튼튼하게 하는 건강한 음식이야~ 한 입 먹어보자.”


아이를 달래는데 뜬금없이 눈물이 흘렀다. 대체 왜.. 밥에 흥미가 없는 아이는 꼭 식사시간에 놀이를 시작하거나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데 책은 읽어주고 싶어서 건네받아 책장을 넘기면 또 눈물이 났다. 씻겨 주다가도, 빨래를 탁탁 널다가도, 토닥토닥 재우면서도 눈물은 계속 났다. 하지만 슬퍼할 겨를 없이 울음을 참아내며 일을 해냈다. 육아가 힘들어서 그런가, 사실 방법도 잘 모르겠고. 그때부터였다. 육아서를 읽기 시작한 게.




세 권의 육아서를 읽으며 여태 지내온 시간만큼 다시 보내고 나서야 어렴풋이 깨닫는다. 아이만 돌보아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엄마 스스로도 돌보고, 이해받지 못한 어린 시절의 내면 아이도 보듬어주며 나만큼 어리고 미성숙했던 젊은 시절 나의 부모님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며칠 전부터 아이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집안일을 분담할 수는 없지만 엄마로서 해야 하는 일을 나열하며 엄마도 ‘네가 원하는 것 들어주고 싶은데 해야만 하는 일이 있고 엄마는 힘이 많지가 않다.’며. 그러니 엄마도 이해해달라고. 아이는 알아들었는지 스스로 양치질도 하려고 했고 샤워 후 몸에 남은 물기를 닦고 로션도 발랐다. 머리도 말리려는 걸 말리는데 웃음이 났다.






자기 마음속 어두운 곳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이제 빛이 필요한 곳일 뿐이랍니다.

처음 빛을 비추면 그 모습에 놀랄지 몰라요.

하지만 그곳도 원래는

지금의 밝은 곳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의 일부였습니다.

그동안 빛을 비추지 않아 어두웠을 뿐.



p. 222, 아이와 함께 자라는 부모





미소 지어 보려고 하면 눈치 없이 눈물이 계속 나지만.








그래도 웃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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